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9.22 03:07
'저 사람은 이해가 안 된다'거나 '저 나이 때 나는 저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좋을 책이 있다.
가쿠다 미쓰요의 '무심하게 산다'이다.
이 책에는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급한 사람은 갈수록 더 급해지고, 불같은 사람은 갈수록 더 불같아지는 등
대부분 내면의 그릇이 작아지는' 풍경에 대한 얘기가 가득하다.
나이가 들면 너그러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그 사실을 인정해서라기보다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즉 무관심해서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때때로 삶은 경험을 통해 현명해지기보다
경험함으로써 '자제하지 않아도 무탈하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그녀는 정의한다.
요리를 오래 하다 보면 어떤 과정을 생략해도 음식 맛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경험은 무조건 많이 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 역시 있다.
가령 지독한 실연으로 이성(異性)을 믿지 못하는 병이 생겨 연애 불능자가 된 후배나
자동차 사고 후 뚜벅이가 돼 세상 사는 반경이 좁아졌다는 선배나
사회부 기자가 된 후 악랄한 범죄 현장을 목격하면서 세상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생긴 친구가 그렇다.
경험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가능성을 좁히는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고 꼭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니고, 경험이 많을수록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 간신히 알게 되는 것들도 있다.
어려서는 운동과 무관하게 살던 내가 운동하게 된 건 건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아프기 위해서였다.
살아보니 돈이란 원하는 물건을 사는 데 쓸 때보다
불행을 예방하는 데 쓰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역시 그렇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쩐지 무심함이란 단어에서 풍기던 부정적인 느낌이 조금씩 희석되는 기분도 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쩐지 무심함이란 단어에서 풍기던 부정적인 느낌이 조금씩 희석되는 기분도 든다.
참견, 잔소리 같은 뜨거운 단어를 건너뛰어
적당한 거리를 둔 채 느긋하게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 '무심함'이란 단어에서 느껴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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