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7.26 03:09
'수제(手製)' 물건은 투박한 솜씨와 균질하지 않은 재능의 산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수제품에 매혹될까?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은
'수제품의 개성과 비교할 때 매끄럽고 빛나고 균일한 것은 이제 저렴함과 동일시된다.
우리는 인간의 손이 닿은 물건에 굶주려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동일성과 표준화 시스템에서 대량으로 쏟아지는 '매끄럽고 빛나고 균일한' 물건은
희소성과 개성적인 아름다움의 결핍을 드러낸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농민들이 먹을 빵이 없다고 외치자 '그럼, 케이크를 먹지 그래'라고 했다가 분노를 샀다고 한다.
그 분노가 혁명의 촉매제가 되었다.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빵 한 덩어리를 훔치고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출옥한 한 사내가 문전박대를 당하다가
주교의 집에서 '양고기 한 점, 무화과, 신선한 치즈, 호밀 빵 한 덩어리'와 와인 한 병을 대접받는다.
그는 호밀 흑빵을 허겁지겁 삼키며 배를 채운 뒤 주교의 은촛대를 훔쳐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위고는 반정부 인사로 낙인찍혀 19년간 망명 생활을 했지만
나중에 국회의원과 상원의원을 지내며 평생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았다.
그도 호밀 흑빵을 즐겼다.
그 당시 호밀 흑빵은 프랑스인의 주식으로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가정에서 강력분과 호밀 가루, 무염 버터와 소금, 갈색 설탕과 이스트 를 섞어 반죽해서 구워낸
수제 빵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빵을 만드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빵이건 물건이건 표준화된 방식으로 대량생산되는 시대로 접어들자
우리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사서 쓰는 구매자이자 소비자가 되었다.
우리는 수작업으로 옷을 지어 입고 빵을 만들어 먹던 시대에서
대량생산된 것의 편의성에 기대어 과소비하는 시대로 밀려와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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