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무티 메르켈 (김대식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21. 6. 21. 19:00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15] 무티 메르켈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8.11.07 03:11

 

 

1990년대 초 독일 통일 몇 년 후였다.

방송에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동독 출신인 그 젊은 여성은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웠고 강한 동독 억양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전공이 양자화학이란다!

대부분 홍보 대행사 대표나 중고차 딜러같이 생긴 서독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눈은 말하는 듯했다.

본인은 여전히 참과 거짓 그리고 선과 악의 진정한 차이를 알고 있다고.

목사 딸로 동독에서 자라 교육받고 과학자로 일하던 앙겔라 메르켈이었다.

메르켈은 여성부·환경부 장관을 거쳐 2005년 드디어 첫 여성이자 첫 동독 출신 총리로 임명된다.

작지 않은 센세이션이었다.

잘살고 세련된 '베시'(서독 출신)와 가난하고 촌스러운 '오시'(동독 출신)로 구별되던 시절

동독 출신이 총리가 되다니!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그녀가 유럽 민주주의의 축(軸)인 독일을 리드할 수 있을까?

더구나 메르켈은 카리스마도, 감정도 없어 보이는 '지루한' 인물이었다.

독일인들이 그녀를 '무티'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유다.

독일어로 어머니는 '무터' 그리고 엄마는 '마미'다.

그렇다면 '무티'는? 엄마와 어머니의 중간 정도다.

엄마만큼 친근하지도, 어머니만큼 어렵지도 않은 어정쩡한, 바로 앙겔라 메르켈 같은 존재다.

무티 메르켈의 정책은 언제나 합리적이었다.

중도 보수인 그녀는 자본과 시장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결국 시장도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이탈리아의 살비니, 헝가리의 오르반, 푸틴, 트럼프 그리고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전 세계가 극좌·극우 포퓰리즘으로 득실거리는 오늘날

여전히 감정과 이데올로기보다 이성실용주의를 주장하던 메르켈

최근 다음 총선을 계기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루하지만 따듯한, 혁명보다는 실속 있는 사회발전을 선호하는 메르켈 스타일 정치

이제 유럽에서조차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6/2018110603868.html

 

 

[만물상] 메르켈 리더십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1.06.21 03:1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유럽 지도자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가장 먼저 미국으로 초청해 화제다.

 

메르켈은 오는 9월 말 독일 총선이 치러지면 16년의 임기를 마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임기가 3개월 남았는데 영국이나 프랑스 정상보다 앞서 초청한 건

메르켈의 리더십과 인기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5년간 이렇게 힘든 겨울이 있었나 싶다.”

2020년의 마지막 날, 메르켈 총리가 마지막 신년사를 했다.

독일도 심각한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지만 그 와중에 메르켈의 지지율은 더 올라갔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후 최대의 도전”이라고 일찌감치 국민에게 심각성을 알렸다.

방역 상황을 설명할 때는 ‘과학자 총리’로서의 면모를 보여 신뢰를 받았다.

2021년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예산을 편성하면서

“이런 수준의 재정 지원을 끝없이 지속할 수는 없다.

2023년부터는 막대한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했다.

이전에도 그런 약속을 엄격히 지켰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에 대응하느라 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비율이 껑충 뛰었는데

독일은 나랏살림을 아껴 부채 비율을 20%포인트 이상 도로 낮췄다.

 

메르켈 리더십은 외교에서 먼저 빛을 발했다.

취임 첫해인 2005년 말 EU 정상회의가 일정을 넘겨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으로 이어졌다.

향후 7년간의 예산안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었다.

메르켈이 중재자 역할로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프랑스가 도맡아 온 유럽의 맹주 역할이 독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이념이나 친분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 중재자 메르켈의 리더십에 힘입어

유럽은 글로벌 금융 위기, 재정 위기, 난민 위기의 파고를 헤쳐왔다.

 

▶정치 인생 내내 스캔들도 없었고 늘 검소한 차림이었다.

한 기자가 “항상 같은 옷만 입는데 다른 옷은 없냐”고 물었더니 메르켈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이라고 대답했다.

총리가 되기 전에 살던 아파트에 그대로 살면서 퇴근 길에 수퍼마켓 들러서 장 보고

집안 일도 남편과 나눠서 직접 하는 평범한 시민의 삶을 이어간다.

 

▶집권 16년째인 이 여성 지도자의 인기도가 임기 말년에도 63%로

차기 총리 후보들을 압도한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펴서 인기가 높아진 게 아니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로 나라 위해 뚜벅뚜벅 제 할 일을 하면서

경제와 외교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메르켈 덕분에 독일은 경제 대국의 기반 위에 유럽의 외교적 맹주로 부상했다.

이런 지도자를 가진 나라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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