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산업한류혁명' 출간한 박광기씨

colorprom 2019. 1. 14. 14:38


[최보식이 만난 사람]

"자동차를 팔면 乙이 되지만, 자동차 산업 육성해주면 우리가 甲 된다"

             
입력 2019.01.14 03:12

삼성전자 前 부사장의 삼성을 향한 苦言… '산업한류혁명' 출간한 박광기씨

"삼성이라는 열차가 달려가고 있는 종착역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다른 궤도로 바꿔 타야 할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도 기존 사업의 관성으로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습니다."

박광기(57)씨는 커피숍에서 열변을 토했다. 그는 4년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스스로 그만두고 '어떻게 다시 성장할 것인가' '제2 창업 시대' '산업한류혁명' 등을 펴낸 삼성맨이다.

삼성전자에서 오너 가문을 빼고 가장 젊은 나이(42세)에 상무로 승진했고 아프리카 총괄·동남아 총괄을 거쳐 본사 TV사업부 글로벌 마케팅 전략 팀장(부사장)을 맡았다. 실적이나 평가도 좋았는데 그는 1년쯤 지나 제 발로 걸어나왔다. 필자의 15배 되는 연봉을 포기한 것이다.

박광기씨는“청년 창업 벤처 필요하지만 이미 국민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의‘제2 창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기씨는“청년 창업 벤처 필요하지만 이미 국민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의‘제2 창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그때 이미 삼성전자는 목표의 끝이 보이는 궤도로 가고 있었습니다. 삼성을 위하는 길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직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마음과 안목으로 삼성과 국가 경제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연구·설계해 보고 싶었습니다."

―소위 '조직의 삼성'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개인적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을 나왔다고 하니 유별난 것 같군요.

"저는 30여 년간 삼성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총괄본부장을 맡아 소위 해외 장사를 했습니다. 바깥에서 바라보면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보였습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기업의 경쟁력 상실에서 비롯된 겁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역할이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그를 만난 것은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3분기 때보다 각각 9.9%, 38.5%나 줄어들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였다. 우리나라를 그동안 먹여 살렸던 자동차·조선업의 추락에 이어 스마트폰과 반도체까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신사업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니 '삼성발(發) 한국 경제 위기론'까지 나옵니다. 기업의 주력 사업은 성장의 변곡점(變曲點)에 들어섰습니다. 현 주력 산업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꼭짓점에 도달했고 이제부터 내리막이라는 뜻입니다. 정부가 저성장과 양극화,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과 금융 같은 거시 정책을 아무리 쓴들 지금과 같은 산업 변곡점에서는 먹히지 않습니다. 실물 경제 주체인 기업을 어떻게 다시 진화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삼성전자에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 있으니 앞으로 살길을 연구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기업의 미래는 전문 경영인의 숙제가 아닙니다. 재벌의 봉급쟁이 사장은 자신의 임기 안에 맡은 사업을 얼마나 더 키우고 이익을 더 내느냐에 관심이 있습니다. 현 재벌 구조에서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에게 달린 겁니다. 할아버지·아버지 시절 만들어놓은 사업은 종착점에 다가섰고 다른 궤도로 갈아타야 합니다."

―얼마 전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초격차(超隔差)'라는 베스트셀러를 냈지요.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현격한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것인데, 요즘 삼성 사장단도 이를 모토로 삼고 있더군요.

"우리의 답은 '초격차'가 아닙니다. 같은 기술의 혁신은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궤도로 월등하게 앞서 간다는 것이 중국의 '제조업 굴기(倔起)' 앞에서 언제까지 가능하겠습니까. 우리는 태양광 사업을 미래 산업이라며 키웠지만 중국 업체의 태양광 공급 과잉에 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차 6만7000대 보급을 발표했는데 중국은 100만여 대를 하겠다고 했지 않습니까."

―사실 '초격차'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건너왔지요.

"제가 30년 전 삼성에 입사했을 때 소니·도시바가 한국은 결코 따라올 수 없다며 '초격차'라고 말했습니다. 잘나가는 코닥·노키아·소니·샤프 등이 우리보다 기술이 떨어져 망했나요. 샤프는 우리보다 LCD 기술이 더 좋은데 왜 망했습니까."

