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조찬 메뉴를 보면서 양식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한식 메뉴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앉아 있던 손님들 얘기가 생각났다.
조반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대기하던 차를 타고 강연장으로 떠났다.
강연 전에 커피나 한 잔 마시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차 안에서 나 혼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웃었다.
총학생회장을 선출하게 되면 입후보자들이 공약을 발표한다.
한 후보가 "내가 당선되면 학생식당을 직접 운영해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남는 이익금은 장학금으로 쓸 수 있다"고 선전했다.
그가 당선됐다.
그때까지 식당을 운영해 오던 할머니 격의 여주인을 해직시키고 새 주인을 공모했다.
몇 사람이 와 보고는 그런 조건으로는 운영할 수 없다고 모두 거절했다.
할 수 없이 전 주인에게 다시 맡아주기를 청했다.
그 할머니는 "시중에 식당 둘이 있고 여기서는 우리 학생들이 값싸게 먹을 수 있도록 봉사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나이도 많아 그만두고 떠나야겠다"고 했다.
그동안 수입은 없었으나 젊은 학생들을 위해 봉사한 것이 감사하다면서 떠났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음식값은 올라가고 학생들만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다음부터는 회장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같은 공약은 내걸지 않았다.
학생들은 한 번쯤 그런 실수를 해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실패의 경험이 후일의 교훈이 되는 것이 교육이다.
우리 국민은 정부의 연속성과 동일성을 기대하고 있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그 동일성이 무너지면 더 큰 혼란을 겪는다.
대화나 공감대 없이 법과 힘으로 요구할 때 더욱 그렇다.
물론 목적의 공통성은 있다. 더 많은 국민의 행복이다.
그렇다고 해도 힘과 법이 앞서고 사랑의 질서가 없으면 신뢰 없는 복종을 요구하게 된다.
부모는 형과 동생들이 함께 잘 살기를 바란다.
명령으로 형의 것을 빼앗아 동생에게 주거나 강요하지는 않는다.
사랑의 질서가 행복의 최고 가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