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영화] 라라랜드 - 꿈꾸는 바보들 (정옥희, 조선일보)

colorprom 2018. 10. 8. 14:29


[일사일언] 꿈꾸는 바보들


조선일보
                             
  • 정옥희 무용연구가
    •          
    입력 2018.10.08 03:00


    정옥희 무용연구가
    정옥희 무용연구가




    영화 '라라랜드' 속 노래 중에서 여주인공 미아가 부르는 '꿈꾸는 바보들'을 가장 좋아한다.
    오디션에 간 미아는 불쑥 파리에 살았던 이모 이야기를 꺼낸다.
    추운 겨울, 센강에 맨발로 뛰어들어 한 달 내내 감기로 훌쩍거렸지만
    그때로 돌아간대도 다시 뛰어들겠다던 이모.
    그녀에게서 미아는 세상을 바꾸려 했던 바보들의 번쩍임을 보았다.

    끊임없이 부딪치고, 깨지고, 시끄럽지만 그들이 남긴 난장판을 통해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

    예술은 꿈꾸는 바보들이 모여드는 영역이지만 발레에선 좀 미묘하게 다르다.
    오랜 훈련과 자기 절제가 필수여서, 모범생 기질 다분한 연습 벌레라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강수진의 굳은살 박인 발 사진을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발레의 역사를 전진시킨 건 모범생들만은 아니었다.
    발레사를 보면, 정답에서 벗어났기에 야유와 질타를 받았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면, 가발, 후프 스커트 등 궁중 예법을 벗어던져 귀족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장-조르주 노베르,
    귀족적 남성 무용수의 전형에서 벗어나 발레 안의 신분제도를 파괴한 오귀스트 베스트리스,
    기형적 몸매라고 여겨졌지만 새로운 발레리나 이미지를 만든 마리 탈리오니,
    자신의 테크닉을 보여주기 위해 반바지를 벗고 무대에 오른 바츨라프 니진스키….

    모두가 발레의 외연을 넓혔고, 다른 방식의 춤을 가능하게 했다.
    토슈즈를 벗어 던진 이사도라 덩컨 역시 그렇다.

    [일사일언] 꿈꾸는 바보들


    어리석다고 손가락질당해도, 순진하다고 비웃음을 사도, 그러다 결국 실패했을지라도
    바보들은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힘찬 발길질과 부서진 꿈이 모여 지금 우리가 당연한 듯 딛고 선 발판이 되었다.

    꿈꾸는 바보들에게 우리가 진 빚은, 그들을 잃었을 때에야 비로소 청구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8/20181008000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