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7.27 03:15
미디어, 테크, AI 분야서 性평등 일궈가는 여성들
이념 좇아 현실 권력 대변하는 '관제여성운동'이 부끄럽다
이진형은 뇌 질환 치료의 새 지평을 연 스탠퍼드대 교수다.
'뇌 회로도' 개념을 도입해 치매, 파킨슨병 등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년은 차별과의 전쟁이기도 했다.
동양인 여성 앞에 놓인 유리 천장은 견고했다.
여성 리더를 인정 안 하려는 '아래로부터의 차별'도 극심했다.
"그럴수록 더 맹렬하게 다가가 대화하고 설득했다.
나는 차별을 금하는 제도만큼이나 여성 자신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피해자'로만 여겨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수인은 학습 장애아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킷킷스쿨'을 개발한 스타트업 대표다.
이수인은 학습 장애아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킷킷스쿨'을 개발한 스타트업 대표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큰아이를 위해 게임에 기반한 학습 프로그램을 구상한 것이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가들을 움직였다.
최근 미국 LA에서 열린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
일론 머스크가 내놓은 500만달러도 거머쥐었다.
이수인의 성공은 "유색인이고 이민자이며 영어도 못하는 여성"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편견을 깨뜨렸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는 페미니즘의 핵심 모토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는 페미니즘의 핵심 모토다.
100년을 이어온 여성운동은 얼핏 거대한 시위의 연속으로 보이지만,
실은 각자의 문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싸우며 해법을 창출한 여성 개인들의 성취가 쌓아 올린 역사다.
지난달 워싱턴과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여성들도 그랬다.
'위민스 미디어센터'는 여성 전문가들 목소리가 미디어에 더 많이 인용되도록
각 분야 1500여명의 인재 풀을 구축해 제공하는 NGO다.
스타트업 '인스트루멘털' CEO 안나 카트리나는 기술 분야의 25%만이 여성 인력이란 사실에 절망해
실리콘밸리 진출을 희망하는 여학생들에게 자비로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UC버클리의 '시트리스' 연구소 과학자들은
AI에 성(性) 편향적 알고리즘이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중이다.
한국보다 결코 선진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살면서도
한국보다 결코 선진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살면서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미국의 '페미니스트'들은,
이념적 당파성에 빠져 허구한 날 종주먹만 들이대는 우리 여성 단체들과 극명히 대비된다.
거리에서 일상으로, 투쟁에서 공존으로 페미니즘의 흐름이 바뀌는데도,
이들은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란 프레임에 갇혀 여성주의 지형을 스스로 좁힌다.
여성보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남성 권력을 대변하는 고질병도 여전하다.
문희상 국회의장 성추행 논란에
"성폭력을 정쟁 도구로 삼았다"며 되레 야당 여성 의원들을 규탄했던 그들이다.
'거짓말쟁이' 윤지오를 가장 먼저 거리에 세운 것도 여성 단체들이다.
감옥에서 독수공방할 정봉주를 위해 비키니 사진을 보내라던 '나꼼수' 일군이,
여성 단체와 연대라도 한 양 윤지오를 앞세워 여성 인권 운운하는 풍경은 코미디였다.
요즘은 현 정권 최대 눈엣가시인 언론을 향해 총구를 겨눈 모양이다.
'호주제 폐지'라는 위업을 이끈 그들이 여성 이슈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권력에 화답하며
'관변 여성 단체'로 전락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페미니스트란 여성과 남성의 인간성과 평등을 인정하는 모든 사람"이라고 했다.
여성의 삶은 여전히 사회적 모순과 병폐의 집하장이지만,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는 태도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경력이 단절된 실리콘밸리의 이민자 여성들을 기업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심플 스텝스'의 대표 김도연은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로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이 힘들지만 뿌듯하다"고 했다.
공동 육아로, 먹거리 운동으로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모두가 행복한 삶을 향해 고투하는 그들이
진짜 페미니스트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