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의『구도자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삶은 너무 짧기 때문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가만히 살펴보면 의외로 우리는 스스로 자학하는 데 익숙합니다.
바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남 보기에 그럴싸한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괜히 주눅이 들곤 합니다.
그런 우리를 향해 소로는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계절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할 일은 충분하다고.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는 신학자 블레이크에게 소로가 보낸 편지입니다.
소로는 영악한 문명에 지치고 세속적인 삶에 환멸을 느낀 블레이크에게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시야는 넓게, 문제는 단순화시키라고 권해줍니다.
“너무 도덕적이 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면 삶의 많은 부분에 있어 자신을 속이게 될 것입니다."
사실 모든 권유는 고백입니다.
자기고백이 부끄럽지 않은 이를 가졌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합니다.
‘느릿느릿 산책하면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던 소로가 권합니다.
삶은 너무나 짧기 때문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그러니 바로 지금, 영혼이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산처럼 묵직하고 물처럼 맑은 소로의 재능이자 매력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에 무욕의 존재들만 친구가 되었으며,
욕심으로 어두워지지 않았기에 마음 밖에 있던 자연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고독을 기꺼이 즐길 만큼 스스로 충만하며, 푸른 숲과 한 줌의 곡식만으로도 배불렀던 소로가 고백합니다.
“나는 어린 두더지처럼 자주 행복합니다"라고.
이러한 구도자의 편지를 읽는 내내 나도 행복했습니다.
- 이주향의 치유하는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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