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비틀스의 잊혀진 멤버 (백영옥, 조선일보)

colorprom 2018. 11. 24. 17:48

[백영옥의 말과 글] [74] 비틀스의 잊혀진 멤버

조선일보

                             
  • 백영옥 소설가
    •          
    입력 2018.11.24 03:02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다가 엉뚱한 상상을 했다.
    영화 초반, 그룹의 미래가 밝아보이지 않는다며 보컬 자리를 박차고 나간 한 멤버에 대한 생각 말이다.
    그가 나갔기 때문에 그곳에 프레디 머큐리가 들어갈 수 있었고, 훗날 전설적 그룹 ''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의 시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장면인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를 본다면 어땠을까.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한 그 기념비적 공연에서 프레디 머큐리와 ''이 보여준 그 엄청난 에너지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면서 말이다.

    1983년 음반 녹음 직전 쫓겨난 한 남자가 복수를 결심하며 록밴드를 결성한다. 그의 이름은 데이브 머스테인. 그가 만든 밴드 '메가데스'는 2500만장 이상 앨범 판매량을 올리며 최고 밴드로 등극한다.
    흥미로운 건 그가 인터뷰에서 자신을 '패배자'라고 말한 것이다.
    문제는 그가 쫓겨난 그룹의 정체였다. 헤비메탈계의 전설이 된 메탈리카였기 때문이다.
    '메가데스'와 그는 넘치게 사랑받았다.
    하지만 그의 기준이 된 메탈리카(1억8000만장 이상 판매)만큼은 아니었다.
    누가 뭐라든 데이브 머스테인은 평생 자신을 루저로 생각했던 것 같다.

    비틀스의 잊혀진 멤버 '피트 베스트'에 대한 얘기도 기억할 만하다.
    드러머였던 그 역시 비틀스에서 쫓겨났다.
    자신의 자리를 대신한 '링고 스타'와 비틀스를 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흥미로운 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가 한 인터뷰 내용이다.
    비틀스가 잘나갈수록 그의 인생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그룹에서 쫓겨난 덕에 인기나 돈이 아닌 다른 것에 가치를 두는 삶을 살 수 있었다.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로 그는 지금의 단순한 삶이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까칠한 비틀스 멤버 속에 낙천적 링고 스타가 없었더라면

    '비틀스'의 역사 역시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다.


    '퀸'의 노래를 듣는 이 순간에도, 삶의 균형은 어떻게든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3/20181123038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