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24 03:08
셰익스피어 '맥베스'
모든 포털 사이트에 댓글과 추천 작업을 한 달 동안 전면 정지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면 이제까지의 수많은 '댓글 부대'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고
드루킹 수사의 목표와 방법도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국회 청문회에 드루킹을 출석시켜서 '경진모' '경인선' 등 그의 수하 조직의 구성과 활동에 대해
자세한 진술을 들어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자주 농락당했지만 이번 사건은 국가 전복으로 이어질 범죄였다.
이 음모가 드러난 것은 진정 천우신조인데, 또한 인간사의 어김없는 이치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후의를 베풀고 덕을 보며 산다.
그런데 전혀 사심 없이 베푼 시혜라도 수혜자가 그 덕으로 살 만해졌는데도 보답에 인색하면 노여워진다.
또한 한쪽의 '충분한 보답'이 다른 쪽에는 섭섭하고 괘씸한 경우도 많다.
이번 사건의 경우 드루킹은
문재인의 대선 승리가 당내 경선에서부터 경쟁자들을 침몰시킨 자신들의 여론 조작 덕분이라고 확신하고,
청와대 측은 후보자의 경쟁력 때문인데 무슨 무엄한 소리냐고 일축하는 것 아닐까?
자연 드루킹은 배신감에 복수의 칼날을 갈았을 테고,
청와대 측은 과도한 '보은' 요구 등 분수를 넘지 못하도록 한번 혼을 내줄까, 생각했을 수 있다.
게다가 드루킹이 미래 세력으로 청와대에 달갑지 않은(?) 안희정을 낙점해서 작업을 개시했다면
동지(同志)가 원수가 되지 않았겠는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의 주인공 맥베스는
그가 왕위에 오를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덩컨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후
불안해서 마녀를 다시 찾아가니
"버넘 숲이 걸어나와 던시너니를 향해 진군해오기 전에는 맥베스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고 예언한다.
그런데 마지막 장(章)에서 놀랍게도 버넘 숲이 던시너니성(城)을 향해 움직여 오는 것이 아닌가!
맬컴과 맥더프의 병사들이 버넘 숲의 나뭇가지로 위장하고 진군해 오는 것
이었다.
드루킹의 댓글 부대가 수백만, 수천만개의 댓글 리본을 휘날리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문 정부는 하늘의 뜻에 순응해 특검을 수용하고, 특검은 댓글 부대들의 정체와 소행을 낱낱이 밝혀
다시는 두더지들이 대한민국의 기틀을 갉아먹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도 정신 바짝 차려서 이 국기 문란 사건이 남북 정상회담 갈라쇼에 묻히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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