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한국전쟁]

[책]라종일 교수, '세계와 한국전쟁 (어수웅 부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9. 6. 29. 16:29



'평등'은 우랄산맥, '자유'는 대서양 건너

조선일보

                         
             
입력 2019.06.29 03:01

[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어수웅·주말뉴스부장



내년이 6·25 70주년입니다.

유럽 사람들이 반쯤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럽의 근대에 서로 함께하기 어려운 쌍둥이가 태어났으니, 둘의 이름은 '자유'와 '평등'.
서양의 근대는 이 쌍둥이의 모순으로 시작되었다는 거죠.
원래 양립이 어렵지만, 유럽인들은 '우애'를 적당히 붙여 이 둘을 어울려 살게 했죠.

하지만 쌍둥이는 서로에게 불평과 불만이 많았습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자유'는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평등'은 우랄산맥 넘어 소련으로 망명을 갔죠.

이 이산가족 쌍둥이는 언제 처음 상봉했을까요.
바로 1945년의 한반도에서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번 주 읽은 책에서 이 에피소드를 만났습니다.
라종일(79) 현 가천대·국방대 석좌교수의 '세계와 한국전쟁'(대한민국 역사박물관 刊).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그리고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라 교수
DJ 정권에서 국정원 1차장, 주영국·일본 대사 등을 지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모두 경험했죠.
균형감각은 물론이지만, 글로벌 시각을 입체적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합니다.
남북한의 처지뿐만 아니라, 미소, 미중, 중소, 영미, 인도 등
당시 국제 정세와 판단을 최신 정보와 자료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짧은 지면이라 한계가 있지만, 하나 더 나누고 싶은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진보를 위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당시 프랑스 지식인들이 6·25를 두고 편이 갈렸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생각을 바꾼 사람도 있고요.

사르트르와 함께 프랑스 철학의 양대 산맥이었던 메를로퐁티(1908~1961)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는 1947년 '휴머니즘과 폭력-공산주의 문제에 대한 에세이'에서

처음에는 진보를 위한 폭력을 정당화했죠.

말하자면 소련이 자행하는 숙청 같은 폭력적인 억압도, 소위 '진보'를 위한 것이라면 정당화된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퐁티6·25를 계기로 입장을 바꿉니다.

소련이 약탈국가·제국주의 국가의 본모습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메를로퐁티에게는 6·25였던 거죠.

지금·이곳으로도 시곗바늘을 돌려봅니다.

과연 그때, 그 나라만의 유물일까.

선의만 있으면 수단은 크게 괘념치 않는다는 믿음은 어떻습니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8/20190628021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