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잡는 차례상? 과일-송편으로 충분… 전 안올려도 돼요
‘하아! 이 망할 놈의 유교 같으니라고….’
이 땅 위의 한국인들은 추석 때마다 마음 한 편으로 조그맣게 이런 말을 읊조렸을지 모른다.
몇 시간 동안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도착한 선산에서 윙윙대는 벌들과 싸워가며 예초기를 밀 때,
언제나 친정은 뒷전으로 하고 시가부터 찾아가 추석의 하이라이트를 보내야 할 때,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조상님을 위해 환갑이 넘어서까지 차례상을 차려야 할 때,
이들은 생각한다. ‘유교 때문에 내가 죽겠다….’
초등학생인 시동생을 ‘도련님∼’ 하고 불러야 하는 며느리는 마치 몸종이 된 기분이 든다.
추석이 끝난 뒤 분노를 쏟아내는 아내를 보는 남편들도 생각한다.
‘어머니, 왜 저를 유교 문화권에 낳으셨나요….’
하지만 유교 전문가들은 억울하다. 한국인에게 유교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현실이.
사실 조상님들의 ‘본심’은 그게 아닌데 본뜻을 살리지 못한 잘못된 예법이 중구난방으로 전해져
마치 무조건 따라야 할 형식처럼 돼 버렸단 것이다.
조상을 공경하며 가족 모두 화목한 추석이 되기 위한 우리의 예(禮)는 무엇일까.
동아일보가 창간 98주년을 맞아 진행한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 시리즈 속에서 답을 찾아봤다.
▽전 부치다 싸우면 바보=
▽제사상 과일 위치, 집집마다 달라요=
▽장남 혼자 제사 책임? 오해예요=
▽명절 때 방문 순서 번갈아 가면 어때요=
▽임신부·난임 부부 각별히 배려해야=
유교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임우선 imsun@donga.com·위은지 기자
차례상 안차리고 마음만… 벌초? 어휴, 대행도 쓰죠”
퇴계 종손의 추석 新예기
19일 서울 경복궁 옆 카페에서 만난 이치억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42·사진)은
“추석엔 원래 차례를 지내는 게 아니에요. 추석은 성묘가 중심인데,
종갓집답지 않은 이 오붓한 추석은
“원래 예에는 원형(原型)이 없어요.
그는 “우린 평소 조상을 너무 잊고 산다”며
“간소한 차례상 큰 공감… 교과서에도 실어달라”
“추석 차례 안 지낸다는 퇴계 종손 신선한 충격”
9월 22일자 2면.
동아일보가 창간 98주년을 맞아 기획 연재한 ‘새로 쓰는 우리예절 신예기(新禮記)’는
추석 연휴 내내 뜨거운 화제였다.
신예기 시리즈는 불합리한 관습과 예법을 바꿔 나가자는 취지로 올 초부터 이달 17일까지 30회 연재됐다.
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한 추석 명절편(22일자 1, 2면)에서는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에 맞춰
“추석 상을 안 차리고 벌초도 대행에 맡겼다”는
퇴계 이황의 17대 종손인 이치억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와 함께 다른 유교 전문가들이 지적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명절 예법도 다뤘다.
본래 유교에서는 기제사(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만 지낼 뿐 명절엔 제사를 지내지 않고,
제사상에도 전 같은 기름 쓰는 음식을 올리지 않는 점 등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명절 예법이 실제 유교 예법과 다르다는 점을 꼬집은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이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기사의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 조회 수는 345만 건, 댓글은 8516건이 달리는 등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명절 내내 기사 내용을 TV로 방송해 달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어
베스트 댓글에 올랐다.
허례허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시대 변화에 맞게 명절 풍습을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생전에 즐겨 드시던 한두 가지 음식과 과일만으로도 차례상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명절에는 다른 사람들 시선에 관계없이 다들 마음 편하고 즐겁길 바란다”고 덕담을 남겼다.
정치권에서도 신예기 시리즈는 화제였다.
김호경 kimhk@donga.com·유근형·홍정수 기자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례상]며느리도 시어머니도 남편도 걱정인 명절… 간소한 '宗家 차례상'을 아시나요 (조선일보) (0) | 2018.09.21 |
---|---|
‘도련님’ ‘처남’ 등 성차별적 가족 호칭 고친다 (0) | 2018.09.01 |
<25>휴가철 해외 패키지여행 (0) | 2018.08.16 |
<24>휴가철 숙소 사용 에티켓 (0) | 2018.08.06 |
<23>퇴직한 가장, 어깨 펴는 법 (위은지 기자, 동아일보) (0) | 2018.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