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나라

[83]열린 땅 內浦에서 영웅을 만났다

colorprom 2017. 6. 7. 15:18

[박종인의 땅의 歷史] 열린 땅 內浦에서 영웅을 만났다


조선일보
                             
             
입력 2017.06.07 03:03 | 수정 2017.06.07 11:14

[83] 시시한 超人 강경환과 열린 공간 충남 內浦

해안선 복잡한 충남 북서쪽, 땅 깊숙이 물길 들어와 '內浦'
토정, 율곡과 나라 걱정한 전설 속 奇人 김복선… 내포 지진 예언하고 이순신 활약 예언하기도
서산 개심사 외나무다리는 누구나 건널 수 있게 폭을 넓힌 '열린 다리'
구한말 독일 상인 오페르트, 삽교천 물길 따라 침입해 남연군묘 도굴 시도
두 손 없는 奇人 강경환, 태안 바닷가에 염전 일궈 가난한 이들 몰래 돕다 들켜
'시시하되 영웅적인 삶의 땅' 內浦

박종인의 땅의 歷史
초능력자 상놈 김복선

토정비결을 썼다는 토정 이지함이 아산 현감이던 시절 얘기다. 어느 날 하늘을 보니 아무날 아무시에 바다가 터져 육지가 사라질 조짐이 보였다. 하여 온 땅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피신시키고 있는데 야트막한 산 아래 상놈 하나가 지게를 받쳐놓고 졸고 있지 않은가. "도망가라" 호통치니 이리 답한다. "하늘 보는 토정이 제 발치는 볼 줄 모르는구나!"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땅이 꺼지고 지게 앞까지 물이 들어차는 게 아닌가.

그때 충남 해안선이 이토록 복잡하게 바뀌었고, 그때 생긴 포구가 한진포구고, 그때 생긴 물길이 삽교천이라고 사람들은 믿는다. 조선 선조 때 일이라 한다. 이 상놈, 착하게 살아서 복 많이 받으라고 이름이 복선(福善)이었다. 성은 김씨다.

열린 공간 내포(內浦)와 개심사

충청남도 서쪽 홍주, 결성, 해미, 태안, 서산, 면천, 당진, 덕산, 예산, 신창을 합쳐서 내포(內浦)라고 한다. 고려 시대부터 그리 불렀다.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항구가 육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지역이다. 지금 충남도청이 들어와 있는 홍성군 주변도 내포신도시다. 향토사학자 이인화는 말한다. "내포는 열린 공간"이라고. 물길을 따라 신문물이 들어왔고 외세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물길 사이 너른 평야에서 농사를 짓고 공동체를 만들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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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깊고 물길 많은 충남 북서쪽 땅을 내포(內浦)라 한다. 내포 땅 서산 개심사에는 외나무다리가 있다. 연전에 좁았던 다리 폭을 넓혀 누구나 편하게 건널 수 있게 되었다. 내포 또한 그만큼 열린 땅이다. /박종인 기자
내포 땅 서산에 개심사가 있다. 開心寺라 쓴다. 그 절에 가면 마음이 열린다는 뜻이다. 이름부터 풍경까지 개심사는 의미심장하다. 일주문을 지나면 연못이 나온다. 이름은 경지(鏡池)다. 나를 비춰보라는 못이다. 못은 사계절 아름답다. 단풍 진 가을에는 눈물이 난다.

경지 위로 외나무다리가 있다. 연전에 다리는 관광객들끼리 내기를 하면서 건널 정도로 폭이 좁았다. 그런데 이 여름 가서 보니 폭이 두 배로 넓어져 있지 않은가. 눈 감고 걸을 수 있을 정도다. 드디어 개심사가 완전하게 열린 것이다. 그 다리를 건너면 범종각이 나온다. 지붕을 받치는 네 기둥이 휠대로 휜 자연목 그대로다. 요사채로 쓰이는 심검당(尋劍堂) 기둥도 똑같이 휘었다. 원빈이나 장동건 같은 조각 미남이 아니라 나나 당신 같은 시시한 사람들을 닮았다. 내포(內浦)는 그런 땅이다. 주인은 서민이요 생김은 밋밋하고 마음가짐은 모두에게 열린 그런 개방된 땅.

