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라시드'
전세계 賞만 300개 받은 디자이너, 가구·인테리어산업展 참석차 방한
"과거의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건 재사용해 스타일링하는 것"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만난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59)가 말했다. 라시드는 코카콜라·디즈니·삼성전자·현대차 등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전 세계 디자인상을 300번 넘게 받은 스타 디자이너다. 다음 달 1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한국국제가구·인테리어산업대전(KOFURN) 참석차 한국에 왔다. 그는 "'영감을 받는다'고들 하지만 과거의 것을 빌려와서 재사용하는 일은 스타일링일 뿐"이라며 "디자인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기술과 생활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는 4차원(4D) 디자인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입체적(3D) 형태를 정교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경험'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시대엔 물질보다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가구 회사들은 책장이나 선반의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으니까요. 앞으로는 체온에 맞춰 쾌적한 온도를 자동으로 맞춰 주는 소파도 나오지 않을까요?"
어떤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수제(手製)의 가치를 중시한다. 그러나 라시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공예가일 것"이라며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정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고 했다. "한국은 IT·로봇 같은 분야에서 앞서가는 나라입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가구를 비롯한 디자인에서도 앞서갈 수 있습니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요."
라시드의 디자인을 표현하는 키워드가 '관능적 미니멀리즘'이다. 간결함을 추구하면서도 인체의 곡선을 닮은 유기적 형태를 구사한다는 의미다. 분홍을 비롯한 경쾌한 색상도 그의 트레이드마크. 이날도 짙은 분홍색 바지와 그보다 조금 옅은 분홍색 재킷을 입었다. 열정과 긍정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색상이기에 분홍을 사랑한다. 자주 쓰지 않는 건 빨강. 피를 연상시키는 폭력적 색상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일
이 뚜렷한 디자이너로 불리지만 정작 본인은 "특정한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뭔가가 유명해지면 거기에 꼬리표를 붙이고 싶어합니다. 저도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향수를 위해 각진 네모 병도 만들어 봤고 흑백조의 컬러도 쓰지만 사람들은 곡선이나 분홍 같은 것들을 기억하죠. 꼬리표가 붙는 건 싫으니 이제 핑크는 그만 입어야겠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