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책]야마모토 시치헤이, '기다림의 칼' (박훈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19. 3. 30. 14:40



[박훈의 역사 서재] 克日 하려거든, 도쿠가와를 읽어라


조선일보
                             
  •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          
    입력 2019.03.30 03:00

    기다림의 칼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한국인처럼 일본에 대해 막대한 관심을 가지면서도 지식이 빈약한 경우는 달리 찾기 힘들 것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일본에 경쟁심을 불태우고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일본 특히 일본사 공부는 황량하다. 정말 극일을 하고 싶다면 그들의 역사를 아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일 텐데 말이다.

    나는 극일·반일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일본사에는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극일을 원하는 건가 의심한다.

    드물게 우리에게 알려진 역사 인물도 대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토 히로부미처럼
    한국사와 악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나마도 전자는 이순신, 후자는 안중근과의 접점 부분만 안다.
    우리에게는 유감스럽지만 히데요시는 일본 근세, 히로부미는 일본 근대의 '파운더(founder·건설자)'다.
    새로운 일본 만들기가 그들 손으로 이뤄졌다. 임진왜란도, 한국 병합도 그 과정에서 일어났다.
    명량해전도, 하얼빈 의거도 열심히 공부해야겠지만 그것만 알아서는 일본을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면 극일도 할 수 없다.

    기다림의 칼

    다행히 소설 '대망' 덕분인지 도쿠가와 막부를 수립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래도 지명도가 있다.

    야마모토 시치헤이(박선영 옮김)가 쓴

    '기다림의 칼: 100년의 잔혹 시대를 끝낸 도쿠가와 이에야스'(21세기북스)는

    '근세'라는 시대의 성격, 이에야스의 업적이 갖는 역사적 의미, 그의 인간적 면모와 독특한 리더십을

    흥미롭게 전해준다.

    오다 노부나가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혁신적 정책들을 이에야스는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안착시켰다.

    정책은 혁신적이었지만 실행 과정은 노회하고 우회적이었다.

    그는 수많은 전국시대 무장 중에서도 출전 경험이 가장 많은 장수 중 한 명이었다.

    지휘할 뿐 아니라 적진에 깊숙이 들어가 병사처럼 싸웠다.

    전투에도, 정책에도 윗사람이라고 뒤로 빠지지 않고 현장에서 '터프하게 붙었다'.

    지금 일본 사회의 뿌리는 도쿠가와 시대에 있다. 메이지 유도, 근대화도 그 뿌리 위에서 전개되었다.

    그러니 현대 일본을 깊게 이해하려면 도쿠가와 시대를 알아야 하고, 그 창설자인 이에야스를 공부해야 한다.


    내가 수십년 동안 만나 온 수많은 일본 사람은 소리 높여 '반일!'을 부르짖는 사람보다

    이에야스를, 사카모토 료마를, 도조 히데키를 읽고 아는 한국 사람을 더 평가하고 경계했다.

    예외 없이, 하나같이 그랬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30/20190330000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