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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연예인이 아니고, 리더십은 장식물이 아니다 (김경준 부회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8. 6. 5. 15:18

[김경준의 리더십 탐구] 리더는 연예인이 아니고, 리더십은 장식물이 아니다

조선일보
                             
  •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          
    입력 2018.06.05 03:13

    명분 아무리 숭고하고 인품·신망 뛰어나도 조직 망하면 最惡 리더
    연예인'인기'가 목적이나, 리더십'결과'로 평가받아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리더십은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에너지를 결집하고 분출시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다.
    도덕론적 리더십의 함정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성인 반열에 이르는 자기수양의 과정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리더십이란 군인은 승리, 종교인은 포교, 기업은 성장, 국가지도자는 번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훌륭한 인품에 신망도 높은 군대 지휘관이 정작 전투에서 연이어 패배한다면 그 리더십은 무의미하다.
    국가지도자가 숭고한 명분과 정의를 추구하였지만 막상 나라가 패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제국의 두 차례 침공을 물리친 그리스의 폴리스 연합에선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해양 세력 아테네델로스 동맹과 육상 맹주인 스파르타펠로폰네소스 동맹이 맞서는 구도였다.

    아테네는 에게해의 중립도시 멜로스에 사절단을 파견해 동맹 합류를 권유했다.

    멜로스의 지도자들은 답변했다.
    '합류 거부로 아테네가 침략하면 그리스 세계에 나쁜 선례가 된다. 유사시 스파르타가 우리를 도울 것이다.
    중립국에 대한 강권은 정의가 아니기에 신()은 우리를 도울 것이다. 우리는 명예를 걸고 싸울 것이다.'

    이에 아테네 대표단은 응답했다.
    '정중한 요청이 거부당하면 아테네는 우유부단한 약체로 낙인찍히는 나쁜 선례가 된다.
    육지 세력 스파르타는 섬나라인 멜로스에는 관심이 없다.
    동맹 합류는 추상적 정의가 아니라 현실적 이익에 관련된 문제이다.
    인간들의 동맹은 신들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
    명예는 존중하지만 오만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김경준의 리더십 탐구] 리더는 연예인이 아니고, 리더십은 장식물이 아니다
    /일러스트=이철원
    멜로스인들은 제안을 최종 거절했다.
    아테네는 기원전 416년 멜로스를 공격해 패멸시켰다.

    아테네 장군 출신 참전용사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기록을 남긴 투키디데스
    "인간 본성에 따라 비슷한 형태로 반복될 미래에 관해 명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내 역사 기술(記述)을 유용하게 여길 것"이라고 설파했다.

    실제로 국제 정세에 어둡고 자기 세계에 빠진 리더들의 오판으로 망한 멜로스의 비극
    이후 세계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반복된다.
    우리나라의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일합방도 그런 사례다.

    공동체를 패망시킨 멜로스의 지도자들에게서 리더십을 언급하는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다.

    국가 지도자의 책무는 공동체를 유지하고 구성원들에게 자유와 번영의 기회를 주는 데 있다.

    강대국에 인접한 약소국으로
    세계대전에 휩쓸리는 난국을 극복하고 독립을 유지하여 번영을 이룬 핀란드의 현대사는 대조적이다.

    북유럽의 핀란드1155스웨덴에 정복됐다.
    1809년부터는 러시아 제국의 영토로 편입됐다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8년에 독립했다.
    독일이 1939년 9월 폴란드를 침공하자
    소련은 두 달 후인 11월 50만 대군으로 인구 350만의 핀란드를 침략했다.
    핀란드만네르하임 장군이 강추위와 지형지물을 활용한 응전을 주도해 소련군을 괴멸시켰다.
    이듬해 2월 소련90만 병력으로 다시 침공했고
    역부족이었던 핀란드는 3월 국토의 일부를 넘겨주고 강화조약을 체결했다.
    절치부심하던 핀란드19416독일소련 공격에 참가실지(失地)를 회복했다.
    그러나 독일의 강력한 요구에도 과거 영토 이외 지역으로는 진출하지 않았다.

    2차대전 전후(戰後) 처리 과정에서 핀란드치밀한 외교서방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중립국으로 남았다.

    총사령관, 대통령으로 난국 대처를 이끈 만네르하임의 목표는 '독립국 핀란드 수호'로 분명했다.
    그는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생각을 병사들이 하지 않는다면
    요새나 대포, 외국 원조 따위는 소용없다"는 소신으로
    국민에게 공동체 수호의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만네르하임은 오늘날 노키아·로비오·수퍼셀 등 혁신기업을 거느린 선진국 핀란드의 국부(國父)로
    추앙받고 있다.

    리더는 연예인이 아니고, 리더십은 장식물이 아니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 자체가 목적이지만,
    리더는 현실을 타개하고 미래의 목적 을 추구하기 위해 리더십을 수단으로 쓴다.
    이런 리더십은 평상시에 단련돼 실전(實戰)에서 빛나고 결과로 평가받는다.
    리더십이 장식물이 되면, 평상시 의전(儀典)에는 강해도 실전에는 약한 군대가 되기 십상이다.
    실전에 강한 군대의 의전은 소박하다.
    겉치레가 아무리 화려해도
    리더로서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되지 못하는 리더십은 허상(虛像)에 불과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4/20180604029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