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투숙객 떠난뒤 룸 청소… 악 소리 납니다”
저희가 토요일 오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전날 밤 ‘불금’을 보내는 한국 손님들이 집중되기 때문이에요.
호텔방을 빌려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룸파티’나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말엔 한국인으로 넘쳐나거든요.
이들이 떠난 자리는 충격적일 때가 많아요.
카펫 바닥과 침대 위에 토사물이 있는가 하면,
청소하러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바닥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죠.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풍선을 떼려 했는지 벽지가 찢어진 방도 있어요.
카펫 위에 케이크가 통째로 짓이겨진 모습도 봤어요. 문을 여는 순간 ‘헉’ 소리가 난다니까요.
이제 많은 한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은 2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된 데 반해 숙소 사용 예절은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여러 나라 투숙객을 접하는 호텔 직원들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I호텔 직원 이모 씨는 “숙소 예절은 예약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투숙객 인원을 속이고 예약하거나 흡연자이면서 비흡연자로 체크하는 일 등 난감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흡연자이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방을 얻기 위해 비흡연룸에 투숙한 뒤 담배를 피울 경우
냄새 제거가 쉽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 이 씨는
“보통 방 하나를 청소하는 데 40분을 잡는데
이런 방은 3시간 이상 별도의 환기장비를 돌려도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다음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화장실 사용 매너도 메이드들에겐 골칫거리다.
대다수의 외국 호텔과 외국계 국내 호텔들은 배수관 냄새 등 위생상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샤워커튼도 치지 않은 채 샤워를 하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다.
서울 M호텔 관계자는 “화장실 밖 객실 카펫까지 다 젖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샤워커튼을 반드시 욕조 안쪽으로 치는 것은 호텔 이용 시 필수 매너”라고 말했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한국 손님들은 쓰고 난 수건과 샤워가운을 주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말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한국인의 ‘칭찬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숙객의 경우
객실 상태나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적극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남기거나 칭찬카드를 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C호텔 관계자는
“프런트에 남긴 칭찬 메시지는 객실부를 통해 해당 메이드에게 모두 전달된다”며
“그 무엇보다 메이드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칭찬이다.
비록 손님은 떠나도 손님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남는다”고 말했다.
여행 시 이용하는 숙소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나의 숙소예절이 단순한 매너를 넘어 다음 숙소 예약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지윤 씨는
“숙소 공유 경제의 대표 주자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손님만 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며
“집을 함부로 쓰는 ‘진상 고객’은 다른 집주인들이 꺼려 추후 원하는 숙소 예약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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