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07 03:12
요즘 소르본대 학생들은 소셜 미디어에
'jeveuxétudier'라는 해시태그(검색을 편리하게 하는 #표시)를 달고 있다. '공부하고 싶어요'라는 뜻이다.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자 화가 난 것이다. 소수의 운동권 학생들 때문이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교육 개혁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아무도 학교 건물을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아 버렸다. 프랑스 전역 10여 개 대학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물리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해할 만하다.
마크롱은 오랜 평등주의 원칙을 깨고 대학에 경쟁 원리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동안 프랑스에선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만 통과하면 집 가까운 대학에 어렵지 않게 들어갔다.
인기 전공에 학생들이 몰리면 추첨을 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주고 싶어한다.
특히 법대나 의대 같은 인기 전공에 학업 능력이 뒤처지는 학생이 못 들어오게 막으려고 한다.
운(運) 좋게 추첨으로 들어왔다가 낙오하는 젊은이가 양산되기 때문이다.
마크롱의 개혁에 심리적 저항이 있다는 건 제법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시위에 나서는 학생은 소수에 그친다. 50년 전 68혁명의 진원지였던 낭테르대에서 점거 농성하던 학생들을 경찰이 끌어냈는데,
50명에도 못 미쳤다.
반대로 이들 때문에 시험을 못 치른 학생들이 "시험을 보게 해달라"며 쓴 탄원서에는 7000명 넘게 서명했다.
일부 운동권과 노동계 인사들은 이달 들어 68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집회를 가지려고 한다.
일부 운동권과 노동계 인사들은 이달 들어 68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집회를 가지려고 한다.
하지만 열기는 영 시원치 않다.
국영철도공사(SNCF) 직원들이 누리는 과도한 복지 혜택을 줄이려는 마크롱에게 맞서
철도 노조가 한 달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노조원 참가율은 17%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에서는 78%가 마크롱이 처음으로 철도 노조와 싸워 이기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론조사에서는 78%가 마크롱이 처음으로 철도 노조와 싸워 이기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다보니 일부 과격 인사가 노동절을 맞아 폭력 시위를 벌였고,
여론은 더 냉담해졌다.
온건 성향의 최대 노동단체인 민주노동동맹(CFDT)은 "우리는 투쟁의 중심에 서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절 시위에 불참했다.
한 프랑스인 투자 자문사 대표는 "68혁명 50주년 열기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말했다.
한 프랑스인 투자 자문사 대표는 "68혁명 50주년 열기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말했다.
"50
년 전 학생·노동자들은 '사회를 바꾸라'며 변화를 요구했어요.
하지만 지금 노동계나 운동권 학생들은 '이대로 살게 해달라'며 변화를 거부하잖아요.
50년 전과 정반대라니까요.
그러니 '연대'니 '단결' 같은 구호를 외치며 50년 전처럼 모이자고 해봤자 외면받을 수밖에요."
G7 선진국 중 사회주의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던 프랑스도 이제 변하고 있다.
G7 선진국 중 사회주의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던 프랑스도 이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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