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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조지 오웰, 1984, 동물농장 (정시행 기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8. 27. 18:17





포퓰리즘·스트롱맨 시대다시 조지 오웰 열풍


조선일보
                         
             
입력 2019.08.27 03:00

트럼프 취임 후 소설 '동물농장' '1984' 판매부수 최고 95배 폭증

동물농장 : 평등 내건 돼지 지배층, 자기 자녀엔 전용 고급 교실
1984 : 매일 '2분 증오' 시간 만들어 내부 불만 외국 증오로 분출

권력을 정당화하려 진실을 억압하는 체제에 대한 고민과 저항한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프롤레타리아 유토피아'를 내건 전체주의 독재의 참상을 고발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의 사후 70년을 앞두고 각국에서 여느 때보다 활발히 재조명되고 있다고
AFP·뉴욕타임스 등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영국 등에서 오웰의 대표작 '1984'과 '동물농장(Animal Farm)' 다시 읽기 열풍으로
원작 판매가 급증하고, 다양한 해설서와 오웰 전기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초
소설 '1984년' 판매가 무려 9500%(95배) 뛴 이래 줄곧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선동적 정보전쟁을 겪은 오웰의 조국 영국에서도
이 작품 판매량이 165% 늘었다.
오웰 사후 70년이 되는 2020년 저작권 만료를 앞둔 재출간 붐도 한몫했다.

조지 오웰 작품 속 명구
오웰을 불러낸 건 서구 자유진영을 휩쓴 극우 포퓰리즘뿐만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같은 사회주의 스트롱맨들의 언론과 사상 통제,
소셜미디어 정보전, 안면인식기술 등을 이용한 감시 사회도 '1984' 등의 배경과 유사하다.

가디언과 블룸버그는 각각 '오직 진실뿐:조지 오웰의 유산' '1984년이 2019년에 도래했다'란 기사에서
오웰이 각국에서 '평행이론'이나 '예언서'처럼 읽히고 있다고 전했다.

오웰이 1945년 먼저 낸 '동물농장'은 소련 공산주의를 풍자한 우화다.
줄거리는 이렇다.

농장 동물들이 가혹한 착취에 못 이겨 인간 농장주를 쫓아내고 직접 농장을 경영하는 '혁명'을 이뤄낸다.
혁명을 이끈 돼지들은 '평등한 동물 공화국' 건설을 내걸었지만,
갈수록 이들의 권력 투쟁과 부정부패가 혁명을 압도한다.
특권층 돼지들은 인간이 살던 집으로 이사해 다른 동물들에겐 금지한 술을 마시고 침대에서 자며,
자기 자녀들만을 위한 고급 교실을 짓고, 인간과 상거래에 손을 대는 등 자신들이 비판한 '적폐'를 답습한다. 이에 불만을 갖는 동물들을 숙청하고 식량 배급을 줄이는 등 공포 정치를 강화한다.
당초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내걸었던 슬로건은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는 부칙으로 더럽혀진다.

이어 1949년 나온 '1984'은 극단적 전체주의에서 인간성이 말살되는 디스토피아(불행한 미래)를 그렸다.
배경인 '오세아니아'라는 가상의 초(超)국가는
초월적 존재 빅 브러더(Big Brother)가 이끄는 당(The Party)에 의해 지배된다.
빅 브러더 정권은 당의 무오류를 증명하려 현실의 통계를 조작하고, 과거사 기록을 현재에 끼워맞춘다.
'텔레스크린'이란 신기술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상 통제용 언어(Newspeak)를 발명해 "그래도 이전보단 살기 좋다"고 세뇌시킨다.
거짓을 감추려 '진실부'라는 부처를 만들어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민의 처참한 삶과 지배층의 특권에 모두 수긍하는 이중사고(doublethink)를 강요한다.

특히 이 나라는 50년 넘게 끊임없이 외국과 전쟁 중이다.
외부의 적이 있어야 국민을 통제해 영구 집권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매일 전국적으로 '2분 증오'의 시간을 만들어
내부 불만을 외국에 대한 증오로 분출시키는 우민화 정책을 편다.

현재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적인 언론을 "가짜 뉴스"로 치부하고
자신의 업적에 대한 거짓말을 "대안적 진실"이라고 호도하거나,
"애국이냐 아니냐"로 외국·이민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1984'과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단 지적이 이어진다.

오웰은 영국 귀족 출신이지만 지위와 재산을 마다하고
20세기 초 지식인 사이에 유행한 마르크스 사회주의에 심취, BBC·옵저버·트리뷴 기자로 일했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 취재 중
코민테른이 지원하는 공산당의 선전선동, 소련 레닌·스탈린 좌파 정권의 위선과 타락을 목도한 뒤
반공 소설을 썼다.

영국은 제2차 대전서 파시즘·나치즘에 함께 맞선 소련과 동맹을 유지했기 때문에,
좌파 독재를 비판한 그의 작품은 진영 논리에 갇혀 출판조차 힘들었다.

가난한 오웰은 47세에 결핵에 걸려 죽었다.
'1984' 출판을 거부했던 영국 유명 출판사 파버앤드파버 창업주의 손자는
지난 23일 "당시 오웰을 거부했던 것은 가장 큰 실수였다"는 반성문을 내기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7/20190827002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