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3.30 03:00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
김경훈 지음|시공아트|348쪽|1만6000원
1944년 10월 20일 미 극동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필리핀 레이테섬에 상륙했다.
김경훈 지음|시공아트|348쪽|1만6000원
1944년 10월 20일 미 극동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필리핀 레이테섬에 상륙했다.
굳은 얼굴의 맥아더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을 헤치며 성큼성큼 걸었다.
영락없는 승리의 화신이었다.
이 장면을 담은 사진은 2년 전 일본군에게 필리핀을 내줬던 '패장' 맥아더의 이미지를 단숨에 역전시켰다.
사진이 그렇게 나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맥아더는 수심이 얕아 뭍까지 다다르지 못한 함장이 중도 하선을 '명령'하는 바람에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촬영 경위야 어쨌든 효과는 만점이었다. 맥아더는 사진의 힘을 실감했다.
이듬해 필리핀 루손섬 상륙 때 기자가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안 맥아더는
배를 일부러 멈추고 바닷물 속을 걸었다.
인천 상륙 때는 사진에서 맥아더를 돋보이게 하려는 듯 부관이 키 큰 병사들의 접근을 막더라는 증언도 있다.
사진은 메시지다.
거기엔 한 장의 사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사연이 있고, 사진이 촉발해낸 논쟁이 있고,
사진이 보여주는 시대의 단면이 있다.
2002년부터 로이터통신에서 사진기자로 활동 중인 저자가 그 이야기들을 풀어나간
다.
전설적 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전쟁 사진, 지금 보면 너무나도 건전한 일본 최초의 누드 사진 포스터,
저자가 직접 촬영한 캐러밴(미국으로 가는 중남미 이민자들) 모녀 사진까지
한 장 한 장 앨범에서 꺼내 펼쳐 보이는 듯하다.
사진 잘 찍는 법을 알려주지 않지만 일종의 안내서처럼 읽히기도 한다.
사진 잘 찍는 법을 알려주지 않지만 일종의 안내서처럼 읽히기도 한다.
사진을 읽는 눈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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