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전 남편이 얼마 전 죽었다고 합니다. 재산은 1만원이 안 되고 빚은 4000만원이 넘습니다.
자녀 셋인데 다 미성년자입니다. 자녀 모두 한정승인이 좋은지, 상속 포기가 좋은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인터넷에 '한정승인'을 검색하면 애달픈 사연과 함께 한정승인 전문 변호사 광고가 주르륵 뜬다.
▶높은 상속세 부담을 걱정하는 인생은 행복한 소수에 불과하다.
부모나 배우자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가 연간 20여만 건.
이 가운데 상속세를 낼 만큼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은 7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물려받은 것이라곤 빚밖에 없는 인생이 더 많다.
지난해 상속 포기를 하거나 한정승인을 신청한 경우가 서울가정법원에서만 8200건이 넘는다.
10년 전에 비해 60% 늘어 사상 최대다.
▶빚의 대물림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상속 포기 또는 한정승인이다.
상속 포기는 재산도 빚도 다 상속받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한정승인은 재산과 빚을 상속받되 물려받은 재산만큼만 빚을 갚는 제도다.
상속 포기의 경우 손자 손녀한테로 빚이 넘어갈 수 있다.
한정승인은 그렇지 않아 더 유리하다.
졸지에 부모 빚까지 떠안으면 살기가 막막한 사람들만 이 제도의 도움을 받는 줄 알았는데
부채 많은 기업가나 재벌도 활용한다.
▶4년 전 CJ그룹 회장과 부회장이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했다.
아버지 사망 당시 자산은 6억원 정도이고, 알려진 빚만 180억원을 넘었다.
재벌 3세가 아버지 빚도 대신 안 갚느냐고 했는데,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한 부친이 가족들 모르게 여기저기 남겨놓은 빚이 앞으로도 얼마나 더 튀어나올지 몰라 한정승인을 신청하는 것이라고 CJ 측이 사유를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도 2013년 사망한 부친이 남긴 재산은 21원뿐이고, 빚이 42억원에 달해
한정승인 덕을 톡톡히 봤다.
이 가운데 조 후보자가 상속받은 재산은 6원, 캠코(자산관리공사)에 갚아야 할 상속 빚은 12억원이었다.
한정승인 덕에 단돈 6원으로 12억 빚 부담을 피해나갔다.
한정승인이야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제도지만,
문제는 조국 후보자 가족의 수상쩍은 '빚테크' 때문에 개운치가 않다.
채권자 캠코가 2017년 조 후보자 가족을 상대로 밀린 빚을 갚으라고 다시 소송을 냈지만
한정승인 때문에 조 후보자는 변제액이 없었다.
그 며칠 뒤 조 후보자 가족은 74억 펀드에 출자하겠다고 약정했다.
이 사람이 법무장관이 된다고 한다.
이 정도는 돼야 강남좌파 소리를 듣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