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9.10 13:58 | 수정 2018.09.10 18:00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개인보다 조직시스템 의존하는 회사로 변신"
10년 전부터 후계구도 준비...회사 파트너 유지하며 교육⋅자선 주력
"알리바바를 창업할 때 102년 지속하는 기업을 만들기로 했었다.
누구도 102년을 회사와 함께 할 수 없고, 회사가 소수의 창업자에 기댈 수도 없고,
어느 누구도 영원히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나 회장을 맡을 수 없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馬雲⋅54)이 이사회 주석(회장)에서
창업 20주년이 되는 내년 9월10일부로 퇴임한다고 10일 발표하면서 내놓은 퇴임의 변(辯)중 일부다.
회장직은 알리바바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장융(张勇⋅46)이 이어받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마윈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이날 퇴임할 것이라고 8일 보도하자
알리바바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산하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대변인과 마 회장을 인터뷰하는 형식을 빌어 팩트가 틀렸다고 지적했지만
1년간의 시차가 있을 뿐 사실이라고 확인해준 것이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의 고객 임직원 주주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이같은 경영 승계계획을 공개했다.
마 회장은 내년 9월 10일 이후에도 2020년 주주총회 때까지 그룹의 이사회 멤버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의 파트너를 계속 맡으면서 교육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2010년부터 파트너제도를 운영해오고 있고, 마 회장은 36명의 파트너중 두명 뿐인 종신 파트너다. 항저우사범대 출신의 마 회장은 창업 전 영어를 가르쳤었다.
마윈이 1999년 17명과 함께 6만달러로 시작한 알리바바는 19년만에 직원수가 8만 6000명이 넘고,
시가총액이 4200억달러로 아시아 기업중 가장 몸 값이 비싼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B2B 전자상거래에서 시작해 B2C로 확장해온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로 대표되는 핀테크와 클라우드, 신유통 등 신규사업에서 연이어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알리바바는 특히 텐센트와 투자경쟁을 벌이면서
중국에서 인터넷 기반의 산업생태계를 좌우하는 ‘기업 제국’을 일궜다는 평도 듣는다.
마 회장은 이미 2013년 일상적인 경영을 책임지는 그룹 최고경영자(CEO)에서 사임하고,
주요 전략을 결정하는 회장을 맡아왔다.
2014년 설립한 마윈 재단을 통해 농촌 교육과 자선 사업에 힘써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창업자 빌 게이츠 따라하기에 나선 것이다.
마 회장은 "세계가 이렇게 넓고 나는 아직 젊다. 많은 일을 시도해보고 싶다"며
"알리바바는 한번도 마윈에만 속한 적이 없지만 마윈은 영원히 알리바바에 속한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마윈의 회장직 퇴임 선언은 1인 경영리스크를 줄이는 후계구도,
가족보다 제자를 키워 물려주는 스승 경영, 여성리더 발탁 등 그의 경영관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왼쪽)이 회사 설립 20주년이 되는 내년 9월10일부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알리바바 그룹 CEO인 장융이 뒤를 잇는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1인 경영 리스크 줄인다
마 회장은 "10년간 준비해온 계획이 실현됐다"며
"알리바바가 개인의 특질에 의존하는 회사에서
조직의 시스템과 인재 양성 문화의 고도화를 이룬 회사가 됐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장기 발전은
지배구조,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기업문화, 끊임없이 수혈되는 인재양성 시스템에 의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도, 문화, 사람이 완전히 결합해야한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앞서 알리바바가 지난 7월 27일 발표한 재무보고서에
2019년까지 지배구조를 보완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알리바바 경영에 대한 마윈의 개인 영향력을 줄이는 게 핵심이라고 전한 바 있다.
1인 경영체제가 가져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가 2010년부터 운영하는 파트너 제도가
규모가 큰 회사의 혁신 문제, 지도자 승계 문제, 문화 계승 문제 등을 해결했다고 자평했다.
마 회장을 포함 36명의 파트너가 있다.
알리바바 파트너십의 이사회는
알리바바 그룹의 규정에 따라 그룹 임원 과반수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파트너는 60세면 퇴직해야 하지만 마윈은 연령 제한을 받지 않는다.
마 회장은 지분이 6.4%이지만 차등의결권을 부여받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알리바바가 2014년 뉴욕증시 상장이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나눠준 주식의 가치가
804억위안으로 중국 인터넷 기업중 가장 많다며
직원들로 하여금 더욱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파트너 제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마윈의 개인 리더 의존 리스크 줄이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권력체제 다지기와 대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 전문경영인 장융의 두각...아시아 가족경영과 차별화
지난해 광군제 하룻동안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거래액 1682억위안이 상하이엑스포센터 내 미디어센터 대형 전광판에 표시됐다. /알리바바 마윈은 회장직을 이어받을 장융 CEO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 회장은 "장융이 알리바바 CEO를 맡은 이후 탁월한 재능과 영도력을 발휘해
13분기 연속 높은 성장을 지속했다"며 "슈퍼컴퓨터 같은 논리와 사고능력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장융은 세계적인 쇼핑 행사로 자리 잡은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를 만든 인물이다.
