세상 공부

[조국사태]<어느 직장인의 분노>

colorprom 2019. 9. 6. 13:04

  

[양해원의 말글 탐험] [99] 그게 아니었나 보다


조선일보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9.09.06 03:13

양해원 글지기 대표
양해원 글지기 대표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여러 사안 외면하지 않고 성찰하겠습니다."

실제로 꾸지람이 계속됐다.


보통은 그러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한 1년은 죽어 지낸다.

공인(公人)이라는 연예인 그러는 거 많이 봤다.


그는 달랐다.

'질책 달게 받겠다'는 그냥 흘려듣겠다는 말이었나 보다.

'성찰(省察)'은 '남들이 잘못됐다고 나무라도 뜻을 굽히지 아니함'이란 뜻인가 보다.

"두 가지 실천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제 처와 자식 명의 펀드를 모두 기부." 의심할 줄 알았다는 듯 덧붙인다.

"단지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어떤 일을 돕고자 재물을 대가 없이 내놓는 일이 '기부(寄附)'라고 사전은 풀이하는데.

하필 흘기는 눈 많아지자 펀드도 학원(學園)도 내놓겠다 한다.


'실천'과 '눈속임'이 비슷한말이었나 보다.

기부는 '대가를 바라고 베푸는 일'이란 뜻인가 보다.

"국민들께서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점 뼈아프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습니다."


또 등장한 국민, 정작 짐 지운 적 없다는데. 무거워 보이니 되레 내려놓으라는데.

본인은 한사코 안 된다 한다.

꽤 눈치 보는 줄 알았던 국민보다 무서운 누가 있나 보다.

국민이 주인이란 말, 빈말이었나 보다.

"과분한 이 자리 외에 어떤 공직도 탐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위에서 잘한다고 등 두드려주며 권해도 손사래 치는데.

그러다 '과분(過分)하지만' 하며 마지못해 받아들이는데.

아무래도 당신 분수에 넘친대도 물러서지 않는다.

'~도 유분수(有分數)'라는 말, 들어보지 못했나 보다.

아무튼 그 자리는 기어코 차지하고 싶은가 보다.

어떤 이가 거든다.

"그만큼 모든 걸 가질 수 없었던 명문 대학 출신의 많은 기자가 분기탱천해서."

역성이란 걸 들다 보면 분별력이 떨어지는가 보다.

아니, '공분(公憤·공적인 일로 느끼는 분노)'이랑 '시샘'은 구별하기 어려운 말인가 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5/2019090503141.html


<어느 직장인의 분노>

초등생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어느 40대 샐러리맨의 두려움 -


두렵습니다.

저는 제가 열심히 하고 잘하면 된다고 배웠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더 두려운 건 내 아이도 꿈을 이루려면 부모가 이렇게 스펙을 쌓아줘야하고,

그냥 너만 잘해서는 꿈을 이루기 몹시 어렵단 걸 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의 부모는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단 걸 알려줘야 한다는 게 더욱 두렵습니다.


두렵습니다.

앞으로 사회 지도층, 용이 된 이들에게 저와 제 아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기가 꺼려질 것 같습니다.

의사든 변호사든 교수든 사회 지도층한테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받고 자문 구하기가 어려워 질 듯 합니다.

그들의 실력에 믿음이 안 갈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부모 스펙의 절대적 도움으로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이렇게 많은데

이들에게 어떻게 아픈 나와 내 아이의 치료를 맡기겠습니까?

실력을 믿을 수 없는 의사에게 어찌 아픈 몸을 맡길 수 있습니까?

아파도 믿을만한 의사가 줄어든다는 게 두렵습니다.

실력이 아니라 부모 스펙으로 되는 다른 전문직도 많을 수 있다는 게 더욱 두렵습니다.


두렵습니다.

저렇게 앞다르고 뒤 다른 사람이, 저렇게 뻔뻔한 사람이, 저렇게 내로남불인 사람이,

대인춘풍 지기추상이 아니라 대인추상 지기춘풍인 사람이,

저토록 자기 생각과 다르면 적으로 그것도 너무도 극단적으로 적으로 몰아 세우는 사람이

이 나라의 장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것도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다는 게 더욱 두렵습니다.


두렵습니다. 제 아이한테 성공하려면 저리 하라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어릴때 저는 TV에 나오고 뉴스를 타는 사람은 존경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린 제 아이에게는 오히려 반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성공하려면 저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는 현실이 두렵습니다.

아니, 뭐가 성공인지 가르칠 수 없는 현실이 두렵습니다.

오히려 내 아이에게 꿈을 이루지도 용이 되지도 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게 더욱 두렵습니다.


이번 사태는 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우리 조국,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입니다.

부정과 변명, 내로남불, 뻔뻔함, 편법 이런 것이 꿈을 이루는 길인지,

정정당당, 나의 노력과 실력, 양심 이런 것이 꿈을 이루고 성공하는 길인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나와 내 아이, 우리 후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가르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와 대한민국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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