―경쟁에서 기술력이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기술은 금세 베끼고 따라오는 시대가 됐지요.

"삼성이 기술력으로만 일본 기업을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우리가 공격적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해 더 넓은 시장 영토를 확보했기에 일본을 앞섰던 겁니다. 기술은 더 넓은 시장에 노출되고 그 시장의 수요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전하는 겁니다."

―혁신 기술이 연구실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군요.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며 스마트 공장을 짓고 연구개발 지원금을 제공한다는데, 정말 산업을 모르는 겁니다. 반월·시화공단에 가보세요. 당장 일감이 없습니다. 기계 절반가량이 놀고 있는데 스마트 공장을 하면 일거리는 누가 줍니까. 문 대통령도 연두 회견에서 공장 스마트화를 말씀했는데 아마 지금 경제 상황에서는 있는 일자리만 줄이게 될 겁니다."

아프리카 본부장 시절 생전의 만델라와 함께.
아프리카 본부장 시절 생전의 만델라와 함께.
―당신의 답은 뭔가요?

"대기업은 지금까지 경쟁해온 사업의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갈아타야 합니다. 지구촌의 더 넓은 시장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벌은 그동안 '문어발' 욕을 먹어왔기에 오너 3대(代)에 와서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삼성의 90%'라며 50여 개 관계사 중 삼성전자만 챙깁니다. 정의선은 현대차, 구광모는 LG전자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경쟁 우위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요?

"이 때문에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오너의 관심권에 벗어난 나머지 관계사들은 각자 살아남기 위해 버티기를 합니다."

―이는 그 대기업에서 알아서 할 일이겠지요.

"문제는 관계사들이 각자 버티려고 자회사·협력업체들을 쥐어짜는 겁니다. 그 유지 비용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갑질이 일어나는 겁니다. 정부는 '공정 경제'를 내걸며 이런 대기업을 압박해오고 있습니다. 성장 변곡점, 반기업 정서, 갑질 논란, 강성 노조, 규제 등의 문제를 안은 채 대기업은 생존 기로에 직면했습니다. 대기업이 도산하면 협력업체들도 함께 죽습니다. 그동안 쌓았던 인프라와 인력 자산이 모두 사장되고 활용할 기회까지 놓치게 됩니다. 막 창업한 벤처기업의 도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 말은 맞습니다만, 재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죠?

"청년 창업 벤처도 필요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국민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의 '제2 창업'이 우선돼야 합니다."

―대기업의 '제2 창업'이라면 업종을 바꾸라는 겁니까?

"생존을 위해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제2 창업'입니다. 욕먹으며 키워온 문어발(계열사)도 어쨌든 재벌의 힘입니다. 대부분 중소기업도 재벌의 수직 계열화된 구조에 묶여 있습니다. 돈과 인력, 조직, 노하우를 다 갖고 있는 대기업만이 신흥국에서 원하는 국가종합개발을 해줄 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도 살릴 수 있습니다. 재벌이 중소기업들을 해외로 데리고 나가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중소업체는 경쟁력이 없어 혼자서는 해외에 못 나갑니다."

―신흥국의 국가종합개발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과거 우리의 경제성장에는 유사 제조업체와 기관들이 모여 이룬 지역별 산업단지가 중추 역할을 했습니다. 그 노하우를 살려 신흥국에 맞춤형 산업단지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문화 한류(韓流)처럼 '산업 한류'가 확산됩니다. 자동차만 팔면 을(乙)이 되고 보호무역에 막히지만 그 나라에 자동차 산업을 육성해주면 우리가 갑(甲)이 됩니다. 해외 현장에서 우리 경제의 살길이 여기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삼성이 지구촌에 산업단지 다섯 개만 만들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기업 조직원의 한정된 경험을 보편적인 경제 해법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요?

"삼성전자는 2008년 하노이에 휴대폰 공장을 지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는 한국 제조업체 5000개 나가 있습니다. 우리 산업단지가 형성되면서 은행·물류·병원·호텔·학교·입시 학원까지 진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부문 수출 1위국이 베트남입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각지에 지점을 설치하는 등 베트남 안에서 소매 금융 1위입니다. 은행 퇴직자들을 베트남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연관 산업 수출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을까요?

