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8)
이슬람 수피족은 병이 났을 때 먼저 의사에게 가기보다 그 병을 앓았다가 나은 사람을 찾아간다.
더 현실적인 처방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어느 지방에 여행을 간다면 지도나 안내 책자를 보기보다
얼마 전 그곳을 다녀온 사람에게 직접 묻는 것이 더 좋다는 논리다.
은퇴 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은퇴를 준비하며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의문이 생길 때면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에게 묻는 것이 정답을 얻는 방법일 수 있다.
10년 연상의 선배와 차를 한잔할 기회가 있었다.
10년 연상의 선배와 차를 한잔할 기회가 있었다.
차를 마시면서 앞으로 선배가 걸어간 길을 내가 따라갈 터인데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조언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은 그리 살지 못했지만 내게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급적 많이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있을 때만이 내면의 자아와 진솔한 얘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인맥을 쌓으려고 애를 쓰지만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복잡한 인간관계가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
은퇴 후엔 인맥 쌓기 삼가야
죽어가는 사람에게 조언을 들을 수도 있다.
호주의 호스피스 간호사가 임종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했는데 그들은 다음과 같은 후회를 남겼다.
첫째, 남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임종 직전에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그동안 남이 원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으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둘째, 일만 너무 열심히 했다.
둘째, 일만 너무 열심히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생필품은 그리 비싸지 않다.
정작 비싼 것은 생활에 그리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사기 위해 자신의 몸을 혹사한다.
셋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셋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이것도 첫째와 마찬가지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염려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내가 남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밖에 친구의 우정을 잃은 것과 변화를 꾀하지 못한 것이 그 뒤를 이었다.
세상을 하직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
세상을 하직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
그들의 유언이나 묘비명을 통해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들이 생전에 염원하며 몸부림쳤던 자취는 묘비명으로 남아 후세에 전해진다.
그러기에 우리는 망자의 회한과 깨달음을 통해 어느 가르침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백년 전쟁 때 영국의 태자였던 에드워드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백년 전쟁 때 영국의 태자였던 에드워드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지나가는 이여, 나를 기억하라. 지금 그대가 살아 있듯이 한 때는 나 또한 살아 있었노라.
내가 지금 잠들어 있듯이 그대 또한 반드시 잠들리라,”
어느 성직자의 묘지 입구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라고 적어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유럽을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유럽을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거든 나를 땅에 묻을 때 손을 땅 밖으로 내놓아라.
천하를 손에 쥐었던 이 알렉산더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갔다는 것을 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주기 위함이다.”
유명한 헨리 8세의 딸로서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1세는
유명한 헨리 8세의 딸로서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1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훌륭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 영국의 왕정을 반석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 역시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은 짧은 말을 남겼다.
“오직 한순간 동안만 나의 것이었던 그 모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