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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드라 오, '킬링 이브(Killing Eve) (어수웅 부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9. 7. 6. 16:23



사이코패스를 사이코패스라 부르지 말라?

             
입력 2019.07.06 03:00

[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사이코패스에게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안 되지. 그러면 상처받거든."

한국계 캐나다 배우 산드라 오(47)에게 올해 골든글러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
'킬링 이브(Killing Eve)'를 보았습니다. 올해 최고 화제작 중 하나죠.
일주일 전부터 한국 왓챠플레이(whacha)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더군요.
개인적으로 산드라 코미디 연기의 타이밍 재능은 동년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하면서 제대로 웃기는 배우는 흔치 않죠.

'킬링 이브'는 장르의 전시장입니다. 스파이 스릴러, 로맨스, 블랙 코미디, 그리고 퀴어….
여주인공 두 명이 중심이죠.
국내 담당인 영국 정보기관 MI5의 지루한 내근 요원에서 졸지에 해외 담당 MI6의 현장 요원으로 발탁된
이브 폴라스트리(산드라 오)와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의 대결 혹은 로맨스.

광기와 장난기를 동시에 지닌 얼굴의 조디 코머(26)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둘은 각각 세대의 상징이기도 하죠.

하지만 장르 뒤에 숨은 이 시리즈의 핵심은 따로 있었습니다.

젠더의 전복(顚覆). 기존의 남성 중심 문법을 바닥부터 뒤집더군요.

혐오나 편애 없는 진술이지만, 이 시리즈는 남녀 평등을 넘어 여성 중심의 서사입니다.


남성이 전유하던 장르에서 돌출한 전대미문의 여성 사이코패스 킬러.

이전의 여성 캐릭터들이 그러했듯, '킬링 이브'의 남성 조연들은 한없이 납작한 캐릭터로 무대에 섭니다.

산드라 오의 남편은 무척이나 달콤하지만 단지 달콤하기만 하고,

조디 코머에게 임무를 맡기는 장년의 남성 보스 역시 평면적이죠.

캐릭터의 입체성은 여주인공들에게 모두 빼앗긴 종이 인형.

지금까지 여성들이 받은 '부당한' 처우에 보복 혹은 반격이라고 선언하는 듯한 전개더군요.


빌라넬을 처음 교도소로 가게 만든 범죄는 살인이었습니다.

상대는 자신이 사랑한 프랑스어 선생님의 남편.

사내의 시신은 거세(去勢)된 채 발견됐죠.

물론 '킬링 이브'는 여성 서사를 위해 작품의 밀도를 포기한 스릴러는 아닙니다. 새롭고 재미있죠.

하지만 젠더 감수성이라는 잣대를 역으로 들이대면 어떨까요.

남성 기성세대는 일종의 부채감이라도 있겠지만,

덕 본 적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고 반박하는 20대 남성들은 이 젠더의 전복을 어떻게 소비할지 궁금하군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5/20190705027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