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올해에만 강연 150회… 젊은이들을 보면 뜨거워진다 (김형석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19. 9. 5. 18:09

올해에만 강연 150회… 젊은이들을 보면 뜨거워진다


조선일보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19.08.31 03:00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일러스트= 안병현

나는 지금도 강연을 많이 하는 편이다.
금년에는 8월 중순까지 150회가 넘었다.
강연을 끝내고 나면 세 가지 반응이 있다.

먼저 소수는 강연 내용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정치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갖는 사람들과 종교적 선입견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스님들 중 많은 사람이 내 책의 독자이고
신부님들 중에서도 성당의 강사로 나를 초청하는 경우가 있다.
개신교 보수 신앙을 강조하는 지도자들은 나와 거리가 있다.
그런 이들은 정치나 신앙이 각자의 선택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나 자신도 나와 같은 정치관이나 신앙이 최선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선택과 개선을 위한 견해 중 하나로 받아주면 된다.

또 한 가지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명강연을 해주셨습니다"라는 칭찬이다.
청중이 많이 모여 만족한다는 뜻이다.
관례적으로 행사를 진행해 온 사람들이나 정부 계통의 후원을 받아 강연회를 주관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행사의 성공을 도와주었다는 인사이다.

어떤 사람은 "얼마나 늙으셨나 보러 왔는데 좋았습니다"라고 말한다.

과거에 들었기 때문에 올까 말까 하다가 참석했다는 자세이다.

나에게도 반가운 손님이 된다. 학생 때나 옛날에 한두 차례 내 강연을 들은 사람들이다.

어떤 때는 강연을 주관한 간부들이 자신들은 듣지 않고 있다가 시간 초과를 걱정하며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강연 내용보다 행사가 더 중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강연을 끝내면서 감사히 느끼는 때도 적지 않다.

좀처럼 박수를 치지 않는 충청도 사람이나 치는 습관이 없는 강원도 청중이 박수를 쳐주는 경우다.

그분들은 박수는 열성적이지 않아도 내가 퇴장할 때까지 앉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갈 때 복도 양측에 앉은 사람들이 인사를 해온다. 고맙다는 표정이다.

내 강연을 고맙게 받아들인 분들의 인사는 눈빛과 얼굴 표정으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용기 있는 사람은 옆으로 와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힘드셔도 다른 곳에서도 좋은 말씀 해주세요"라고 한다.

나도 "그러겠습니다"고 답례한다.

말없이 찾아와 악수만 하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는 젊은이들은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뜨거워진다.

내가 젊었을 때 도산 안창호 선생님 같은 분의 강연을 잊을 수 없었던 때문일지 모른다.

요사이는 백세라는 나이 때문일까, 공자석가의 교훈을 떠올리기도 하고 성경을 자주 읽어보곤 한다.

예수는 33년 생애에서 3년3개월의 기록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십자가에 달 리기 전날 목요일의 기록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세상 떠나기 직전에 예수는 당신의 죽음을 포함한 생애보다 제자들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들을 통해 인류에 남겨주고 싶은 유언이었다.

지금 내 강연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단 한 번뿐인 기회일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남길 수 있다면 그보다 소중한 일은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30/20190830020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