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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아프리카계 흑인 첫 유엔 수장… 코피 아난 前사무총장 별세 (손진석 특파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8. 8. 20. 19:49

혼란의 시대… 평화 중재자

조선일보
                             
             
입력 2018.08.20 03:00

아프리카계 흑인 첫 유엔 수장… 코피 아난 前사무총장 별세

아프리카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유엔을 이끌었던 코피 아난(80)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코피아난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아난 전 총장이 짧은 기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01년 10월 14일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세계식량상’심포지엄에서 연설하고 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01년 10월 14일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세계식량상’심포지엄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난 전 총장은 1938년 영국 식민지 시절의 가나에서 한 부족장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은크루마과학기술대 재학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네소타주 매칼레스터대 경제학과를 나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유엔에는 1962년 24세 때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 담당관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 유엔 예산담당관 등을 거치며
인사, 예산, 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3년 이집트 출신인 부트로스 갈리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 의해
유엔평화유지군(PKO) 담당 사무차장으로 발탁되면서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주목받게 됐다.

1997년 평직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사무총장(7대)에 선출된 아난 전 총장은
세계 각지 분쟁 해소에 힘을 기울였다.
1998년 서방과 이라크 간의 긴장 완화를 위해 바그다드를 방문해 사담 후세인과 직접 협상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에이즈(AIDS) 확산 방지와 빈곤 퇴치에도 힘썼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아난 전 총장은 2001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뉴욕타임스"9·11 테러, 이라크 전쟁 등 혼란의 시기에 유엔을 이끌며 도덕적 중재자로서 헌신한 인물"
이라고 했다.

코피 아난(오른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01년 10월 1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상장과 메달을 받고 있다.
코피 아난(오른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01년 10월 1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상장과 메달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난 전 총장은 미국의 지지를 받아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
하지만 2003년 미국이라크를 침공하자 "유엔 헌장을 위반했다"고 비판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난 전 총장이 당시 미국을 비판해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이던 존 볼턴 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으로부터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아난 전 총장은 2013년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내 최대 오점은 이라크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2006년 말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아난 전 총장은 이후 스위스에서 지냈다.
국제 원로 정치인 모임 '엘더스(The Elders)' 소속으로 활동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코피아난재단을 만들어 사회봉사와 개발도상국 통치 체제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독보적인 위엄과 결단력으로 유엔을 이끈 인물"이라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일제히 애도를 표시했다.

아난 전 총장은 1998년 서울평화상을 받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후임자인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는 2001년 전 총장이 유엔 총회 의장 비서실장을 지내던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화를 위해 고단한 길을 걸었던 친구를 잃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슬픈 마음을 함께 전한다"고 애도를 표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0/20180820000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