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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明治시대 불어에서 탄생한 '白兵戰' [신상목 23] (조선일보)

colorprom 2018. 9. 21. 14:20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23] 明治시대 불어에서 탄생한 '白兵戰'


조선일보
                             
  •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입력 2018.09.21 03:12

    칼럼 관련 일러스트

    한국의 역대 최대 관객 수 영화는 17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명량'이다.

    절대적 전력 열세에도 굴하지 않고, 탁월한 리더십과 '사즉생(死則生)'의 결의로 왜군을 격파하여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영웅담에 한국의 관객들이 크게 호응한 결과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왜군의 세키부네(関船)와 조선의 판옥선이 서로 충돌한 후

    병사들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육박전이다.

    이순신 장군이 칼을 뽑아들며 "백병전이다"를 외치자,

    왜장 구루시마 미치후사(來島通總)가 "돌격!"을 부르짖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관객의 감정선을 최고조로 치닫게 하는 이 장면은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많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당파(撞破) 전술'은 (충돌 근접전이 아니라) 함포를 사용한 원거리 공격법을 지칭하는 것이며, 이순신 장군은 왜군의 장기인 백병전을 꺼렸다는 것이 영화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논거이다.


    백병전 장면이 사실인지 허구인지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지 않은 이상 아무도 100% 장담할 순 없지만,

    이순신 장군이 '백병전'을 외친 것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1871년 메이지 신정부는 막부(幕府) 말기 이래 제각각이었던 신식 군대의 편제를

    프랑스식으로 통일하기로 결정한다.

    프랑스 군사고문단의 지도하에 프랑스 육군을 모델로 일본의 근대식 군대가 편제되면서

    프랑스 교범의 영향으로 '백병전'이라는 용어가 탄생하였다.


    '백병전(白兵戰)'은 '·칼 등 도검류를 사용한 근접 전투'라는 뜻으로,

    '백병'은 하얗게 빛나는 도검류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ar me blanche'를 번역한 말이다.

    이러한 언어 발달사를 생각할 때

    16세기에 활약한 이순신 장군이 '백병전'이라는 말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역사물에 핍진(逼眞)성을 더하기 위한 언어 고증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현대 한국어가 근대 일본어에 의해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혹자에 따라서는 '오염'되었는지)

    그 일면을 체감할 수 있는 사례라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0/20180920044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