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2[미국][매케인]정치인의 품격 (이하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8. 5. 4. 18:07



[萬物相] 정치인의 품격

  • 이하원


    발행일 : 2018.05.04 / 여론/독자 A34 면


     2008년 미국 대선은 한국 선거 못지않은 치열한 비방전이었다.

    공화·민주 두 선거 캠프 사이엔

    '오바마는 미국 파괴 사회주의자' '매케인은 사리 분별 못 하는 늙은이'라는 말이 예사로 오갔다.


    승리한 오바마가 2주 만에 매케인을 초대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위기 극복을 위해 화합하자고 했다.

    매케인은 흔쾌히 응했다. "당파적 이해를 타파해 정부 신뢰를 회복한다"는 두 사람 공동성명이 나왔다.

    오바마는 취임식 전날엔 매케인을 위한 파티를 열고 "평생 미국을 위해 봉사한 애국자"라고 칭송했다.

    매케인 아닌 다른 정치인이었다면

    승자(勝者)의 너그러움을 과시하는 그런 이벤트에는 '들러리 서기 싫다'고 했을 것이다.

    매케인은 달랐다. 무엇이 국민 통합국익을 위한 길이냐는 기준을 갖고 판단하고 행동했다.

    그는 정치 인생에서 사생활 관련 등 수많은 음해에 시달렸지만 상대를 음해한 적은 없었다.

    독특한 개성 탓에 '이단아(maverick)'로 불렸지만 그의 인격을 폄훼하는 사람은 없었다. 


    [만물상] 정치인의 품격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 도중 "당신, 거짓말이야(You lie!)"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한 공화당 의원이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두고 그렇게 소리질렀다.

    일부 의원은 그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그러자 매케인이 나서서 "무례하고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매케인의 발언이 있자 해당 의원은 사과 성명을 내야 했다.

    매케인베트남전 포로 생활 5을 버텼다. 두 팔과 다리가 부러져 혹독한 고통을 겪었다.

    그가 미군 고위급 장성의 아들이란 사실을 안 월맹이 석방하려 했지만

    매케인'다른 포로보다 먼저 석방될 수 없다'고 거부했다.


    2015년 당시 트럼프 후보가 "매케인이 포로지 무슨 전쟁 영웅이냐"고 비꼬았다.

    매케인이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한 응수였다.

    그러자 현직 국무장관이던 존 케리가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월맹은 매케인의 뼈를 부러뜨렸지만 그의 정신은 꺾지 못했다."

    많은 이가 공감했던 것은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매케인이 말기 암 투병 중이다.

    그가 이달 중 회고록 '쉼 없는 파도(The Restless Wave)'를 출간할 예정이다.

    그 책에서 정치인의 덕목으로 '겸손(humility)'을 강조했다고 한다.

    보수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정치인의 품격(品格)을 지킨 매케인의 언행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세상은 지킬 가치 있는 곳

    정치가 겸손하지 않으면 이 좋은 세상 갈가리 찢겨"


    입력 : 2018.05.03 03:01

    말기암 판정받은 '보수의 상징' 매케인, 미국과 세상에 건넨 苦言
    "트럼프는 리얼리티 쇼하듯 자신의 터프함 보이는 것을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게 여겨"

    "오늘날 정치의 문제는 겸손의 결핍이다.
    겸손은 누구나 갖고 있는 '자기 이해'일 뿐 대단한 게 아니다.
    겸손(대화와 타협을 가능케 해) 더 생산적인 정치를 만든다.
    그것이 사라지면 우리 사회는 갈가리 찢기고 말 것이다."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한 미국의 보수 정치인이 생애 마지막이 될 회고록에서 호소한 것은
    겸손(humility)이었다.
    말기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존 매케인(81)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이 병석에서 집필한 회고록
    '쉼 없는 파도(The Restless Wave)'가 오는 22일 출간을 앞두고 요약본이 1일(현지 시각) 공개됐다.

    이 책은 산전수전 겪은 노(老) 정치인이 미국과 세계에 건네는 고언(苦言)이다.
    매케인 "나는 5년 더 살 수도, 이 책이 나오기 전 떠날 수도 있다"면서
    "세상은 좋은 곳이며 싸워 지킬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떠나기가 싫다.
    불평하진 않겠다. 인생은 여행과도 같았다"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정치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2008년 10월 오하이오주의 오터바인 대학교에서 연설하는 모습. 말기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그는 오는 22일 출간할 회고록 ‘쉼 없는 파도’에서 “오늘날 정치에는 겸손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정치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200810월 오하이오주의 오터바인 대학교에서 연설하는 모습. 말기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그는 오는 22일 출간할 회고록 쉼 없는 파도에서
    오늘날 정치에는 겸손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AP 연합뉴스


    그는 "나는 (6선 의원으로서)여섯 명의 대통령과 일하면서 그들 모두에 반대하고 싸워봤다"면서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평범한 미국인으로서 서로가 가져야 할 존중을 약화시켜선 안 된다"고 했다.

    또 "정치 성향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좋은 부모, 충성스러운 미국인, 고결한 인간일 수 있다"고 했다.

