電氣 끊어지면 文明 단절… 즉각 대응 가능한 '운영 예비력' 확보 필요
원전·신재생은 적절 조합을
2011년 9월 순환 단전(斷電)은 예비 전력이 부족해지자 전력 당국이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정지 상태 예비력(standing reserve)'은 가동 중단 상태의 대기 발전기를 말한다.
양수(揚水)발전소는 수문만 열면 2~3분 안에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유연성이 아주 좋아 안정적 전력 공급에 중요한 발전원이다.
가스발전도 물을 끓일 필요 없이 가스를 연소시켜 직접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20분이면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석탄발전소도 주기적으로 불을 때 예열해두는 방법(warm start)을 쓰면
필요할 때 곧바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렇게 즉각 전력 생산이 가능한 것을 망라해 '운영 예비력'이라고 부른다.
반면 일단 보일러가 식어버린 석탄발전소는 새로 전력을 생산하는 데 5~12시간 걸린다.
수증기의 온도와 기압을 맞춘 후 터빈을 돌려야(cold start)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공급 예비력'에는 포함되지만 '운영 예비력'은 아니다.
2011년엔 운영 예비력과 공급 예비력에 혼동을 일으키면서 전력 당국 대응이 헛나갔다.
2003년 8월 미국 동부 블랙아웃 때
뉴욕 맨해튼의 모든 전등이 꺼지고, 지하철도 멈추고, 수돗물이 끊기고, 하수가 거리로 역류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장기적으론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필요하다.
발전소, 송전망, 공장 기계, 가전제품 등에 인공지능을 심어넣는 것이다.
전기 공급이 부족하면 전기료가 오르면서
자동으로 공장 기계나 가전제품이 요금 구간에 따라 가동을 멈추거나 출력을 떨어뜨려
전력 수요를 맞춰가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당장은 원전, 신재생, 석탄화력, 가스발전 등 발전원별 조합(mix)을 현명하게 가져가면서
운영 예비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풍력·태양광을 일정 수준 이상 늘리게 되면 공급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출력 조절이 불가능한 발전원이기 때문이다.
전남·북 서해안에 수백만㎾ 해상 풍력단지를 세운다고 한다.
그런데 겨울철 심야에 태양광도 안 도는데 바람마저 잦아들 때를 생각해보라.
이럴 경우 유럽 같으면 국가끼리 전기를 주고받지만 우리는 '전력 섬나라'다.
대형 전기저장장치(ESS)로 대응할 수 있지만 돈이 워낙 많이 든다.
가스발전소를 많이 지어 즉각 대응이 가능한 운영 예비력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연료비도 비싸고 평소엔 놀려둬야 해 전기료 상승 요인이 된다.
홋카이도나 뉴욕 블랙아웃에서 보듯 전력 시스템은 공급 안정성(安定性)이 가장 중요하다.
전력 계획도 그걸 최우선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