내포 상놈 김복선과 열린 문화

그 천민 김복선이, 하루는 주인 심부름으로 굴을 한 항아리 사왔다. 그런데 주인이 보니 이놈이 항아리에 손을 집어넣고 휘젓는 게 아닌가. 분기탱천한 주인에게 이리 말했다. "소인이 코를 빠뜨려서 건져내고 드리려고…." 굴은 몽땅 종놈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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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범종각. 전혀 다듬지 않은 네 기둥이 인상적이다.
훗날 김복선을 찾아낸 토정 이지함이 친구가 되었다. 율곡 이이도 함께 불러 친구가 되었다. 지게를 내려놓았던 산 중턱에서 세 사내가 나랏일을 걱정한다. "전쟁이 날 터인데…." 김복선이 말한다. "청양 사는 천민 하나가 전쟁을 지휘하면 사흘이면 끝난다. 내가 나서면 석 달 걸린다. 김덕령이라는 자가 나서면 삼년 걸리는데 셋 다 천민이라 나라에서 쓰겠는가. 대신에 아산골 이순신이라는 아이를 꼭 찾아라. 7년이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 그때 이순신 나이가 여덟 살이었다니, 세 사람 대화는 서기 1553년 임진왜란 39년 전에 이뤄졌다.(토정이 아산에 부임한 해가 1573년이니 전설답게 시간은 뒤죽박죽이다)

전쟁 준비를 한방에 해결하고도 토정과 율곡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김복선이 한마디 더 던진다. "당신들은 인신년상사(寅申年喪事)인데 무슨 걱정인가." 1578년 무인년에 토정이 죽었다. 6년 뒤 갑신년에 율곡이 죽었다. 8년 뒤 1592년 임진년에 전쟁이 터졌다. 두 사람을 떠나보낸 그 산은 망객산(望客山)이다. 당진 신평면에 있다.

초능력자 김복선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가 개간했다는 망객산 아래 다랑논은 궁도장으로 바뀌었고, 그가 눈 오줌 자국이 남은 오줌 바위는 숲에 가려 찾기 어렵다. 신평 이씨 문중 이덕의의 종이었다는 말도 있다.

남연군묘와 독일 상인 오페르트

내포 땅 예산 가야산에는 남연군 묘가 있다. 천하 길지라는 곳이다. 남연군이 누군가. 구한말 최고 권력자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버지다. 왕족이되 목숨만 부지하고 살던 이하응이 '이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2대에 걸쳐 왕이 날 자리)'를 점지 받아 경기도 연천에 있던 아비 묘를 옮겨놓은 땅이다. 그 자리에 있던 절을 불태우고 금탑(金塔)을 직접 도끼로 부순 끝에 아들 명복을 임금으로 앉힌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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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에 있는 남연군 묘. 흥선대원군이 아들, 손자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아버지를 이장한 묘다. 독일인 오페르트가 도굴을 시도해 세상이 험악해진 곳이다.
자, 한진포구가 터지고 바다가 뭍으로 들어왔다. 삽교천이 열려 물길이 가야산 아래까지 트였다. 나라가 흥할 때는 물길로 신문물이 들어오고, 험난한 시기에는 외세가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법. 1868년 5월 10일 오전 11시 삽교천을 따라 구만포구에 상륙한 독일 상인이 있으니, 에른스트 오페르트다. 지금 휴게소로 변한 행담도에 전날 도착한 오페르트는 이번이 세 번째 조선 방문이었다.

목적은 대담했다. 남연군 묘 도굴. 오페르트는 "왕족 무덤에 보물이 많으니, 시체와 보물을 인질 삼아 개방을 요구하면 들어줄 것"이라는 프랑스 신부 페롱의 유혹에 넘어갔다. 하지만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회벽을 부수지 못하고 시간만 갔다. 썰물이 들면서 오페르트 패거리는 네 시간 만에 구만포구로 도주했다.

대원군은 나라 문을 더 굳게 잠갔다. 가뜩이나 국제정세에 역행하고 있던 조선은 더욱 쇄국으로 흘렀다. 결국 조선은 대원군 손자 순종에 이르러 멸망했다. 오페르트 기록에 따르면 "당시 관리 가운데 겁을 먹고 지름길을 알려준 사람도 있었다." 엔진이 꺼져가는 500년 왕국이 외세에 무자비하게 폭행당한 현장이 바로 내포 땅 남연군 묘다.

