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이문열 (조선일보, 중앙일보)

colorprom 2019. 6. 7. 14:43


    

3황교안 만나는 이문열

"한국당에 죽어야 할 이 너무 많이 살아...黃대표 혼자 가랄 수도 없고"


             
입력 2019.06.07 10:44 | 수정 2019.06.07 14:26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오는 8일 소설가 이문열씨를 만난다.

씨는 2004년 17대 총선 때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보수를 지향하면서도 "불건전한 보수의 유산을 떨어내야 한다"며 낡은 보수와 결별을 주장해왔다.

대표는 지난 6일 취임 100일을 맞아 "당이 혁신하지 않으면 역사의 주체세력이 될 수 없다"며
당 혁신을 다시 거론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가 씨를 찾는 것이다.

             

이문열 작가가 오는 8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만난다. 이씨는 7일 본지 통화에서
"지금은 예언하기도, 무엇을 주문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DB



대표는 8일 오전 8시 경기도 이천 설봉산 자락에 있는 씨의 문학사숙 부악문원을 직접 찾는다.
명목은 '차 한잔'이다.
이번 만남은 대표 측에서 제안해 이뤄졌다고 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 작가는 보수 진영의 산림(山林) 같은 분 아니냐"며
"취임 100일을 넘긴 대표가 작가에게 새로운 무엇인가를 듣고 싶은 것 같다"고 했다.

씨는 7일 통화에서
"대표가 이천을 지나는 길에 들러서 영감(이씨)이 죽었나 살았나 보러 오는 것 아니겠느냐.
큰 의미는 두지 말라"고 했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 "보수여 죽어라, 죽기 전에⋯새롭게 태어나 힘들게 자라라"고 했다.
썩은 보수의 환부(患部)를 도려내란 뜻이었다.
씨는 "지금도 죽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대표에게 '이런저런 것 다 태워버리고 혼자서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예언하기도, 무엇을 주문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라며
"오히려 대표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ー내일 황교안 대표를 만난다고 들었다.
"지난 5일에 (황 대표 측에서) 연락을 받았다.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영감이 살았나 죽었나 보러 오는 것이니
이번 만남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러 오는 것이다.
내가 오래 전부터 한나라당 시절에 공천심사위원을 하면서 그 쪽에 아는 사람도 있고 해서 일정이 맞았다.
나도 내 스스로가 보수 우파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가 일흔둘이다. 많은 나이다."

ー황 대표에게 무슨 말을 해줄 건가.
"내가 뭘 하겠다고 나서기도 어설픈 나이이지만, 어른이 되어서 훈수를 놓기에도 어설픈 나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말을 해 주고 싶지만⋯.
지난 것에 대해서 나쁜 것은 복기해보고 반성해 보는 것도 좋을텐데.
반성을 하기에도 새로운 기획을 하기에도 좋은 자리도 아니다."

ー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보수야 죽어라, 그렇지 않으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 생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벌써 2년째다.
그 기간 동안 (보수 진영에서) 치열하게 죽어야 함이 잘 드러났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 오히려 죽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 대표에게) '이런 저런 것 다 태워 버리고 혼자서 가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난감한 상황이라 오는 손님에게 차 한잔이나 대접할 수밖에."

ー황 대표는 그래도 듣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세상이 올지 예언하기도 어렵지만 주문하기도 곤란한 시대다.
참 좋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고, 세상을 바꿀 그런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은데 내가 그럴 자신이 없어서⋯.
오히려 내가 대표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정치판에) 들어가보니 어떻던지, 세상이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지금 모든 것이 바쁘게 변하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말이란 것이 실천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 의미가 있지."

