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38) 김상협(1920~1995) (김동길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18. 8. 25. 18:15

 

[Why]

호남의 대쪽 교육자박정희는 장관, 전두환은 총리 맡아달라 간청했다


조선일보
                             
  •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연세대 명예교수
    •          
    입력 2018.08.25 03:00

    [김동길 인물 에세이 100년의 사람들] (38) 김상협(1920~1995)

    [김동길 인물 에세이 100년의 사람들]
    일러스트=이철원
    남재 김상협은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김연수, 큰아버지는 인촌 김성수였다.
    두 분 성함이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지만 그런 사전을 만든 사람들은 역사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
    아니면 역사를 보는 눈이 매우 삐뚤어져 있다고 나는 믿는다.

    김상협이 만일 19세기 영국에 태어나 학자가 되는 길을 택했다면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이 되었을 것이고
    정계에 투신하였다면 '대영제국의 거인'이라고 불리던 글래드스턴이 되었을 것이다.

    남재는 총명하여 중학교에서 월반하였고
    일본으로 유학 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동경대학 법학부를 졸업할 때도 우등생이었다.

    군사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는 대한민국의 가장 모범적인 교수로 알려진 김상협에게
    문교부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나 그런 일에 부적절합니다"라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아무리 권고해도 완강히 거부하니 박정희남재의 아버지에게 연락하여
    '아드님을 좀 설득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는 말도 있다.
    그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제발 석 달만 참아라. 사업하는 내 입장도 생각해 줘야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상협이 일단 그 자리에 앉고 보니 말 못할 일들이 속출하였다.
    권총을 찬 혁명 주체 한 사람이 집무실에 찾아와
    경복궁에 30층짜리 호텔을 지으면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될 것 같다고 하였고,
    또 다른 혁명 주체는 장관실에 찾아와
    대학은 몇 개만 남기고 나머지 대학은 다 문을 닫게 하자고 하면서
    아들딸 대학 보내느라고 농촌의 부모들이 고생을 여간 하는 게 아니라고 한마디 하였다.

    혁명 주체의 말대로 하다가는 나라의 교육이 엉망이 될 것인데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김상협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화여대 총장 김옥길의 말대로 대학생 정원을 두 배로 늘렸다.

    혁명 주체들이 가만있었겠는가.
    김상협은 석 달 만에 사표를 냈지만, 박정희가 받아 주지 않았고
    사표가 수리되기를 기다리다가 그해 10월에야 떠날 수 있었다.
    장관직을 물러난 김상협의 첫마디가 '샴페인을 터트리자'는 것이었다니 그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

    김상협전두환의 만남은 더욱 극적이었다.
    경호실장 장세동과 비서실장 함병춘이 동원되었다.
    처음 두 사람이 만난 것은 궁정동 어느 안가에서였다.
    이철희, 장영자 사기 사건으로 민심이 흉흉하던 때였고
    전두환 친척이 관련됐다는 소문도 나돌아 전두환이 사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억측도 있던 때였다.
    내란음모사건으로 1981년 김대중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사실도 전라도의 민심을 더욱 사납게 만들었던
    그런 때였다.

    전두환은 큰일이 났다면서 국무총리직을 맡아달라고 간청하였는데
    김상협은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발을 헛디뎌 인대가 늘어나 다리를 저는 몸으로 절뚝거리는 형편인데 총리는 당치 않은 자리'라고
    사양하였다.
    전두환은 "김 총장님이 경륜 있고 덕망이 높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믿고 모든 일을 맡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혜화동 자택으로 함병춘이 방문하여
    미국을 달래고 호남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총리직을 수락하는 것이
    조국이 직면한 난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임을 역설하였다.

