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바깥 세상

2[일본]아스팔트 위의 메이와쿠

colorprom 2018. 10. 26. 17:51

[만물상] 아스팔트 위의 메이와쿠


조선일보
                             
             

입력 2018.10.26 03:16

올여름 100회를 맞은 일본 고시엔(甲子園·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구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무명의 시골 학교인 아키타현 가나아시농고가 준우승을 했다. 한 투수가 예선부터 본선 준결승까지 10경기에 나서 완투승을 거뒀다. 준결승에서 134개를 던진 다음 날 열린 결승에도 또 나왔다가 5회까지 12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대신할 선수가 없어 팀을 위해 희생한 탓이었다. 어린 학생 몸을 망치는 학대라는 비난이 나왔지만 '투혼'(鬪魂)이라며 추켜세우는 목소리가 많았다.

▶며칠 전 후쿠오카에서 열린 역전 마라톤대회에서 열아홉 살 이이다 레이 선수가 오른발 골절상을 입고도 마지막 300m를 기어가 골인해 화제가 됐다. 다음 주자에게 배턴을 넘겨줘야 하는 계주였다. 이이다가 고통을 참으며 두 손과 무릎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가는 장면은 TV에 그대로 중계됐다. 이번에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했다며 투혼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걸을 수도 없는 10대 여자 선수가 무릎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기어가는 게 옳으냐는 지적도 나왔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본에선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고 가르친다. '메이와쿠'(迷惑·폐)를 꺼리는 문화다. 이이다 선수는 전치 3개월이 넘는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러고도 병상을 찾은 감독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팀에 폐를 끼쳤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흔한 일이기도 하다. 아들이 중동에서 납치돼 목이 잘려 죽었는데 아버지가 TV에 나와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4년 전 일본 화산 폭발 때 구조대가 "오늘 수색은 유독가스 때문에 오후 1시에 끝냈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 중 "내 자식 찾아내라"고 고함치는 사람은 없었다. 폐를 끼칠까 봐 걱정했을 것이다. 스키장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에게 구조대원이 "왜 코스를 벗어났느냐"고 화부터 내고, 구조된 사람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폐를 끼쳐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저런 정신으로 일본이 선진국이 됐다고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조직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일본인들 모습이기도 하다.

▶평창올 림픽 매스스타트 경기서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땄는데, '다른 선수들은 들러리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왜 조직을 위해 희생돼야 하느냐는 항변이었다. 고개 숙이는 메이와쿠가 옳은지, 희생을 거부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태도가 옳은지 따지는 것은 부질없을 것이다. 한·일 두 나라의 지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그 문화는 달라도 크게 다르다는 점만은 새삼 느끼게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5/2018102503834.html



이성제(ggi****)2018.10.2617:46:51신고
일본인이 일본인에게 끼치는 폐(弊)는 일본인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문제고一,
조선일보 김기철 기자는 한국인들을 생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는 찬탈자의 만행에
분기탱천(憤氣撑天)해야 한다. 분기탱천 못하면 항의라도 해야 한다.
항의도 못하겠거든 풍자라도 해야 한다.
"한양이 무서워 남태령부터 긴다"는 옛말이 있는데,
김 기자一뿐 아니라 조선일보 필진 전부一는 남태령이 아니라 대전부터 기고 있다.
아니 거제도부터 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길 없다.
나흘 전, 이 란(欄)에 한현우 기자가 <암살되는 기자들>이라는 칼럼을 썼다.
올 들어 분쟁 지역과 구(舊) 소련권에서 취재 중 숨진 기자 44명.
나는 한반도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분쟁 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김기철 기자의 생각은 어떤가? *김 기자는 왜 일본인의 눈에 든 티를 빼내려고 하는가? 한국인의 눈엔 널빤지가 들어 있는데!
외국시 비틀어 독전한다.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DEMOCRACY."
이광대(gust****)2018.10.2614:29:41신고
어쨋든 일본은 세계 어디를 가도 제대로 대접받는 일류국가다.
국가의 품격이라는 차원에서 우리는 일본의 잽이 안된다.
지금 이땅에서 벌어지는 꼬라지들을 보라, 이게 나라냐? 무슨 반미치광이들 집단이지....
일본 욕하지 마라. 솔직히 쪽팔리는줄 알아야 한다.
배문식(bm****)2018.10.2614:27:38신고
선택지가 두부류의 인간들이 각각 속하는 2개중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면 전자를 고르겠다...
신득권(sc****)2018.10.2613:43:40신고
그냥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다. 미국 문화도 일본문화와 그렇게 차이 없다.
김정선(jsk****)모바일에서 작성2018.10.2613:25:56신고
지리적 거리는 가까워도 문화적 거리는 크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문화적 거리의 결과로 한나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진국이 되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 문명을 선도하고 있으며,
다른 한나라는 스스로 선진국 대열 진입을 박차고 중국과 북한 등의 후진국을 좇아
공산주의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애석하기 그지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5/2018102503834.html



골절 후 300m를 기어가이게 일본 정신?


