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5.30 03:13
['줄리어스 시저']
카이사르·폼페이우스 대결 때 "이기는 편에 서라" 어머니 말에… 브루투스, 폼페이우스 선택
클레오파트라가 카이사르 한 살 아들 안고 로마 나타나자 4년 후 결국 카이사르 찔렀다
로마 군단의 행군 속도는 경이적이다 못해 다소 가학적이다. 평상시에는 5시간에 25㎞, 강행군은 7시간에 35㎞인데 맨몸이 아니라 쌀 반 가마니 무게 군장을 갖추고 걷는 게 그렇다. 중요한 건 이걸 매일 반복한다는 거다. '걷는다'는 표현을 썼지만 실은 뛴다. 달리지 않으면 그 시간에 그 거리 주파 못 한다. 체력 강화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군인이 몸이 편하면 딴생각을 한다. 대체로 반란 모의다. 해서 일과를 마치면 곯아떨어지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초강행군은 하루에 60㎞다. 루비콘강을 건넌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를 잡아 죽이겠다고 달렸을 때 속도다. 당시 카이사르의 군단은 로마에서 북쪽으로 320㎞ 떨어진 곳에 있었다. 눈앞에서 폼페이우스를 놓쳤을 때 그 간격은 50㎞로 좁혀져 있었다. 달아난 쪽도 죽기 살기로 달렸을 것이니 정말이지 초인적 행군 속도다. 이때 폼페이우스와 함께 도망친 게 그 유명한 브루투스다.
셰익스피어의 창작이었지만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대사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된 브루투스와 카이사르의 인연은 브루투스의 어머니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어머니 세르빌리아는 카이사르의 정부(情婦)였다. 아들이 없었던 카이사르는 정부의 아들을 친자식처럼 위했고 그 아들 역시 카이사르를 존경하고 따랐다. 그랬던 브루투스이니 카이사르의 루비콘 도강 당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아들에게 주는 세르빌리아의 조언은 명료했다. "이기는 편에 서거라." 어머니 말에 브루투스는 폼페이우스를 선택한다. 카이사르의 군단은 2만명 내외. 그러나 폼페이우스가 한판 승부를 위해 그리스로 불러들이고 있는 군단병 숫자는 그 네 배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르빌리아는 영리한 여자였다. 혹시나 카이사르가 이기더라도 설마 연인의 아들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폼페이우스와 전투를 앞두고 카이사르는 브루투스를 발견하면 절대 죽이지 말라고 병사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브루투스는 자기가 왜 목숨을 보전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창작이었지만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대사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된 브루투스와 카이사르의 인연은 브루투스의 어머니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어머니 세르빌리아는 카이사르의 정부(情婦)였다. 아들이 없었던 카이사르는 정부의 아들을 친자식처럼 위했고 그 아들 역시 카이사르를 존경하고 따랐다. 그랬던 브루투스이니 카이사르의 루비콘 도강 당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아들에게 주는 세르빌리아의 조언은 명료했다. "이기는 편에 서거라." 어머니 말에 브루투스는 폼페이우스를 선택한다. 카이사르의 군단은 2만명 내외. 그러나 폼페이우스가 한판 승부를 위해 그리스로 불러들이고 있는 군단병 숫자는 그 네 배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르빌리아는 영리한 여자였다. 혹시나 카이사르가 이기더라도 설마 연인의 아들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폼페이우스와 전투를 앞두고 카이사르는 브루투스를 발견하면 절대 죽이지 말라고 병사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브루투스는 자기가 왜 목숨을 보전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전투에서 패배한 폼페이우스를 추격하던 카이사르는 이집트 내전에 휘말리게 되고 클레오파트라 편을 들어 그녀를 단독 여왕으로 세운다. 깜찍하고 똑똑한 열여섯 이집트 소녀는 전쟁에 지친 중년 전사를 사로잡았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낸 카이사르가 로마로 귀환하고 1년 뒤 클레오파트라가 로마를 찾는다. 로마 시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까무잡잡한 이국 여자라서? 아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왕조는 알렉산드로스의 부관이 세웠다. 그가 마케도니아 출신이었으니 클레오파트라 역시 피부가 흰 유럽 여인이었을 것이다. 로마 시민들이 떨떠름했던 건 그녀가 너무나 당당했으며 여섯 가지 이상 외국어를 구사하는 데다(당시에는 아주 드문 일) 결정적으로는 카이사르의 한 살 된 아들을 대동했기 때문이다. 원로원을 방문한 클레오파트라에게 브루투스는 깊은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클레오파트라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설명하는 아들을 보고 세르빌리아는 혀를 찼다. "얘야, 넌 새가 된 거란다." 당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의 후계자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4년 후 브루투스는 암살단 일원으로 카이사르 앞에 서게 된다. 암살단에는 또 다른 브루투스가 있었는데 이 인간 역시 카이사르의 측근이어서 "너마저!"가 혹시 사실이라도 둘 중 누구를 지목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카이사르 암살을 다룬 영화 중 가장 정통을 꼽으라면 셰익스피어 원작의 1955년 작 '줄리어스 시저'다. 대사는 화려하고 영상은 지루한 작품인데(재미없다는 말씀) 영화에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보다 로마를 더 사랑했기에 그를 죽였다고 말한다. 글쎄. 행적을 봐서는 별로 신뢰가 안 간다. 세간의 평은 어떨까.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는 세 얼굴을 가진 사탄이 나온다. 이 사탄은 각기 그 입에 배신자 세 명을 물고 있는데 가운데가 예수를 배반한 유다이고 왼쪽이 브루투스다. 서양 문명사에서 브루투스의 입지가 그렇다.
로마 군단의 행군 속도로 글을 시작한 건 우리나라 육군이 신 병 훈련에서 20㎞ 완전 군장 행군을 없애는 것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경험자들은 그 행군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연세대 김상근 선생은 이런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로마 군단이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 로마 제국은 쇠락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 고대 로마와 대한민국의 거리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카이사르 암살을 다룬 영화 중 가장 정통을 꼽으라면 셰익스피어 원작의 1955년 작 '줄리어스 시저'다. 대사는 화려하고 영상은 지루한 작품인데(재미없다는 말씀) 영화에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보다 로마를 더 사랑했기에 그를 죽였다고 말한다. 글쎄. 행적을 봐서는 별로 신뢰가 안 간다. 세간의 평은 어떨까.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는 세 얼굴을 가진 사탄이 나온다. 이 사탄은 각기 그 입에 배신자 세 명을 물고 있는데 가운데가 예수를 배반한 유다이고 왼쪽이 브루투스다. 서양 문명사에서 브루투스의 입지가 그렇다.
로마 군단의 행군 속도로 글을 시작한 건 우리나라 육군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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