ー황 대표는 어떤 고민이 있을까.
"( 대표가) 지금 워낙 일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어서 어떤 것을 해야 할 지 판단 안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대화하는 과정에서) 상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라고 먼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한국당 '물갈이론'… 대상 중진들, 집단행동 나설 수도김형원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7/2019060700970.html



김용익(yik****)2019.06.0714:22:54신고
황교안의 내공은 있어보이나, 좌파를 너무 우습게 보고있다.
황교안이 대통령 될 확률은 10%도 안된다.
모험을 해야 기회가 온다. 죽기살기로 싸워야 한다.
막말로 인하여 한국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토크 쇼나 정책 보여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장병목(bm21c****)2019.06.0714:20:44신고
누구 말대로 박근혜가 좌파정권을 만든 장본인이다.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반성도 못하는 철부지들이다.
새시대에는 새술을 만들자. 그래야 좌파 폭정을 막을수 있다.
다음에는 장기표를 삼고초려하시오. 그러면 좌파 얼치기 사쿠라들을 일망타진할수 있을 거요.
좌파들이 장기표를 공격할 자격이 없으니까요?
최원형(cw****)2019.06.0714:19:48신고
좌고우면할께 무에 있나? 자유한국당이 정말 환골탈퇴할 수 있을까요? 나는 회의적입니다.
진작 죽어야할 것들이 남아서 막말이나 하고 있으니......
김영조(yjo****)2019.06.0714:13:06신고
영양의 이문열, 청송의 김주영.
이문열은 한나라당, 김주영은 열린우리당의 공천심사 위원을 지냈다.
이문열이 선비의 티가 난다면, 김주영은 그렇지않다.
이문열이 고향의 정서를 갖고 있다면 김주영은 그것을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이문열과 반대로 김주영은 어릴 때부터 박혀 굳은 열등감을 떨쳐버리고 싶을 것이다.
할 말이 많지만......... 이문열 선생이 그립다.
한승열(conh****)2019.06.0714:02:22신고
죽어가는 대한민국을 위해 이문열선생님이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나름 최선만 다하는 걸로 목적을 잡고 말이지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7/2019060700970.html



                          

2[작가의 요즘 이 책]"이 정권도 손 놓는 순간 죽거나 감옥행 각오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8.07.05 16:06 수정 2018.07.05 18:09                    

                                       


신준봉 기자 사진신준봉 기자                    

 

지난해 7회까지 연재했던 동영상 기획 '작가의 요즘 이 책(작책)'을 다시 시작한다.
'히든싱어'도 아닌데 시즌 2, 2018년 버전이다.

첫 번째 순서는 '우리들의 소설가' 이문열이다.
우리들의 소설가, 라는 표현이 거슬리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그는 걸핏하면 논쟁에 휘말렸다. 그가 자초했거나 사태를 더욱 확산시킨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많은 소설을 팔아치운 작가다. 국민작가였고, 문단의 황제였다.

작책은 이 시대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아 그들 글쓰기의 뿌리에서 자양분 역할을 하는 책 얘기를 듣는 자리다. 1시간 이상 동영상 촬영분을 10~15분 길이로 편집해 생생히 전한다.
영상에 못 담은 얘기는 기사로 함께 소개한다.

'시즌 2'는 요리하는 소설가 천운영씨와 함께 진행한다.
기자는 주로 근황을 묻고, 천씨는 좀 더 깊은 문학 얘기를 나눌 계획이다.

지난해 작책은 김훈·김연수·정유정·권여선·은희경·조남주·성석제를 만났다.
'2018 작책'은 인터파크도서와 함께 공동기획했다. 
 

올해 칠순, 등단 40년째 맞은 작가 이문열
"나는 소설로 뭔가 표현하고 가기 위해 태어난 사람"
"『사람의 아들』은 작가의 여행 밑천, 열심히 썼다"



"세상에 그처럼 과대평가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그처럼 과소평가된 사람도 없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인터뷰 앞머리에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
얼마 전 다른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그런 평을 들었다고 했다.
"참 재미있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한 그런 말이었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1948년생이니까 만 칠순, 79년 동아일보 중편 공모로 등단했으니 작가가 된 지 40년째를 핑계 삼아
그의 경기도 이천 자택에서 지난 4월 30일 이뤄진 만난에서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가 이문열을 우회하기는 어려웠다.
사람들은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또 다른 맥락에서 이문열을 읽어야 했다.
소설 첫머리 흐드러진 정사 장면 상상에서 자극받아 『사람의 아들』을 읽어나갔고,
자전적인 3부작 『젊은 날의 초상』의 책장을 넘기며 존재의 고통에 공감했다.
손창민·홍경인 등이 출연한 영화를 통해 그의 소설을 접했다.