조선일보
                             


 

입력 2018.10.25 03:00

끝까지 경기 마친 육상선수 논란, 도로 위엔 두개의 핏줄기 선명
"멈춰라" 감독 요청도 듣지 않아3~4개월 치료 필요한 중상 입어

지난 21일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무나카타(宗像)시 일대에서 열린 전일본 여자실업 역전 마라톤 예선 대회. 42.195㎞를 6개 구간으로 나눠서 이어 달리는 경기에 모두 27개 팀이 출전했다. 상위 14개 팀만 본선에 진출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이와타니(岩谷)산업 소속 이이다 레이(飯田怜·19) 선수가 3.6㎞ 거리의 제2구간을 달리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구간 종점 약 300m를 남기고 넘어지면서 오른쪽 발에 골절상을 입었다. 큰 충격으로 걷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러자 이이다 선수는 두 손과 맨 무릎으로 아스팔트 도로 가장자리의 흰색 교통선을 따라서 기어가기 시작했다. 무릎은 금세 피로 물들었다. TV 카메라에 잡힌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래도 왼손은 다음 주자에게 넘겨 줄 빨간색 어깨띠(배턴)를 꽉 쥐고 있었다. 그가 기어갈 때마다 하얀색 선 위에 두 개의 핏줄기가 그어졌다.

이 상황을 TV로 지켜보던 이와타니산업의 히로세 히사카즈(広瀬永和) 감독은 대회 본부에 "그만 달리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를 전달받은 현장의 심판이 이이다를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반드시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이 "힘내라"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전일본 여자 실업 역전 마라톤 예선 중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뛰지 못하게 된 이이다 레이(19)가 기어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감독은 기권 의사를 밝혔지만 이이다는 남은 300m를 기어 완주해, 다음 선수에게 배턴을 넘겼다.
지난 21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전일본 여자 실업 역전 마라톤 예선 중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뛰지 못하게 된 이이다 레이(19)가 기어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감독은 기권 의사를 밝혔지만 이이다는 남은 300m를 기어 완주해, 다음 선수에게 배턴을 넘겼다. /일본 TBS 캡처

이이다의 '경기 속행' 의지를 전달받은 심판이 본부에 이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자 히로세 감독이 재차 기권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본부에 전했다. 감독의 뜻이 본부를 거쳐서 현장에 다시 전달됐을 때는 구간 종점에 불과 15m밖에 남지 않았다. 이와타니산업 소속의 다음 주자는 눈물을 흘리며 이이다의 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이다는 기어이 무릎으로 300m를 기어서 완주한 후, 어깨띠를 넘겨줬다. 이와타니산업은 이날 27개 팀 중 21위의 성적으로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병원으로 실려간 이이다는 최소한 3~4개월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릎에도 후유증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이다는 병원을 찾은 히로세 감독에게 연방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이이다의 투혼은 대회를 중계 중이던 TBS TV를 통해서 일본 전역에 알려졌다. 당장 큰 논란을 낳았다. "이것이야말로 대화혼(大和魂·집단을 중시하는 일본 정신)이다!" "그녀의 근성(根性)에 경의를 표한다." 그녀가 무릎으로 기어서라도 책임을 완수한 데 대한 칭송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이도 적지 않다. "감동했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과로사가 없어지지 않는다" "상처보다도 감동을 중시하는 풍조"라며 반발하기도 한다.

일본 사회는 이번 사건을 역전 경기가 주는 중압감 때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일본에서 시작된 역전 경기는 전국에서 연중 쉬지 않고 대회가 개최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종목이다. 자신이 속한 지역과 단체 이름을 가슴과 등에 달고 달리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역전 경기는 한 사람이 기권하면 1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에 실격하거나 포기한 선 수들은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전했다.

이 사건의 함의가 역전 경기에만 한정된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무릎으로라도 기어서 완주하도록 하는 일본 사회의 '공기(空氣)'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시하고, 실패의 책임을 지는 데에 민감한 일본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사건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5/201810250020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