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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149]G. M. 트리벨리언 '영국사' (서지문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19. 5. 7. 15:48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49] 잠기지 않는 정부의 수도꼭지


조선일보
                             
  •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          
    입력 2019.05.07 03:09

    G. M. 트리벨리언 '영국사'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며칠 전 누군가 단톡방에

    자유한국당을 해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6000만에 육박한다는 우스개를 올린 것을 보고,

    드루킹의 매크로 프로그램이 멈춰야 할 적정선을 지시받지 못하면 그렇게도 되겠구나 싶어 헛웃음이 났다.

    문재인 정부는 마음이 어느 콩밭에 가 있는지, 자기들이 시행한 정책의 효과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듯하다.

    이 정부의 모든 관심은 표제와 포장이 그럴듯한 정책을 '출시'하는 것이고,

    그 정책이 국민에게 축복인지 재앙인지는 알아볼 필요도 못 느끼는 것 같다.

    수도꼭지를 틀었으면 그만이지 귀찮게 또 잠그냐는 듯이.

    넘친 물에 국민의 발이 잠기고 발목, 허리, 가슴으로 물이 차오르는데

    먹을 물은 없어도 구정물 먹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들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에 피폐해진 국민의 삶은 아랑곳없이

    정부가 비례대표연동제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신설이라는 악법 제정을 신속히 강행하려니까

    국민적 비판과 저항이 유례없이 강렬하다.


    그래서 방패로 써먹기 위해선지 대통령이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빙했다.

    얼핏 보기에도 그 편 사람들 같은데 도저히 '문비어천가'를 바칠 상황이 못 되는지

    이런저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월찮게 나온 모양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반응은 '화해와 통합을 위해서' 적폐 수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동문서답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기발한 모순어법인데, 한국 사회의 화해와 통합이 어떤 상태이길래

    두 전직 대통령과 원로급 공직자들, 변창훈, 이영렬, 이재수, 박찬주 등 나라의 동량(棟梁)들을

    그 불쏘시개로 소모하고도 모자라서 이제는 묵은 섹스 스캔들과 마약 소굴까지 뒤져야 하는 걸까?


    국민의 반이 '적폐'로 소진되면 절반의 화해·통합은 이룩되는 것일까?

    17세기 영국에서는 청교도 주도의 시민혁명이 일어나서 국왕 찰스 1세처형했다.

    10여 년 후에 국민이 청교도 치세의 독선과 속박에 질려서 다시 왕정을 택했을 때,

    왕위에 오른 찰스 2세 아버지 죽음에 대한 보복을 최소화했다.


    공화정의 공보 장관으로 청교도 혁명을 열렬히 변호했던 대시인 밀턴

    나이 들고 실명했기 때문에 사면받아서 실낙원, 복낙원 등 위대한 서사시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이루어진 국민 화합영국의 무한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집권 5년 후에는 폐허만 남을 듯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6/20190506015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