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사계절의 국가 (김대식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19. 6. 19. 14:36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46] 사계절의 국가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9.06.19 03:12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프레드 진네만(Fred Zinnemann) 감독의 '사계절의 사나이'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전설적 영화다.
1967년 무려 6개나 되는 오스카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영국 작가 로버트 볼트의 희곡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16세기 영국 법률가이자 정치인이었던 토머스 모어경(卿)의 이야기를 다룬다.

토머스 모어가 누구였던가?
당시 잉글랜드 최고의 지식인이자 법률가였던 모어
폭력과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세상을 그린 '유토피아'라는 책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상적 사회를 꿈꾸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폭군 헨리 8세 정권의 대법관이었고,
아내와 이혼하기 위해 로마 가톨릭 교회를 버린 왕과 결국 대립하게 된다.

칼을 든 왕과 펜을 든 지식인의 대결. 결과는 물론 뻔하다.
오랜 친구였던 모어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헨리 8세토머스 모어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사계절의 사나이'에서 토머스 모어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본인의 양심을 따르는 위대한 인물로 표현된다.
당연한 일이겠다.
전광용 작가의 '꺼삐딴 리'나 단종을 배신한 신숙주 같은 기회주의자들보다야
어떤 이유에서라도 자신의 믿음을 버리지 않는 인물이 더 위대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개인적 차원에선 미덕인 일편단심국가적 차원에선 역설적으로 이 될 수도 있다.
국가개인은 가끔 정반대의 규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개인이 일자리를 잃으면 허리를 졸라매고 저축해야 하지만,
국가 경제가 나빠지면 (적어도 케인스 경제학에선) 역설적으로 더 많은 돈을 쓰고 투자해야 한다.

믿음도 비슷하다.
달라진 세상에서도 변치 않는 개인적 믿음은 위대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와 사회는 대부분 몰락의 길을 간다.

개인과 달리 국가는 언제나 '기회주의자'여야 하기에
변치 않는 전통과 믿음을 기반으로 한 '사계절의 국가'는
패배와 가난의 역사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8/20190618035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