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일부 좌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10월 26일은 '탕탕절'로 통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시해당한 10·26을 희화화하려는 목적인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도 공교롭게 같은 날이라 이 둘을 엮은 것이다.
'탕탕'은 김재규와 안중근의 총격 소리를 뜻한다.
이 네티즌들은 "'민족의 쾌거'를 일으킨 김재규는 '열사' 반열에 올라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넷과 달리 군에서 김재규는 금기의 인물로 남아 있었다.
'군 통수권자 시해'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김재규는 육사 2기 출신으로 18대 3군단장과 15대 6사단장 등을 지냈지만,
군은 10·26 이후 김재규 사진을 전 부대에서 떼어냈다.
그가 거쳤던 부대의 기록물에서도 이름을 삭제했다.
10·26 직후 일부 종교 단체에서 김재규 구명운동을 벌이자
전두환 당시 중앙정보부장 서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아비를 죽인 자식과 다를 바 없는 패륜아"라고 하기도 했다.
▶40년간 창고에 박혀 있던 김재규 사진이 다시 군에 걸린다고 한다.
국방부가 '역사적 사실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 역대 지휘관의 사진 전부를 게시할 수 있도록
부대 관리 훈령을 개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김재규의 사진과 약력이 육군 홈페이지에 게재되고,
그가 거쳤던 부대의 역대 지휘관 명단에도 올라갈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재규 복권'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재작년 기무사 국감 때 한 여당 의원은
"전두환·노태우 사진도 있는데 사령관 지낸 김재규 사진은 왜 없냐"고 문제 제기를 했다.
기무사는 바로 김재규 사진을 걸려고 했으나 예비역 장성들이 반발하자 철회했다.
그러다 기무사 후신으로 출범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다시 김재규 사진 복권을 추진했으나 논란이 일자
아예 전두환·노태우를 포함한 모든 역대 사령관 사진을 떼버리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김재규 띄우기'는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폄하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정치적 목적은 일절 없고,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알리려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중시한다는 사람들이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한다며 서울 도심에 내건 주요 독립운동가 초상화에서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사진만 쏙 뺐다.
아무 설명도 없다.
이 정권 사람들의 이중 잣대는 사진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