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4.24 03:16
지난해 베트남 교민 사회에서는 김도현 신임 대사의 언행이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고 한다.
김 대사는 현지 고위 관리와의 첫 만남 자리에 정장이 아닌 캐주얼 차림에 백팩까지 메고 나타났다.
한 외교 행사에서는 현지인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베트남전 때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얘기를 꺼내
분위기가 어색해진 일도 있었다.
현지 교민 한 명은 "가끔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침없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해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외시 27회인 그에 대한 외교부 선후배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외시 27회인 그에 대한 외교부 선후배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하지만 '엄청 튄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직 상관은 "보통 주니어들은 상관의 외부 식사 자리에 배석하면 조용히 밥만 먹는 경우가 많은데,
김도현은 거리낌 없이 대화에 참여해 일장 연설을 했다"고 전했다.
'김선일 피살 사건' 때는 이라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청와대 NSC가 현장 감각이 떨어져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말해 외교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김 대사를 외교가의 유명 인사로 만든 건 '투서 사건'이다.
노무현 정부 때 그는 외교부 북미국 직원들 회식 자리에서 나온 사담(私談)을 정리해
몰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냈다.
회식 때 "대통령과 386들이 세상 물정 모르고 한·미 관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얘기한 내용이
고스란히 청와대로 들어갔다.
미국 담당 과장·국장에 장관까지 경질됐다.
일개 서기관이었던 그가 '자주파 핵심'으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당시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외시 기수로는 국장급인 그가 이 정부 들어 차관급 자리인 베트남 대사에 발탁된 데는
투서가 '훈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 대사의 비위를 담은 투서가 접수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 대사의 비위를 담은 투서가 접수됐다고 한다.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권과 고급 숙소를 제공받은 혐의가 있는 데다
대사관 직원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한 것도 문제가 됐다고 한다.
김 대사는 곧 본부에 소환돼 징계위원회 조사를 받게 된다.
외교부는 김 대사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다만 일부 교민 단체들은 "김 대사만큼 기업 민원과 비자
문제 해결에 발벗고 뛴 사람은 없다"며
구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김 대사가 투서로 목을 날렸던 직속상관들은
▶김 대사가 투서로 목을 날렸던 직속상관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핵심 요직에 있다 이번 정권 들어 '적폐'로 찍혔다.
김 대사는 반대로 민간 기업으로 나갔다가 현 정부에서 누구보다 화려하게 컴백했다.
투서로 뜬 그가 거꾸로 투서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니, 인간사 참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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