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물 싸움 (박은호 위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8. 9. 21. 14:34


[만물상] 물 싸움


조선일보
                             
             
입력 2018.09.21 03:16

소련 공군 장교 유리 가가린이 1961년 인류 처음 우주 비행성공했다.

시속 2만9000㎞ 속도로 300㎞ 상공 우주를 날았다.

비로소 인간은 그의 탄성을 통해 '푸른 행성' 지구의 면모를 봤다.

"지구는 푸르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지구가 푸른 건 바다 덕이다.

파장이 짧은 파란색 가시광선이 물 분자H₂O에 부딪혀 산란(散亂)하면서

투명한 무색 바닷물이 푸른색으로 물들여진다.


▶하지만 물은 때로 '핏빛'으로 얼룩진다.

물 확보를 놓고 국가 사이 유혈 분쟁이 많았다.


1967년 시리아요르단강 상류에 댐을 지으려 하자

물 부족을 우려한 이스라엘이 폭격기를 보내 댐을 폭파했다.

6일 만에 끝난 이 '3차 중동 전쟁'으로 골란고원요르단강 서안 지역이스라엘 손에 들어갔다.


요르단강 물 확보가 지금껏 진행되는 중동 분쟁의 불씨가 됐다.

2013년 이집트나일강 상류에 댐을 지으려던 에티오피아를 향해

"우리가 물 한 방울을 잃는다면 당신네는 피 한 방울을 흘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세계적으로 200개 넘는 강이 둘에서 다섯 국가를 관통하며 흐른다.

이 공유 하천 유역에는 세계 인구의 30~40%가 산다.

누가 어떻게 물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분쟁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멕시코리오그란데강·콜로라도강,

중국·태국·베트남메콩강,

인도·방글라데시갠지스강 이용을 놓고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 역시 북한강·임진강 상류에 북한이 지은 임남댐·황강댐 때문에

해마다 홍수기엔 물난리를, 갈수기엔 수량 부족을 걱정하며 산다.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물 싸움을 벌여도 국가 간 분쟁 못지않게 심각했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그랬다.


당시 고부군수 조병갑정읍천에 만석보를 세워 수세(水稅)를 걷자

분노한 농민들이 고부 관아를 점령하고 보를 헐어버렸다.

동학농민운동의 시발점이었다.


▶요즘엔 4대강 주변 농민들이 화가 나 있다.

경남 합천 창덕면 농민 46명이 정부를 상대로 최근 10억여 원 피해 배상 신청을 냈다.

4대강 사업으로 들어선 창녕 함안 에 물이 그득 담기면서 강 주변 지하수까지 덩달아 풍성해졌다.

그 지하수로 비닐하우스 농사를 잘 지어 왔는데 새 정부가 4대강을 뜯어고친다며 보 물을 빼는 바람에

지하수 수위가 떨어져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정부4대강 보 수문 개방을 더 확대하겠다고 한다.

강 주변 비닐 하우스가 수만 곳 된다.

이 농민들보다는 4대강과 싸우는 게 더 중요한 모양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0/20180920044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