상하이재경대를 졸업한 장융의 두각이 주목되는 것은 외부 영입 전문경영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2007년 알리바바에 합류한 장융은 온라인 게임업체 산댜 최고재무담당임원(CFO)를 지냈었다.
마 회장이 회장직 퇴임을 선언하면서 후계자로 전문경영인을 발탁한 것은
올해 개혁 개방 40주년을 맞이한 중국에서 1세대 창업자들의 퇴임 시기가 다가오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SCMP는 1400여명의 아시아 백만장자의 경영승계를 연구한 2016년 UBS 보고서를 인용해
85%가 경영 승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년 추적 분석 결과,
가족경영의 경우 2대에서 생존할 확률이 30%, 3대에는 12%, 4대에는 3~4%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SCMP는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李嘉誠)이 90세 생일을 두 달 앞둔 지난 5월
CK허치슨홀딩스 회장에서 물러나며 장남 빅터 리를 후계자로 지명한 것과 대비시켰다.
화얼제젠원 등 중국 언론들은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의 양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京東)의 창업자
류창둥(刘强东⋅45) 회장이 65세 이전에는 퇴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과거 발언을 들어
"떠나려는 마윈과 남으려는 류창둥"이라며 둘을 비교하기도 했다.
특히 징둥은 류 회장이 없으면 이사회가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규가 있어
리더 의존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류 회장이 최근 미국에서 성폭력 혐의로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소식이 나온 뒤
나스닥에서 징둥 주가가 급락한 배경이기도 하다.
징둥측은 이와 관련, 류 회장이 회사를 계속 이끌 것이며
징둥의 일상적인 운영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면서도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 소오강호의 풍청양과 마윈의 스승경영
알리바바 베이징 본부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알리바바가 승계 계획을 공개한 9월 10일은 마 회장에겐 3가지 의미 있는 날이다.
자신의 생일이자 알리바바 창립 기념일이고, 동시에 중국 교사의 날이다.
마 회장은 교육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이 흥분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 회장은 가족 경영보다 제자를 키우는 스승 경영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마 회장은 자칭 타칭 선생님으로 불릴만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무협 소설속 인물을 임직원들의 예명으로 부를만큼 무협 소설을 좋아하는 마 회장이 정한 자신의 별칭은
펑칭양(風淸揚)이다.
진융(金庸)의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등장하는 화산파의 은거 기인으로
링후충(令狐沖)에 독고구검(獨孤九劍)을 전수하는 스승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알리바바 B2B사업 담당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웨이저(卫哲)는 마윈의 강점으로 ‘스승 경영론’을 든다.
웨이저는 "마윈은 선생님이며, 선생님은 학생이 자신을 넘어서는 것을 절대 무서워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임무는 학생이 자신을 넘어서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기업문화에 "다른 사람을 성취하게 하라"가 있는데
이는 인사평가에서 팀을 대단하게 만들었는지 여부가 중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알리바바가 이날 공개한 마 회장의 새 명함(사진)에는
이름 옆 직함을 주석직에서 선생님을 의미하는 라오스(老師)로 바꿨다.
마 회장은 앞서 2013년 5월 10일 타오바오 설립 10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실패하지 않고, 늙지 않고, 혼란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청년들을 믿는 것"이라며
"다시는 알리바바의 CEO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공동창업자 루자오시(陆兆禧⋅49)에게 그룹 CEO를 넘긴 그는 이사회 주석(회장)직만 유지해왔다.
헌재 알리바바그룹 CEO는 2015년부터 장융이 맡아왔다.
♢ 알리바바 그룹 CEO 후보 여성 경영자 유력
차이롄서(财联社)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알리바바 승계 계획 공개를 앞두고
B2B사업부문 총재인 다이샨(戴珊⋅42⋅사진)이 최근 알리바바 법인 대표를 겸직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장융 CEO가 겸직하던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마윈이 그룹 CEO자리를 내놓은 후 3번째 법인대표 교체다.
루자오시와 장융 모두 그룹 CEO에 임명되기 전후로 법인대표가 된 전례가 있다.
다이샨은 마 회장을 포함 ‘18 나한(羅漢)’으로 불리는 공동창업자중 한명으로 여성 경영인이다.
다이샨의 부상은 올 2월 한국을 방문해 가진 강연에서 여성 리더쉽을 극찬한 마윈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마 회장은 당시 "알리바바의 성공 비결은 여성과 청년을 많이 고용하는 것"이라며
"전체 직원의 약 49%, 고위경영진의 약 37%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마 회장은 "여성은 남을 돌보는 마음이, 남성은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각이 더 많다.
우리는 지금 지혜의 싸움, 돌봄의 경쟁이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면서
"이제 지도자들도 청년들과 여성으로 대체되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더 많아질 것이다.
이를 환영하고 포용할 준비를 하라"고 강조했다.
알리바바의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회 주석은 전문경영인이,
일상적인 경영을 총괄하는 CEO는 공동창업자 출신의 여성 경영자가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 회장은 SCMP에 "10년전 고위임원들에게 내가 없으면 알리바바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었었다"며
"지금 알리바바의 구조, 기업문화, 지배구조, 인재 양성 시스템은
내가 혼란을 야기하지 않고 물러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회장직 퇴임이) 한 시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교육에 초점을 두고 더 많은 시간과 재산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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