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태 뉴델리 특파원](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6/16/2019061602212_0.jpg)
요즘 인도에선 여성 안전이 최대 이슈 중 하나이다. 타임스나우에 따르면 매시간 전국에서 평균 37건의 여성 대상 범죄가 발생한다. 이 중 4건은 강간이다. 2016년 인도 국가 범죄 통계를 보면 여성 대상 범죄 33%와 강간의 40%가 델리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말 끝난 인도 총선 취재 중 기자가 유세장에서 만난 여성들은 여야 상관없이 모두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꿈꾼다고 했다. 밤이 되면 공포는 더 커진다. 밤거리가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뉴델리만 해도 가로등이 부족해 방송국이 가로등 설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여성에 대한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발생한 여대생 강간 사건으로 뉴델리는 한때 '강간의 도시'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영화를 보고 귀가하던 여대생 조티 싱(23)이 시내버스 안에서 기사 포함 6명에게 집단 강간을 당해 치료를 받다 2주 만에 숨졌다. 가해자 처벌 촉구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었고 정부는 성범죄 처벌 연령을 낮추는 등 법을 강화했다.
![인도의 여성 전용칸 지하철](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6/16/2019061602212_1.jpg)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회 곳곳엔 여성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지하철의 경우, 좌석 왼쪽 끝 두 자리 위에는 '여성 전용'이라고 적힌 초록색 스티커가 붙어있다. 남자가 앉으면 여자가 와서 일어나라고 면박을 준다. 전동차 한 칸은 아예 여성 전용〈사진〉이다. 철저한 금남(禁男)의 구역이다. 유튜브에는 여성 전용칸에 남자가 탔다가 여성들에게 따귀를 맞고 내쫓기는 영상이 여럿 있다. 다음 역에서 문이 열리자 여경까지 합세해 따귀를 때린다. 최소한 지하철에서만큼은 성범죄로부터 안전하고 싶다는 델리 여성들의 울분이다.
하지만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여론과 여성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내년 주의회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들은 남녀를 구분하는 그런 발상 자체가 여성 차별적이라고 반발한다.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달랬지 누가 공짜 차표 달랬느냐"는 것이다. 뉴델리 남부 신도시 구르가온의 시칸다푸르역 에서 만난 회사원 프루비(28·여)씨는 "여자가 노약자나 장애인인가. 우리도 일하고 돈 번다. 왜 우릴 무시하느냐"고 했다. BBC 등 서구 언론들은 "인도에서 성폭력은 남성성과 힘을 과시하는 도구"라며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문화적 전통·인식이 진짜 문제"라고 분석했다. 인도 여성들이 진짜 안전한 사회가 되려면 인도 남성들의 각성이 절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