소금 만드는 기인(奇人) 강경환

‘시시한 영웅’강경환.
‘시시한 영웅’강경환. 두 손 없이 만든 소금을 세상에 나눠준다.
강경환은 그 내포 땅 태안 바닷가에서 소금을 만든다. 올해 쉰일곱 살 먹은 시시한 사람이요 기인이다. 사람들이 막장, 막장 하며 비하하는 염전 일을 하니 시시하다. 허나 직업에 귀천 없고 자족하며 벌어서 정승처럼 귀하게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인(奇人)이다. 국민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인 1972년 12월 24일 오전 9시 40분 군용 손전등 밑뚜껑인 줄 알고 가지고 놀던 대인지뢰가 폭발해 두 손이 날아갔다고 기인이 아니다. 인생 포기하고 스물한 살 때까지 술에 절어 살았다고 기인이 아니다. 그러다 1995년 어느날 정신 차리고 청테이프로 삽자루를 손목에 묶고 염전을 시작한 것도 그저 인간 승리 정도?

그 막장 염전에서 수확한 소금을 떼놨다가, 내포 땅에 숨죽이고 사는 노인들에게 퍼줘서 기인이라는 것이다. 자기 앞가림도 쉽지 않은 살림에 22년째 한 해 소출 1할이 넘는 2000만원어치 소금을 세상에 뿌려서 기인이라는 것이다. "노력보다 어려운 게 인내"라고 털어놓는 모진 열매를 아무렇지도 않게 남에게, 그것도 2008년 소금포대 운반할 일손이 모자라 면사무소에 자수할 때까지 아무도 모르게 툭툭 던져놓고 다녀서 기인이라는 것이다.

그 옛날 초인 김복선이 위대한 지성(知性)들과 시대를 걱정했듯, 시시한 초인 하나가 내포 바닷가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세상을 어루만진다. 문득 보라. 어느새 우리는 개심사 외나무다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고 있지 않은가. 그게 내포(內浦)다.

〈답사 정보〉

답사 정보
1. 개심사: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2. 남연군묘: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산5-28

3. 안흥염전: 태안군 근흥면 낭금길132. 천일염 20kg 1만4000원. (010)9240-8890



[6월 11일(일) 오전 11시50분 TV조선 '땅의 역사-내포편' 방영]

6월 11일 일요일 오전 11시 50분 채널19 TV조선에서는 '박종인의 땅의 역사-내포편'을 방송한다.

TV조선 '땅의 역사-내포편'
김복선으로 상징되는 내포 서민 문화의 흔적, 구한말 흥선대원군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도굴하려 한 대담한 독일인 오페르트 이야기를 찾아간다. 일제강점기 신여성의 대표 주자였다가 구도자의 길을 걸어간 수덕사 일엽 스님, 두 손이 없는 염부 강경환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소개된다.

[여행 정보]
'황제가 나올 명당'이라는 말에 사람 시켜 절을 불태우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7/2017060700076.html


설현욱(se****)
2017.06.0708:57:21신고
3) 조선시대 유교를 가지고 비판들 하지만.. 그 중 한 분야인 성리학 분야로 들어가서 서경덕 쪽으로 가면.. --황진이 하고의 로맨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문회 논점은 되겠지만--놀라운 奇門遁甲이라는게 있다오.. 그래서 이리저리 여러 일들을 예측을 하고.. -- 여기 글에 그걸 초능력자라고 하면 안되고.. 기문에 대해 좀 배웠던 사람들이기에 그런 예측을 어느정도 하는 것일 뿐
설현욱(se****)
2017.06.0708:57:00신고
.2) 이이는 이기이원론이지만 기발 氣發... 이걸 현대적으로 쉽게 설명하면..? 사단 즉 惻隱之心 등은 이성적, 도덕적 판단.. 뭐 초자아 와 자아를 합쳐서 얘기.. 칠정 즉 희노애락 등은 감정과 본능을 얘기하는 것.. 이드를 얘기..한다고 할 수가 있겠고.. 어느게 먼저냐..? --> 원래 같이 있었는데.. 발생학적으로 얘기하면 氣가 우선.. 이성적 판단하는 뇌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니까
설현욱(se****)
2017.06.0708:55:16신고
예전 글..1) 理..? 理念,理性..성리학에서의 理는 우주의 보편적 척도..氣..? 氣運,氣分..기(氣)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구성하는 것이면서 그 에너지.. 氣의 세계관을 대표하는 말이 無爲自然.. 서경덕은 理氣一原論 -- 太虛를 氣의 본체로서 一氣요, 先天.. 이황은 이기이원론 理發.. 기대승의 理氣共發說과의 논쟁.. -- 이황은 四端은 理의 發이요, 칠정은 氣의 발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7/20170607000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