평역 『삼국지』 1800만 부, 『사람의 아들』 196만 부, 『시인』 40만 부….
모두 합쳐 3000만 부나 팔아치운 말 그대로 '국민작가'였으나,
그는 언제부턴가 '시대와의 불화'가 자신의 삶의 양식으로 고착됐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페미니즘 논쟁, 영혼의 자식과도 같은 자신의 소설들에 저질러진 책 장례식에 휘말렸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과대 혹은 과소 평가' 발언은 그 모든 인생 궤적의 어딘가를 건드리는 발언이다. 
 
      


-만 70세, 등단 40년째인데, 감회가 있을 것 같다.

 
"글쎄, 감회가 없지 않겠지만 이상하게 내가 아직도 정상적인 상태에 있지 않다, 쫓겨나 있거나 벌 받고 있다, 그런 느낌이 든다."

 
-작가라면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인가.

 
   "아마 내가 느끼는 특별한 감정일 것 같다."
 과대·과소 평가 발언은 이 대목에서 나왔다.

 
-그런 불안정한 상황이 오히려 창작에 도움이 되지는 않나. 

 
   "작가적 긴장이랄까, 그런 거에는 도움 되겠지만

(불안정한 상황이) 오래 연장이 되니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2001년) 책 장례식이 벌어질 때

눈에 보이는 저 사람들 말고 말 안 하는 다수는 내 편일 거야,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점점 말 안 하는 다수가 내 적은 아닐지언정 있으나 마나 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당시 고(故) 박완서 선생님만이 유일하게,

어떤 경우라도 책 장례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셨다는데. 

 
   "공적으로 그런 의견을 낸 유일한 분이었다.

박범신 같은 또래 작가들이 술 취해 울면서 '내가 화는 나지만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런 전화를 한 적은 있다."

-화제를 바꿔보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예전에는 아직 안 쓴 작품, 쓰려고 하는 작품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5년 이상 문학적 생산을 기대하지 못할 테니 이제는 하나 골라야 할 텐데, 
변경』을 대야 하지 않을까."
 
86년에 쓰기 시작해 98년에 완간한 12권짜리 『변경』은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그의 가족사 3부작 중 2부 격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월북한 아버지, 남은 가족의 고통을 그린 84년 장편 『영웅시대』가 1부.
3부는 시기적으로 『변경』 이후 80년대를 다룬 '둔주곡 80년대'로
지난해 8월 월간 신동아에 연재를 시작해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중단했다.   
 
-누구보다 큰 인기를 누렸다. 비결이 있다면.
 
"취향이든 배우기 위해서든 감상 때문이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소설 독자로서 소설을 읽을 때 기대했던 거, 그 이상을 절대 하지 말자, 그런 게 있었다.
나중에 싸움하다 보니 준비 안 된 얘기를 억지스럽게 한 경우도 있었지만."
 
-문체가 화려하고 리듬감이 느껴진다.
중앙일보 문학 담당 기자였던 고(故) 기형도 시인은 '그윽한 격조의 의고체'라고 평하기도 했는데.

"젊은 날 한문 공부의 영향을 그렇게 본 것 같다.
우리 말이 대개 삼사조, 사사조가 되는데 유려하게 들리게 하는 방법이라는 게 그런 자수율을 써먹은 거다."
 
-79년 『사람의 아들』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을 때
성경 구약을 15번, 신약을 10번 읽으며 소설을 썼다고 밝혔었다. 대단한 집념이라고 느껴진다.
 
   "소설가에게 필요한 여행 밑천이라고 믿었다. 힘든 줄 모르고 그렇게 했다."
 





 
-동료 작가 가운데 이런 건 부럽다, 고 느끼는 작가가 있나. 
 
   "당연히 그런 게 있어야지.
한 번은 일본 작가 하루키의 단편 '렉싱턴의 유령'을 읽는데,
미국인 친구가 여행가는 동안 집 봐달라고 해서 봐주다가 귀신을 만나는 얘기인데,
화자가 누구인지 설명을 안 한다.
우리 같으면 내가 만약 톰 만났다면 톰 설명한다고. 미국 놈이고 언제 만났고,
그런데 하루키는 그런 설명을 하나도 안 하는 거야. 끝까지 안 해요.
그런 식으로 가뿐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한국 작가 중에도 있다. 설명하려 하지 않고.
저건 새로운 세대다, 라는 기분이 든다."
 
