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많이 썼던 간판과 로고, 최근 독특한 한글 표기 급증
대학가도 외국어 줄고 한글이 절반 "쉽고 예뻐… 애국심 마케팅 아냐"
한글 간판이나 상품명이 새삼 각광받고 있다.
경기 광주에 있는 '남촌 골프장'은 재작년 리모델링하면서 골프장 이름을 외국식으로 바꿔보려고 했다.
경쟁 업체에서 너도나도 '트리니티'나 '힐사이드' 같은 이름을 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촌 골프장'을 유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영문 표기도 'Namchon'으로 했다.
각종 상업 공간과 회사 로고 등을 디자인하는 켈리타앤컴퍼니 최성희 대표는
"거창한 외국말을 갖다 붙인 이름이나 로고가 더 촌스럽고 창피하다고 느끼는 시대"라고 했다.
2015년 10월 한 일간지는 '우리말 사라져가는 대학가… 간판 절반이 외래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불과 3년 지난 요즘 대학가는 정반대다.
서울 봉천동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골목 구석구석만 돌아봐도 한글 간판이 더 많다.
대학생 김은결(26)씨는
"요즘 우리 또래는 외국 여행을 가볼 만큼 가봤고 외국어도 대부분 잘한다.
그만큼 어설프게 잘난 척하는 간판보단 솔직하고 편한 한글이 더 멋져 보인다"고 했다.
서울 이태원동 카페 '무진장'을 운영하는 이양인(31)씨는
"한글 간판이나 로고는 직관적이다.
소셜미디어의 이모티콘이나 짧은 문자메시지처럼 명확하고 편하다"고 했다.
해석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쉽고 귀여워서 젊은 세대가 한글 표기에 더 열광한다는 얘기다.
이씨는 "애국심 마케팅이 아니라 유행이고 스타일"이라고 했다.
웃음을 불러일으키고 싶을 때, 기발한 착상을 담고 싶을 때도 한글 간판은 자주 쓰인다.
서울 익선동 한 프렌치 레스토랑 이름은 '르불란서'. 프랑스식 단어 'le'와 '불란서'라는 우리식 표기를 합쳤다. 말이 안 되는 표기법이지만, 이 식당의 성격을 대충 알게 해준다.
같은 동네 타이 레스토랑 이름은 '동남아'다.
이국의 음식을 우리식으로 재해석해서 내놓는 곳임을 짐작하게 하는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