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짜증 나는 여행 자랑 (백영옥, 조선일보)

colorprom 2019. 7. 27. 14:58



[백영옥의 말과 글] [109] 짜증 나는 여행 자랑


조선일보
                         
  •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19.07.27 03:12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마티아스 드뷔로의 책 '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기술'은
누군가의 여행 자랑에 지쳐본 적 있거나,
자신의 여행을 인천공항부터 현지 맛집까지 빠짐없이 생중계 중인 친구의 SNS 계정에 지쳐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해독제 같은 책이다.

"'현지인'처럼 여행한다고 분명히 말하라.
당신은 '현지인'처럼 4등석 기차표를 산다.
모든 수입 식품을 거부하면서 '현지인'처럼 먹고 '현지인'처럼 화장실에 간다….
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노라고 털어놓아라.
눈빛과 미소만으로도 통하는 법이니까….
지역 주민들의 전설적인 환대를 강조하라.
탐욕을 부리지도 않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대 말이다."

2000년도 유럽을 여행하며 유독 '현지 민박'을 강조하던 친구와
1990년대 인도를 여행하며 계속 '현지인 친구'를 강조하던 지인이 떠올랐다.

학생 시절 여행한 인도는 힌두 문화가 번성한 아름다운 나라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가장 많은 거짓말에 속은 것 역시 사실이다.
당시 나는 배낭족들이 가득한 여인숙에 머물렀는데,
아직도 숙소 벽에 빼곡히 붙어 있던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나처럼 궁금한 게 많아도 겁 많은 사람에게 여행은 위험을 줄여야 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기술의 절정은 이것이다.

여행과 관광을 구분하려는 마음.

자유롭고 지적인 여행자와 패키지 깃발을 든 관광객을 판단하는 마음에는 월감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가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건

그런 구분이 여행이라는 주제에 대해서조차 높낮이와 옳고 그름을 따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저 다를 뿐인 건데 말이다.

그걸 타인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자유로운 여행이 있다면 위험을 줄인 편안한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것 하나만 기억해도 짜증 유발자로 전락하지는 않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6/2019072602734.html



최인숙(ci****)2019.07.2709:19:49신고
<자유로운 여행이 있다면 위험을 줄인 편안한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정말 공감가는 말이다.
1~2년 前인가, 한국 여행업계(?)에서 여행형태 조사결과를 발표한 신문기사를 본적 있다.
'패키지 여행'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 효과적인 여행이라 했다.
자기 생각, 형편대로 여행하면 그만이다.
해외 여행가면, 유명 여행지에서 자유여행 한다는 한국여행객 마주칠 때 있는데,
전혀 부럽지 않은 어슬렁거리는 모습으로 보였다.
먼 나라 새로운 장소, 깊이있고 방대하게 축적된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지인의 생활상을,
단기간 '자유여행'으로 인지하고 얻어갈 실력들은 있는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6/20190726027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