-문학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결국 뭘 쓰고 싶었던 건가.
 
   "내게 문학은 그냥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였던 것 같다.
제일 컸던 게 아버지 얘기, 아버지의 부재 얘기였다.
이제는 변해서, 내가 마치 뭔가 이야기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저마다 어떤 식으로든 뭔가를 표현하고 갈 텐데,
나는 문학이라는 양식, 소설이라는 양식으로 표현하려고 마음먹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아버지 얘기는 더 이상 안 쓰나. 
 
   "이제는 별 쓸모가 없다.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사실 북한에 잘못 간 거지.
아버지의 이데올로기도 사실은 자기 게 아닐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 내가 그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질 지분이 없다.
남한도 마찬가지다. 결국 민주화와 군부독재가 충돌한 건데,
어릴 때 어머니가 그러셨다. 정치하는 저놈들 맨날 저런 거라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씨의 아버지 이원철은 한국전쟁 때 월북했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었다.
그런 가족사는 『영웅시대』등 가족사 3부작뿐 아니라
초기작인 81년 중편 '하구' 같은 작품에서도 묻어난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곧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그런 말이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모두 목숨 걸고 줄 타고 있을 텐데, 간단한 문제이겠나.
가끔 짜증이 나거나 불안해서 간섭하고 싶다가도 내가 할 건 아닌가 싶어서 안 하기는 했는데,
글쎄 기분은 조금 걱정스러운 데가 있다.
(하지만 막상 하려 해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거다.
서로 추측을 얘기하는 건데 추측이라는 게 서로 감정 상하기 쉬운 거지.
저쪽의 추측은 속고 있다, 이쪽의 추측은 아니다, 이번에는 진짜다, 라는 건데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나는 그것보다 요즘 우리가 어떤 목표보다 목표를 달성하려고 선택하는 방식들이 대단히 마음에 안 든다.
아주 야비하고 너무 잔인해.
양쪽 다 잔인한데, 더 웃기는 것은 적 규정을 할 때 범주라고 할까, 그런 것이 굉장히 나빠져 있어서
이런 식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면 대단히 안 좋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지난 정권도 그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정권도 정권을 놓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감옥 가는 시간이라고 믿어야 될 거다.
이번에는 우리가 감옥 갈 차례다, (이런 식이 반복되면)
이러면 그 세계가 얼마나 각박하게 될지 알 수 있는 거다."
 
    '논란의 이문열'을 눈여겨보는 이들이 특히 불편해할 발언이다.
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일까.
 
    이씨는 "우리 사회의 최종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아주 왜곡돼 있고,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이 정상적으로 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대의정치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정치권을 대신해 인터넷이 강력한 대안 공론장으로 떠올랐지만,
그마저도 합리적인 민의 도출과는 동떨어진 '다수의 횡포'가 자행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뜻인 듯했다.

"살벌한 인터넷 공간을 보고 있으면, 인민재판이 그런 건데,
내용이나 실질보다 (여론이 형성되는) 방식과 형식이 굉장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문열이 단순한 보수가 아니라 반동이라고까지 비판하는 사람들 앞에서,
이문열을 구출해내는 유력한 알리바이는 이런 것이다. 
 
    "다수가 몰려가는 것을 보면 수상쩍습니다.
이념이나 원리에 대한 감동에서가 아니라 힘에 대한 아첨 같습니다.
다수의 열정이 맹목화될 때 싸늘한 회의 정신, 진득한 평화 정신도 필요합니다.
사회를 배로 볼 때 사람들이 다 우로 몰리든 좌로 몰리든
그 배는 파시스트 혹은 마르크시스트로 침몰하고 만다는 것을 세계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변경』을 완간한 98년 11월 본지와의 인터뷰 발언이다.
이런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어떤 경우든 책 장례식을 지낸 건 너무했던 것 같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작가의 요즘 이 책]"이 정권도 손 놓는 순간 죽거나 감옥행 각오해야"


                         

[최보식이 만난 사람]

"만 드러내는가살아간 사람의 성취 없이 이뤄진 세계는 없어"


    입력 : 2018.02.19 03:03

    [작가 이문열 단독인터뷰]

    "너무 많이 화를 내면서 내가 살아오지 않았나
    불평하고 화를 내려면 그런 자격 있어야 하는데"

    "현 정권은 조정 안 될 일을 조정해보겠다고 나섰고 북한에 매달리고 있다
    그 기술도 신통찮아 보여"

    소설가 이문열씨가 "나를 임명한 사람들이 '블랙리스트'로 감옥에 들어갔는데 남아 있을 명분이 없다"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직에 사의를 표명한 뉴스를 보고, 그와 통화했다.

