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를 켜면 아직도 2차 대전 때 일본과 싸우던 드라마나 영화가 나온다. 지겹도록 나온다.
중·일 '역사 전쟁'이 벌어졌던 2015년 '전승절 70주년'을 앞두고는 온종일 나오다시피 했다.
황당한 내용도 속출한다.
수류탄을 던져 날아가는 일본 전투기를 격추하고, 맨손으로 일본군을 두 동강 내는 장면이 방송됐다.
쓰러진 여군 바지 속에서 팔뚝만 한 폭탄을 꺼내 일본군을 몰살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런 드라마에 익숙한 중국 시청자들마저 "해도 너무한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미·중 '무역 전쟁'이 뜨거운 요즘 중국 TV가 6·25 관련 항미(抗美) 영화를 대거 소환하고 있다.
저녁 8시 황금 시간대 '영웅아녀(英雄兒女)' '빙혈장진호(冰血長津湖)' '기습' 등을 잇달아 내보냈다.
그중 대표작이 1956년 마오쩌둥 지시로 만든 '상감령(上甘嶺)'이다.
상감령은 강원도 철원군 일대 고개인데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부르는 6·25에서
한·미 연합군을 상대로 대승했다고 선전하는 지역이다.
물론 우리 국방부 자료와 중국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영화를 보면 중공군은 갱도를 파고 미군 폭격을 견딘다.
'지하 장성'이라 부른 이 갱도는 훗날 북한군 전술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 상감령에 투입된 15군 사령관 친지웨이(秦基偉)는 36년 뒤 중국 국방장관에 오른다.
영화 주제곡 '나의 조국'은 미군을 '승냥이'에 비유한 대목이 있는데도
이를 잘 모른 미국 백악관이 2011년 후진타오 주석 방미 때 연주를 허용하기도 했다.
무역 전쟁에서 미국의 집중포화를 맞는 중국 화웨이 회장이 그제 "상감령 진격"을 공언했다.
중국엔 진짜 민간 기업이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최근 중국은 강원도 화천군 파로호(破虜湖) 명칭을 바꾸라는 요구를 우리 정부에 하고 있다 한다.
6·25 때 국군이 중공군을 크게 물리친 것을 기념해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오랑캐를 깨트린 호수(파로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국 사람 처지에서 '오랑캐' 표현이 거슬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남의 나라 지명을 고치라고 요구하나.
▶6·25 때 중공군 개입만 없었어도 한반도 분단의 비극과 고통은 오래전에 끝났을 것이다.
중국이 국내 반미(反美) 감정을 일으키는 데 6·25를 이용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아픔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이런 나라다.
중국에 만만하게 보이면 이보다 더한 일도 겪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