    매케인은 미국 정치가 '이념의 게토(ghetto·집단 거주지)'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 은둔하는 양극화가 심하다고 우려했다.

    "자신만의 뉴스 소스를 갖고,

    자신에게 동의하는 사람들과만 생각을 나누며, 그렇지 않으면 상대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팩트(fact)'만을 취사선택하고

    그에 배치되는 어떤 경험적 증거도 '가짜(fake)'로 치부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터프하게 보이는 것, 또는 리얼리티 쇼처럼 터프함을 모방하는 행위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극우·극좌의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목소리를 내라"면서

    "선거에서 누가 '워싱턴에 백마를 타고 가서 세금을 털어가는 깡패들을 혼내주고,

    그들과는 함께 일하지도 타협하지도 않겠다'고 하면, 그 후보만 안 뽑으면 된다"고 했다.

    뭐든 다 해줄 듯이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걸고,

    상대방 정파는 무조건 비난하는 후보는 뽑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정치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매케인 의원의 말이라면 무게가 다르다.

    그의 인생 자체가 '미국의 살아 있는 양심'이자 '정의로운 보수주의'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해군 출신인 매케인은 29세 때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공산당에 포로로 붙잡혀 5년 반 동안 고문을 당했다. 한국전 때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던 해군 제독 아버지(잭 매케인)가 미 태평양 사령관으로 부임하자,

    부담을 느낀 베트콩이 그에게 조기 석방을 제안했다.

    그러나 매케인은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군 수칙을 내세워 동료부터 풀려나게 했다.

    이때의 경험이 매케인의 이후 정치 인생을 좌우하게 된다.


    애리조나주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내리 6선 상원의원을 하는 동안

    그는 자신과 정파의 이익보다 인권과 정의,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웠다.


    시리아 내전이 한창이던 2013년 수행원도 없이 현지에 들어가 실태를 조사한 뒤,

    오바마 정부에 시리아 반군 지원을 촉구했다.


    최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의 알카에다 포로 물고문 전력이 논란이 되자

    공화당 소속임에도 인준을 반대했다.

    매케인은 회고록에서

    "이번이 나의 마지막 임기다. 이젠 (정치적)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속내를 말할 수 있다"고 했지만,

    평생 인기를 따지지 않고 원칙을 지켰다.


    그는 2008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민주당 오바마 후보를 "아랍인"이라고 욕하는 공화당의 백인 지지자에게 "그건 아니죠"라고 훈계했다.

    같은 진영에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그를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같은 데서 붙잡히기나 하는 주제에"라고 조롱했다.


    뉴욕타임스는 "어쩌면 매케인의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봉사

    베트남 포로로 고생할 때가 아니라, 상원의원으로서 보수 진영에 몸담고 있는 지금일 수도 있다"고 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누구]


    1936년 파나마생
    1954년 해군 제독인 조부·부친을 따라 해군사관학교 진학
    1965년 베트남전 참전했다 5년 반 포로 생활
    1982년~ 애리조나주에서 연방 하원의원 재선
    1986년~ 연방 상원의원 6선, 상원 군사위원장
    2005년 포로 고문을 금지한 '매케인 정치범 수정법' 통과
    2000년 공화당 대선 경선, 조지 W 부시에게 패배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에게 패배
    2017년 악성 뇌종양 발병, 투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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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3/2018050300226.html

    김형철(daehaen****)2018.05.0406:44:12신고
    "Humility is the self-knowledge
    that you possess as much inherent dignity as anyone else, and not one bit more." 기자님, 이걸 "겸손은 누구나 갖고 있는 '자기 이해'일 뿐 대단한 게 아니다"라고 번역하셨군요.
    제가 보기에는 "겸손함이란 우리가 모든 다른 사람과 동등한 존엄성을 갖고 태어났고,
    한치도 더 존엄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아는 것이다."가 맞는 번역 같습니다.


    이상호(savena****)2018.05.0405:25:28신고
    매케인이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세상은 달라졌을 것이고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장 존경하는 현존 정치인이다.
    이시훈(bogumja****)2018.05.0403:39:06신고
    전하는 말이 워싱턴 메케인 위원에게 들릴지 모르지만
    말기 암인 경우 한국 자연식 치료법으로 치료 받기를 권해 본다.
    재정적으로 여유있는 분이기에 상황버섯을 자주 달여먹고 해산물 전복, 싱싱한 회를 섭취하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국환(tam****)2018.05.0323:32:04신고
    이런 글을 읽고도 부정적 정치적 성향과 개인 이기주이적 발상을 글로 적고 남탓하는 사람들이 있군요. 돼지목에 진주를 달아 준들 다시 흙탕물에 뒹굴며 오히려 주인에게 달려드니
    그들에게 무슨 유익이 있겠습니까.. 안타까워 한 마디 합니다.
    여승재(yeo5****)2018.05.0323:14:38신고
    러시아나 중국같은 깡패국가는 오랫동안 미국의 원칙주의를 이용해 먹었다는 생각인데...
    트럼프같은 변칙주의가 좋은 맞상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3/20180503002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