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먼저 소수는 강연 내용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명강연을 해주셨습니다"라는 칭찬이다.
어떤 사람은 "얼마나 늙으셨나 보러 왔는데 좋았습니다"라고 말한다.
과거에 들었기 때문에 올까 말까 하다가 참석했다는 자세이다.
나에게도 반가운 손님이 된다. 학생 때나 옛날에 한두 차례 내 강연을 들은 사람들이다.
어떤 때는 강연을 주관한 간부들이 자신들은 듣지 않고 있다가 시간 초과를 걱정하며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강연 내용보다 행사가 더 중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강연을 끝내면서 감사히 느끼는 때도 적지 않다.
좀처럼 박수를 치지 않는 충청도 사람이나 치는 습관이 없는 강원도 청중이 박수를 쳐주는 경우다.
그분들은 박수는 열성적이지 않아도 내가 퇴장할 때까지 앉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갈 때 복도 양측에 앉은 사람들이 인사를 해온다. 고맙다는 표정이다.
내 강연을 고맙게 받아들인 분들의 인사는 눈빛과 얼굴 표정으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용기 있는 사람은 옆으로 와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힘드셔도 다른 곳에서도 좋은 말씀 해주세요"라고 한다.
나도 "그러겠습니다"고 답례한다.
말없이 찾아와 악수만 하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는 젊은이들은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뜨거워진다.
내가 젊었을 때 도산 안창호 선생님 같은 분의 강연을 잊을 수 없었던 때문일지 모른다.
요사이는 백세라는 나이 때문일까, 공자와 석가의 교훈을 떠올리기도 하고 성경을 자주 읽어보곤 한다.
예수는 33년 생애에서 3년3개월의 기록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십자가에 달 리기 전날 목요일의 기록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세상 떠나기 직전에 예수는 당신의 죽음을 포함한 생애보다 제자들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들을 통해 인류에 남겨주고 싶은 유언이었다.
지금 내 강연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단 한 번뿐인 기회일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남길 수 있다면 그보다 소중한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