    "이름은 거창해보이나 실제로는 일 년에 서너 번 회의 나가는 자리입니다.
    거마비로 20만원씩 받는 게 전부고요.
    '블랙리스트'라는 게 바보 같은 짓인데.
    적극적으로 불리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정부 지원을 안 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시행해야 하는 '블랙리스트'였다면
    일 년에 260억원의 재원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 내려왔어야 했는데."

    이문열씨는“5·18을‘혁명’이라 하고 헌법 전문에 들어가는 건국 정신이 되면 우리가 알던 세상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열씨는5·18혁명이라 하고 헌법 전문에 들어가는 건국 정신이 되면
    우리가 알던 세상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예술인복지재단은 '블랙리스트'와 무관했다는 겁니까?

    "내가 확인해봐도 받은 게 없어요.
    가령 문단(文壇)에서 이념 성향으로 나누면 절대다수는 좌파적으로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절대다수를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습니까.
    공무원 중 누군가가 어름하게 그런 걸 만들어봤는지 모르나 현실적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이렇게 과장 내지 과잉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적폐 청산'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는 요즘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할 말이 꽉 차있는 것 같았다.
    약속한 날짜에 경기도 이천의 집을 찾아간 시각은 오전 10시 반이었다. 그는 부스스한 얼굴로 맞이했다.

    "어제 자정에 시작해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와인 한 병에 맥주 두 병 얹어서…."

    ―후배 작가들이 찾아왔습니까?

    "20년 전부터 거의 혼자 마십니다. 사람들이 안 옵니다. '이문열'이라면 피해야 된다고들 여기니까요."

    ―김대중 정부 시절(2001년) '책 장례식'을 겪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해소되지 않았습니까?

    "내 책을 태우는 장례식 주도자들은 다분히 운동권적이었고 소수였지만,
    지금은 나에 대한 부정적 낙인(烙印)이 일반화됐습니다. 더 고약해진 거죠."

    그는 1998년 경기도 이천으로 옮겨왔다.
    책 인세(印稅) 수입으로 넓은 땅을 사들여
    작가 지망생들을 기르는 '부악문원(負岳文苑)'이라는 숙사를 지은 것이다.
    하지만 '책 장례식'을 겪고서는 문을 닫았다.
    그 뒤에는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을 받아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스(집필 공간)로 운영해왔다.

    "작년부터 정부 지원이 끊겨 레지던스도 문 닫게 됐습니다. 건물의 유지·보수도 어려워졌고요.
    내가 나이를 먹어도 좌충우돌해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으니…."

    ―제가 복학했던 1980년대 초반 학생회 초청으로 서울대에서 강연하는 이 선생을 봤습니다.
    그때는 박수를 받았는데요.

    "신선했겠지요. '사람의 아들' 등 존재론적인 문제를 다뤘으니까요.
    의식적으로 월북한 아버지와의 거리를 두려고 했지요.
    '영웅시대'가 이념과 관련된 내 가족사를 다룬 작품인데,
    처음엔 보안대에 의해 불온 서적으로 찍혀 납본필증도 안 나왔습니다.
    당시 운동권 학생들이 '영웅시대'를 보면서 이념 학습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뒤늦게 '그게 아니구나'라며 이 작품을 읽지 못하게 했지만요."

    ―세월이라는 게…. 어느 날 작가의 이미지가 극단으로 바뀌었고 보수 반동처럼 몰렸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부터 나를 공격 표적으로 삼는 기미가 보였는데,
    그때만 해도 열 중 한 명꼴이었을 겁니다.
    내 앞에서 깃발 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어도 전체 독자 숫자에 비하면 얼마 안 된다고 봤지요.
    뒤에서 가만히 있는 다중(多衆)을 내 편으로 봤습니다.
    어긋났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지요."

