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정년(停年) 연장' 문제로 프랑스가 뒤집어졌다.
정부에서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자 수백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를 외쳤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 다니면 월급 도둑) 나라에서 간 특파원 눈엔 정말 이상해 보였다.
유럽에서 몇 년 근무하면서야 이해하게 됐다.
유럽인에게 은퇴란 노동으로부터 해방과 여유로운 연금생활자로의 전환이라는 것을.
▶지난 2월 대법원이 육체노동자 정년을 만 65세라고 판결했다.
30년 전인 1989년, 60세라고 했던 판결에서 5년 연장한 것이다.
늘어난 수명(남자 79.7세, 여자 85.7세)을 생각하면 정년 연장은 가야 할 길이다.
법원 판례 기준으로 이미 65세 이상 정년이 인정돼온 직종도 있다.
변호사·한의사·목사·승려는 70세,
소설가·의사·약사·농민은 65세다.
반면 가수와 프로야구 투수에 대해선 정년을 40세로 본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5/16/2019051603597_0.jpg)
▶공자는 40세를 불혹(不惑)의 나이라 했지만 요즘은 유혹(誘惑)의 나이라고 한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60세쯤 돼야 철이 든다"고 말한다.
38년 전 각종 사회보장 혜택의 기준이 되는 노인 나이를 '65세'로 정할 당시
65세 이상은 인구의 4%에 불과했다.
현재는 인구의 15%, 737만명이나 된다.
법정 노인이 되면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수급 등 혜택을 누린다.
지하철 개찰구에서 승차권을 갖다댈 때 젊은이 승객처럼 '삑' 소리가 아니라 '삐빅' 소리가 난다고 해서
'삐빅 세대'라는 말도 듣는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지원금이 한 해 6000억원을 넘는다.
5년 뒤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다.
▶일본 아베 정부가 현재 65세인 정년을 70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현재 7500만명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30년 뒤엔 5300만명으로 쪼그라든다.
노인을 더 활용하지 않고는 구인난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복지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엊그제 전국 버스 4만대가 멈출 뻔한 '버스 대란'을 막은 데엔 '정년 연장'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버스기사 정년을 60세에서 63세로 올려주겠다는 제안이 먹혔다는 것이다.
보릿고개를 경험한 장년 세대는 근로 의욕이 높고 자립 의지도 강하다.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는 쓰레기 줍고 잡초 뽑는 '허드렛일'이 대부분이다.
정년 연장도 좋지만 바퀴를 갈아 끼우고(re-tire) 인생 이모작을 꿈꿀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더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