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로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았다.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 소감에서 "세계 평화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1960년에 태어나 전쟁을 겪지 않은 첫 일왕인 만큼 과거사를 더 객관적으로 직시하기를 기대한다.
30년 만의 국왕 교체를 맞아 일본 전역에서 '새로운 일본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도 이웃 나라의 새 시대 개막을 축하해야 하지만
현재 한·일 관계는 축전(祝電)이 어색할 정도로 수교 이래 최악이다.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추진, 위안부 합의 파기,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초계기 레이더 조준 논란
등이 겹치면서 악화 일로에 있다. 외교·안보·경제 어디에도 성한 곳이 없다.
만약 강제징용 판결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뤄지고 일본 정부가 보복에 나서면
양국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선 관세·송금·비자 제한 등이 보복 조치로 거론된다.
양국 간 고위 인적 교류는 끊긴 상태다. 방치할 일이 아니다.
지금 동북아는 '신(新)합종연횡'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핵 포기' 기만술을 쓰던 김정은은 하노이 미·북 회담이 깨지자 러시아로 달려가 푸틴을 만나는 등
과거의 북·중·러 공조를 부활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무역 압박에 중국은 일본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등 대일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일본도 여기에 화답해 중국의 '일대일로' 국제회의에 대표단을 보냈다.
아베 총리는 4~6월 석 달 사이 트럼프 대통령을 세 번 만나 미·일 동맹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이렇게 급변하는 주변 정세 속에서 우리 외교는 대북(對北) 일변도로만 가고 있다.
정작 북은 불러도 대답조차 없고, 한·미 단독 정상회담은 사실상 '2분'에 그쳤다.
270분 이상 대화를 나눈 미·일 정상회담과 대비되지 않을 수 없다.
아베가 북·일 정상회담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한국만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상징적 존재라고 하지만 일왕은 일본에서 특별한 영향력을 갖는다.
새 일왕 즉위가 한·일 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양국 정부가 상대국에 대한 악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행태부터 버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를 축하한다"는 축전을 보냈다.
6월 일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국) 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만나
과감하게 문제를 푸는 첫 발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한·일 양국은 서로 이사 갈 수 없는 지정학적 숙명 관계에 있다.
경제, 안보 모두 떼려야 뗄 수 없게 얽혀 있다.
하루빨리 두 나라가 이 비정상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