    ―왜 김영삼 정부 때 이념적 불화(不和)가 빚어진 겁니까?

    "보수(保守)의 가치를 드러내는 '근대화·산업화 세력'이라는 용어는
    3당(黨) 합당으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생겼습니다.
    보수 세력과 합쳐 권력을 쥐려면 앞 시대에 대한 승인을 해줘야 했으니까요.
    김영삼이 이런 절충을 시작할 때 정(正)과 반(反)이 안 부딪히고 자연스럽게 합(合)에 이르는,
    다시 말해 근대화·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결합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걸어봤습니다.
    하지만 김영삼은 임기 중반에 다른 정치적 문제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워 엎어버렸습니다.
    얌체 같은 짓이었지요.
    내가 참다 못해 보수 가치의 대변자로 나서게 된 겁니다."

    ―정치와 사회 현실에 너무 개입하면서 스스로 코너에 몰린 측면이 없습니까?

    "우리가 살아온 삶 속에서 어떤 가치는 지켜줘야 한다는 걸 인식시켜 주려고 했습니다.
    내가 '보수'라고 커밍아웃하자 저쪽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던 것이지요."

    ―선생의 작품에는 지나간 날에 대한 아름다움, 유교적 질서나 복고적 감수성이 주조를 이뤘습니다.
    젊은 독자들에게는 구시대적 이미지로 비칠 수도 있겠지요.

    "나쁘게 말하면 '기득권'이 되겠지만, 살아간 사람의 성취 없이 만들어진 세계는 없습니다.
    앞선 사람들도 자신의 삶에서 승인받고 싶어 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물론 나쁜 짓을 하고 해악을 끼치며 사익을 취했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은 분명히 전진해왔는데,
    우파 보수가 그런 악의로만 살아왔다면 어떻게 세상이 계속 전진해올 수 있었겠습니까.
    이들이 세상을 개선 발전시키려고 해왔던 노력과 성의도 기억해야지, 왜 악()만 드러내는가,
    그걸 무시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작가 이문열(왼쪽)
    ―급진적 프랑스혁명에 반대하며 '보수주의'를 탄생시킨 영국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의 관점(觀點)이 그렇습니다. 진보와 보수는 결국 제도와 관습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로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진보는 인류 역사의 출발선으로 되돌아가 시작하려고 하고,
    보수는 과거로부터 축적된 것을 활용해야 한다는 쪽이겠지요.

    "세상이 바뀌니 지난 보수 정권은 악(惡)의 덩어리라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부정을 하지 않으면 권력 획득을 하지 못하지요.
    사실 진보는 과거의 제도를 대부분 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성취 위에 살면서 그 과실만을 싹 빼먹고는 매도하는 것에 대해 나는 반감이 있지요."

    ―요즘 신동아지(誌)에 1980년대를 다루는 장편소설 '둔주곡'을 연재하고 있더군요.

    "1980년대는 오늘을 만들어낸 단초가 된 시대입니다.
    그전에도 좌파와 학생운동이 있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5·18과 전두환을 어떻게 보느냐가 역시 쟁점이 되겠지요?
    호남이라는 지역과 결합돼 있는 5·18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시간이 흘러도 객관적인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5·18'혁명'이라 하고 헌법 전문에 들어가는 건국 정신이 된다면
    우리가 알아왔던 세상과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역사에서 '악역(惡役)'이 있었을 때 그 개인의 악함·권력욕만 따졌지,
    시대 상황의 불가피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습니다.
    나는 이걸 냉정하게 쓸 겁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당연히 그렇게 됐어야 한다는 잣대를 대면
    과거에 이뤄진 것들은 대부분 부정될 수밖에 없지요.
    소설이라는 형식이라도 장차 논란이 되겠군요.

    "요즘 분위기에서 불리(不利)와 압박에 대해선 별로 걱정이 안 됩니다.
    다만 작품이 완결됐을 때 더 변해 있을 세상입니다.
    그런 억압을 안 가해도 세상에서는 '이문열 책은 안 봐'라고 할지 모르는 공포가 있습니다."

    ―재작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 본지 기고문에서
    '아리랑 축전 같은 촛불 집회'라고 묘사해 엄청 욕을 먹었지요?
    젊은 세대의 자발성과 달라진 소통 방식을 이해 못 한 게 아닌가요?

