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8.22 03:00
공자(孔子)에게는 백어(伯魚)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질이 아버지에게 한참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불행히도 아버지인 공자보다 일찍 죽음을 맞이했는데, 죽음을 앞에 두고 백어는
"비록 자신은 아버지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자식이지만,
자신의 아들인 자사(子思)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평생을 따라다닌 콤플렉스와 스트레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다행히 백어의 아들인 자사는 공자의 학문을 잇는 도통의 계승자로 인정될 정도로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
성리학의 완성자인 주자(朱子)에게도 아들이 셋 있었다.
성리학의 완성자인 주자(朱子)에게도 아들이 셋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세 아들 역시 아버지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자식들이었다.
아무도 과거에 합격하지 못했고,
겨우 음직(고위 관료의 자제들에게 주어지는 관직)으로 벼슬길에 나갈 수 있었다.
주자도 세 아들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 첫 아들인 숙(塾)과의 관계가 어려웠다.
천하의 영재들이 모여 있는 자신의 제자들 틈에서 타고난 자질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는 아들을 지켜보는 것은 주자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꾸지람과 호통을 반복하던 주자는
결국 부자간의 정이 망가질 것을 걱정하여 아예 자식을 친구인 여조겸에게 보내 공부하게 했다.
흥미롭게도 '동방의 주자'라 불린 퇴계 이황 역시 아들의 학업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보면
학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들을 때로는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꾸짖기도 했다.
결국 아버지의 기대와 격려
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과거에 합격하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이처럼 자식을 뜻대로 키우는 것은 성인(聖人)들에게도 어렵기만 한 일이었다.
그러니 자식이 기대에 차지 않는다 하여도 너무 속 끓이지 않을 일이다.
혹여 그럼에도 '자식을 뜻대로 키우고야 말겠다'고 결심하는 분이 있다면
자신이 성인들조차 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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