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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아녜스 바르다 특별展 (황지윤 기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4. 8. 19:31



[황지윤 기자의 혼자 보긴 아까워] "나는 유쾌한 페미니스트"


조선일보
                             
               
입력 2019.04.08 03:00 | 수정 2019.04.08 05:12

아녜스 바르다 특별

황지윤 기자
'누벨 바그의 어머니' 고(故) 아녜스 바르다〈사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바르다 바이 아녜스'(2019)를 본 건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다.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삶을 되짚은 자전적 영화.
시차로 인해 프리드리히슈타트 팔라스트 극장에서 병든 닭처럼 졸고 있던 나는,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듯 화려한 색감과 낯선 화면에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아흔 할머니의 위트에 웃고,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에 감탄을 연발하면서!

베를린의 감동을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오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아녜스 바르다 특별전'.
평소 관객이 많지 않은 단관 극장이지만 바르다 특별전으로 평일 저녁 시간에도 200석이 빼곡히 들어찬다. 지난달 작고한 바르다를 기리는 추모 행렬이 한국의 예술영화관에서 이어지는 셈.

이번에 놓치면 아쉬울 영화 세 편을 꼽자면 '행복'(1965), '라이온의 사랑'(1969), '방랑자'(1985)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천연덕스럽게 '행복'을 운운하는 가부장의 철없는 해맑음을 다룬 '행복'.
1960년대 미국 히피 문화와 정서를 담아냈지만 오늘날 봐도 실험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라이온의 사랑'.
1985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방랑자'는
10대 여성 히치 하이커가 노숙인이 돼 죽음에 이르기까지 거쳐 온 길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렸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
/AFP 연합뉴스

바르다의 영화는 '여성'을 주로 다룬다.

그는 자신을 "유쾌한 페미니스트(joyful feminist)"라고 칭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자긍심을 고취하는 부류의 영화를 만들진 않았다.

그가 창조해낸 여성들은 오히려 불운하거나, 불안하거나, 정상 궤도에서 비켜나 있다.


바르다의 남다른 점은 여성 캐릭터와 이를 둘러싼 세계를 찬찬히 살피는 서늘한 섬세함,

그리고 이를 새로운 형식으로 스타일리시하게 구현해내는 독창성이다.


그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성 감독'이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가 관건이죠.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자기만의 구조를 구축해야만 합니다." (02)741-9782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8/20190408001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