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까지 낸 日 패셔니스타 부부
"車 없애고, 옷은 한벌 5만원 이하로… 검약과 호기심이 연금생활자의 품격"
현재 인스타그램 계정(bonpon511) 팔로어만 77만4000명. 수십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당신들처럼 늙고 싶다"며 환호한다. 13일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만난 본(63·남편)·폰(61·아내) 부부는 "호기심을 잃지 않고 긍정적 사고를 하는 것이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에세이집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웅진지식하우스)도 최근 출간됐다. '본'과 '폰'은 부부의 별명. 실명은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새 보금자리의 선택 기준은 '가격'. 연금생활자에겐 한 푼이 아쉬우니 지은 지 오래되었어도 저렴한 아파트를 구했다. 자동차는 없애고 살림살이도 10분의 1로 줄였다. 옷을 좋아하지만 구입할 땐 가격 제한을 뒀다. 한 벌에 5000엔(약 5만원) 이하. 유니클로나 무인양품 같은 중·저가 브랜드를 애용하고, 야후 옥션에서 중고 의류를 사 입는다.
모던한 옷차림을 하게 된 건 10년쯤 전부터. 아내 폰은 쉰두 살 때 머리 염색을 그만뒀다. 그전까진 또래들처럼 입었지만 백발엔 어울리지 않았다. 딸아이의 모던한 옷을 빌려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니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평소의 바람이 이루어진 듯했다. 옷차림에 어울리게 머리도 직접 잘랐다. 딸의 권유로 커플 코디를 시작한 것도 그즈음. 아내가 옷을 결정하면 남편이 그에 어울릴 듯한 것을 고른다. 소재를 맞추거나 빛깔을 맞추는 식으로 입는다. 흰 피부와 흰 머리에 어울리는 흑백, 빨강, 파랑에 깅엄체크나 도트, 또는 줄무늬를 즐겨 입는다.
둘이서만 살면서부터 식사는 '늦은 아침'과 '이른 저녁'으로 하루 두 끼. 요리라는 '의무'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아내의 소망이 반영됐다. 장보기는 산책을 겸해 부부가 함께 한다. 식료품을 살 때도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다. 국내산, 무농약 여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젊은 시절 무척 가난했기 때문에 '맛있게 먹을 수 있
으면 뭐든지 좋다'는 생각이 마음 밑바닥에 남아있나 봐요." 부부는 1970년대 도쿄의 미술전문학교에서 만났다. 동거 3년 만에 결혼했다. 시어머니 모시고 두 딸 키우며 복작복작 살던 인생 1라운드를 마치고 둘이서 단출하게 시작한 '제2의 인생', "건강하고 사이좋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삶의 마지막 터전을 일군 부부의 결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