    "촛불 군중은 저쪽 편에서 상시적으로 있어 왔던 군중이고, 그걸 거리로 이끌어냈던 것이지요.
    뭔가 작동한 것이라고 여전히 봅니다.
    촛불 시위 당시 정연한 촛불 끄기 장면을 보고 으스스한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까."

    ―당시 기고문에서 '보수가 죽어야 한다'는 내용은 보수 진영의 반발도 불렀지요.
    결국 보수가 죽어 현 정권이 탄생됐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저렇게 사람을 못 쓰나, 어떻게 저렇게 들어앉아 있나, 내 속에서 천불이 났습니다.
    그때 내가 말한 보수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친박 중심의 보수였습니다.
    그게 살아남아서 저러니 기가 막혔지요.
    새롭게 태어나려면 죽어야 한다, 죽어서 다시 돌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정권을 말아먹고는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 중에서 죽은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재수 없는 여왕(女王)만 감옥에 있지…."

    ―현 정권은 적폐 청산 혹은 정의(正義)라는 이름으로 과거 보수 정권을 뒤집고 있습니다.
    과거를 이렇게 대하는 게 옳은가,
    지금까지 알아온 내 상식과 가치가 틀린 것인지 돌아볼 때도 있습니다.

    "저쪽이 가는 길은 전혀 낯선 게 아닙니다. 종착점은 너무 빤히 예상이 됩니다.
    너무 끔찍해 의식적으로 추리를 안 하려는 것뿐이지.
    요 며칠간에는 올림픽을 갖고 도깨비놀음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반도 위기 상황은 분명한데 처방은 확연하게 갈립니다.
    현 정권은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고 있지만,
    미국은 강력한 제재에 이은 선제타격 카드까지 만지작거립니다.

    "어느 쪽이든 모두 딜레마이고 최악의 상황을 추리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로서는 어떤 편에 서느냐 선택에 몰려있습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조정이 안 되는 일을 조정해보겠다고 나섰고 북한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 기술도 신통찮아 보입니다.
    이 또한 허구이고, 시간이 가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게 뻔합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화가 나고 막막한 심리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어느새 일흔 노인이 됐다.
    그 나이에 꽃중년처럼 행세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에게는 오래된 시간의 느낌이 있다.
    나잇값을 정직하게 하는 것인지 모른다.

    "내가 너무 많이 화를 내고 있지 않았나, 사실 불평하고 화를 내려면 그만한 자격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도 과거 20년 동안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는데, 내게 그런 자격이 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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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신(lokh****)2018.02.1914:42:20신고
    항상 신작을 기다리는 독자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문열 선생님 힘내세요.
    이승세(sal****)2018.02.1914:36:15신고
    우리의 나그네들이 가던 길을 가다 어느 새로운 길을 만났을때
    제대로 알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충 설익은 소견으로 잘못 알려주는 왜곡질에 많은 사람들이 방황한다면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다.
    이 작가가 추구하는 방향이 낯설지 않은 것은 구석진 모퉁이에서 방황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비젼이 있다고 보여진다. 제위치에서 혼탁한 현실을 필력으로 밝혀주기 바란다.
    김시영(cent****)2018.02.1914:25:12신고
    나(좌파)는 선이니까 너희들(보수)의 선악은 내가 판단하겠다는 것이 좌파의 해묵은 논리.
    이 작가님이 문단의 황구라 선배보다 더 양심적인 작가라는 것이 내 생각.
    임일규(limei****)2018.02.1914:22:21신고
    이른바 좌파작가들의 한맺힌 작품들은 이문열 소설의 재미를 따라올 수도 없을 뿐더러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다.
    고은, 조정래, 황석영 등 좌파 선동주의자들의 글 나부랭이에 등장하는 복선은
    '민중'이라는 객체를 늘 깔고 있어 역사의 중심에 두려한다.
    그러나 역사는 한쪽 수레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며 '我와 非我의 투쟁'인 것이다.
    서슬 퍼런 좌파정권의 낙인은 비열한 짓이다.
    안정권(ajk2****)모바일에서 작성2018.02.1914:18:53신고
    역시의 교훈을 무시한 적폐청산은 적폐를 대량생산하여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반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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