"신흥국에서 가장 원하는 것입니다. 2015년 방한한 물라투 테쇼메 에티오피아 대통령은 직접 제게 요청도 했습니다. 이는 청와대에 보고됐지만, 그 직후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무산됐습니다."

―자칫 직권 남용이 될 텐데, 정부가 국내 기업들을 모아 해외에 나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국내 산업단지를 지원해줬듯이 정부가 '넛지(nudge·부드러운 개입)'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광주형 일자리'에도 광주시, 정치권, 노조, 현대차, 시민단체가 관여돼 있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공급과잉인데, 군산에는 공장이 놀고 있는데 강제로 공장을 또 만들겠다는 것 아닙니까. 이런 비합리적인 광주형 일자리에는 예산까지 대주겠다는 정부 아닙니까."

―해외에 산업공단을 짓는 것은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로 이어져 일자리와 기술, 자본이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그걸 우려하면 국내 산업 전체의 붕괴를 맞습니다. 국내 산업이 살려면 생산과 제조에서 운용과 서비스로 옮겨가야 합니다. 조선업에서 건조, 건설업에서 시공, 철강업에서 조강 부문은 이미 유지 비용이 더 들고 가동률은 떨어졌습니다. 신흥 국으로 넘겨주고 파트너십을 맺으면 한국 기업의 국내 본사는 자본과 핵심 부품을 수출할 수 있습니다. 해외 산업 단지에 기술 전수를 위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과 경험을 가진 베이비 부머에게 취업의 길이 열리는 겁니다."

이날 만남은 "한 시간만 내 얘기를 들어달라"는 그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나 경제 관련 부처 장관이 들었으면 더 나았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3/2019011302135.html



Hyung-YulCho(countrym****)
2019.01.1414:22:25신고
우리나라 노동자의 임금이 중국보다 낮고 노조가 극성을 떨지않고 해고가 무서워서 회사가 시키는데로 고분고분하게 일을 하루에 14시간씩 해준다면 한국의 공장 가동율이 늘어 날까요? 중공은 공산당 정권에서 돈이 될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경쟁국가들을 특히 우리나라를 질식 시키고 있읍니다.
최원혁(altkdlft****)
2019.01.1414:21:26신고
삼성이 바이오를 키우려고했더니 분식회계로 잡는게 현정권. 오너들 잡아 가두고 고용창출을 원하는 현정권 ...대기업 상속세 면제 해주는게 대기업이 장기 투자에 나서는 길이다. 오너없는 회사에서 무슨 장기비젼이 있겠나. .포스코보면 답이 나온다.
김일용(i****)
2019.01.1413:29:39신고
박광기씨, 귀하는 무엇보다 타인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남이 하는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그것에 맞는 답을 하면서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타인에게 전달하는 능력 말입니다. 사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훈련이 필요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여러 명이 회의를 해도 다른 사람들과 정반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어요. 반대로 자신의 생각이 머리에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입으로 나오는 말을 그대로 받아적어도 손볼 필요없는 완벽한 문장이 되는 사람도 있지요.
김용섭(danb****)
2019.01.1413:13:16신고
김일용님의 댓글에 공감합니다. 이 기사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은 '대우세계경영'을 들여다 보 실 것을 제안합니다. 1980년 부터 약 20년 동안 대우가 어떤 철학과 비전으로 어떻게 실행해 나갔는지를 살펴보면 오늘 우리가 취해야 할 당위와 가야 할 방향이 보일 것입니다.
이광섭(ut****)
2019.01.1412:57:54신고
일본의 유력한 경제전문가의 말을 들은 일이 있는데 비슷하군. 일본이나 한국이나 고령화 저출산이 하도 심각해서 이거 자체를 되돌릴 방법은 없고... 결국 현재의 경제를 조금이나마 낫게하는 해법이 지금 이 양반이 하는 것과 비슷하더라고. 사회주의 배급정책을 신봉하는 문재인 패거리들의 헛짓으로는 천년이 가도 상황이 나아질 수가 없는 것이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3/20190113021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