    그 당시 내가 글로 쓰고 말로 했던 한 가지 사실이 기억난다.
    "김상협총리로 기용하는 까닭은 그런 비상시국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헌법대로 하자면 대통령 유고 시에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대행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전두환이 사임하고 김상협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면
    이 나라의 현실이 오늘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상협은 사람을 웃는 낯으로 대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는 박정희 군사정권과 전두환 신군부 때문에 말로 다 하기 어려운 고난을 겪었지만
    언제나 태연하였고 낙천적인 기질을 한평생 잃지 않았다.

    그가 고려대학 총장이던 때 군부의 위수령, 계엄령이 선포되고
    무장한 군인들이 교정에 난입하여 학교를 점거하다시피 했을 때에도
    학생들에게 낙심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봄은 반드시 온다"고 예언 아닌 예언을 하였다.
    남재는 영국 시인 셸리'겨울이 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오' 라는 그 한마디를 되새기고 있었을 것이다.

    가정적으로도 그는 다복한 사람이었다.
    그를 한평생 받들던 김인숙 여사는 일본여자대학 출신인데 그를 비방하는 사람을 나는 만난 적이 없다.
    부인은 문자 그대로 현모인 동시에 양처였다.
    아들 하나, 딸 셋을 두었는데 아들 김한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증권회사에 입사해
    지금은 어느 큰 은행의 회장이 되어 금융계의 큰 별이 되었다.
    맏딸 김명신의 남편은 유명한 법학 교수로 고하 송진우의 손자인 송상현이다.
    둘째 딸, 셋째 딸도 다 교수의 아내가 되었고 어느 재벌과도 사돈을 맺지 않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부인 김인숙이 이집트를 여행하고 있었을 때 남재는 혼자 집에 있다가 쓰러져
    졸지에 세상을 떠났다.
    부인은 그 소식을 객지에서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였겠지만
    사랑하는 아내에게 간병의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서 애처가 김상협 은 그렇게 말없이 떠났을 것 같다.

    총장을 하면 총장답고 장관이 되면 장관답고 총리 자리에 앉으면 총리답고
    적십자 총재 일을 맡으면 적십자 총재답던 대표적 한국인 김상협.
    그가 만일 왕조를 하나 개국한다면 나는 그 왕국에 가서 농사라도 지으며 살고 싶다.
    그가 만일 지구 어느 곳에 공화국을 하나 세운다면 나는 그 공화국에 가서 초등학교 선생이라도 하고 싶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4/2018082401580.html



    강병무(8877****)2018.08.2611:44:23신고
    그릇이 있어요.태생도,배움도, 백졔가 망한 연유를 아시나요
    변희룡(jjb****)2018.08.2602:33:14신고
    김동길 교수가 이런 글을? 평소 존경하던거 포기하자.
    저 집안에서 일개 군의 토지를 전부 소유하여 군민을 거의 전부 소작농으로 만든 상태로 최근까지 왔다는 소문... 어찌 해결했을까? 가장 중요한 사안은 감춰둔 채, 칭친만 하는 것이 균형있는 시각일까?
    거의 십년 이상, 저 집안에서 생산하는 설탕을 대량 면세품화 하여 전 장병에게 강제 구입하게 했었다. 지금도 면세품 설탕 팔고 있는지?
    군부와 결탁하지 않았다고? 결탁은 하고 발은 빼고, 적당히 참여하여 돈은 벌고,
    훗날 여론이 무서우니 억지로 총리했다고? 참 현명하게 사는 사람이다.
    김태연(psk****)모바일에서 작성2018.08.2600:40:51신고
    김상협 총리보다는 고려대 총장님이 더 어울리는 친숙한 분이지요.
    학생때 진심으로 존경하던 분입니다.
    더러운 정치세계에 잠시 몸담았다고 돌팔매질을 당하셨지만
    이분을 비난하시는 분은 비리와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은 어떻게 살고 계시나요?
    격식높은 인품과 학식으로 수많은 젊은이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던 그시대 교육계 거목이었지요.
    박승윤(sopark****)2018.08.2521:25:21신고
    절대동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4/20180824015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