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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善終 10주기… 김수환 추기경

colorprom 2019. 2. 8. 14:41

물 한 잔에도 "감사"… 그의 사랑을 되짚어보다


조선일보
                             
             
입력 2019.02.08 03:00

오는 16일 善終 10주기…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지난 1995년 '열린음악회'. 방청석에 있던 김수환 추기경은 사회자 권유로 일어나 '등대지기'를 부른 후 '즉석 앙코르'로 가수 김수희의 '애모'를 무반주로 열창했다. 항상 엄숙한 추기경만 봐왔던 국민들은 그의 입에서 유행가 가사가 흘러나오자 깜짝 놀랐다. 남녀 간의 사랑 노래로만 여겨졌던 이 곡 가사의 의미도 김 추기경이 부르자 달리 보였다. '그대'와 '당신'은 '하느님' 혹은 '주님'으로 들렸다.

오는 16일은 김수환(1922~2009) 추기경 선종(善終) 10년이 되는 날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는 다양한 추모 행사를 마련했다.

한국 최초의 추기경인 김 추기경은 여러 모습으로 사람들 기억에 새겨졌다. 민주화운동·노동운동의 대부(代父), 가난한 사람들의 수호천사로 불렸지만 노년엔 천주교 내부에서 "변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김 추기경은 칭송을 들을 때나 비난·비판을 받을 때나 한결같이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유머를 잃지 않았다. 사진에 담긴 그의 모습 중 가장 환한 표정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만났을 때였다. 서울 영등포역 부근의 무료 자선병원 '요셉의원'이나 성매매 여성 쉼터의 성탄미사, 그리고 가톨릭 사회복지단체를 찾았을 때의 표정이 그랬다.

마주 보고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수환 추기경은 사진 속 인물이다. 2009년 김 추기경 선종 후 명동성당 입구에 전시된 김 추기경의 웃는 모습 사진을 한 추모객이 바라보고 있다.
마주 보고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수환 추기경은 사진 속 인물이다. 2009년 김 추기경 선종 후 명동성당 입구에 전시된 김 추기경의 웃는 모습 사진을 한 추모객이 바라보고 있다. /오종찬 기자
불면증과 노환으로 시달리던 생(生)의 마지막 5년간 지근거리에서 추기경을 보필한 비서수녀는 선종 직후 조선일보와 만나 "물 한 잔을 드려도 '고맙다'고 했던 분"이라며 "선종 당시 고통 없이 편안한 얼굴이셨고 깨끗하고 고요하게 가셨다"고 회고했다. 추기경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던 선종 이틀 전(2월 14일) 비서수녀에게 건넨 마지막 선물도 '환한 미소'였다. 2009년 김 추기경의 선종은 일종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장례 기간 동안 명동성당 앞에서 시작한 줄은 가톨릭회관을 지나 지하철 명동역 입구까지 길게 이어졌다. 연인원 40만명에 이르렀다. 혹한의 날씨에 조문을 위해 줄 선 추모객을 위해 상인들은 건물의 화장실을 내주고 따뜻한 음료를 나눴다. 김 추기경이 생전에 각막을 기증했다는 소식에 2009년 사후 장기 기증 서약자는 3만명을 넘었다. 이전 20년간 서약자와 맞먹는 숫자였다. 김 추기경이 말한 '감사와 사랑'은 장례 과정과 장기 기증 서약에서 이미 종교의 벽을 넘어 실천되고 있었던 셈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1997년 마더 테레사 수녀 추모 미사 후 명동성당 마당에서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왼쪽). 2006년 2월 자신의 후임으로 서임된 정진석 추기경을 축하하는 김 추기경(중간). 2009년 명동성당을 에워싼 추모 인파(오른쪽).
김수환 추기경이 1997년 마더 테레사 수녀 추모 미사 후 명동성당 마당에서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왼쪽). 2006년 2월 자신의 후임으로 서임된 정진석 추기경을 축하하는 김 추기경(중간). 2009년 명동성당을 에워싼 추모 인파(오른쪽). /이기룡 기자·이진한 기자·오종찬 기자

서울대교구가 추모 행사의 주제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큰 줄기는 '감사'와 '사랑'으로 모아진다. 16일 오후 1시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추모 미사가 봉헌된다. 11~23일 서울대교구청 1898광장에서는 사진전도 열린다. 14일 오후 명동대성당 코스트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은 항상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먼저 챙겼던 그의 삶과 신앙을 되새기는 자리다. 17일 오후 5시 코스트홀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 '내 기억 속의 김수환 추기경'은 평화방송·평화신문이 주관해 김 추기경과의 일화를 적은 수기 공모전 당선자들이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18일 오후 8시엔 명동대성당에서 기념음악회도 열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08/20190208001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