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27 03:09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조선시대는 물론 바로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한번 '몸을 망친' 여성은 음지의 여성이 되었다.
순결을 잃으면 자동적으로 혼인 시장에서 배제되었고,
경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순결을 짓밟은 '원수'에게 매달려 살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은 온갖 감언이설과 애원, 맹세를 동원해서 여자의 순결을 빼앗고는
남자들은 온갖 감언이설과 애원, 맹세를 동원해서 여자의 순결을 빼앗고는
잠시 '미안'해하다가 점점 뻔뻔해져서 왕으로 군림하며 여자를 구박했다.
그 치욕을 거부하려면 거리의 여자가 되어 온 세상의 능멸을 견뎌야 했다.
가해자의 죗값을 피해자가 치르는 이 불의(不義)는 유교 문화권 여성만의 운명이 아니었다.
가해자의 죗값을 피해자가 치르는 이 불의(不義)는 유교 문화권 여성만의 운명이 아니었다.
서양에서도 여성은 절대 약자였다.
하디의 여주인공 테스의 비운이 전 세계 여성을 울린 것은 그것이 딴 세상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국에 'Me Too 운동' 확산과 함께 상상을 절하는 엽기적 추행, 범죄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한국에 'Me Too 운동' 확산과 함께 상상을 절하는 엽기적 추행, 범죄들이 드러나고 있다.
21세기에도, 한국에서 여성이 사회 참여와 경제 자립을 원한다는 것이 그리 큰 죄였단 말인가?
한국 사회가 그렇게까지 피해 여성에게 비정했는가?
그런데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많은 좌파 문화계 인사가 관련된)
이런 비행에 대해 매우 뒤늦게 성명을 내면서,
이 흉악한 범행을 "성차별적 권력 구조"의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권력 구조는 그 범죄를 행하고 은폐하게 한 장치이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이다.
남자들은 그들에게는 일시적 오락, 자극 추구에 불과했던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이
피해 여성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고 정신을 파괴하는지 똑바로 깨달아야 한다.
이윤택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은 "더러운 손을 20년이 다 되도록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9세 때 자기를 성폭행한 '짐승'을 1991년 살해하기까지 21년간 김부남씨의 삶을 삶이라 할 수 있었겠는가?
조남주 작가의 화제작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은 주관이 뚜렷하고 자립심 강한 신세대 한국 여성으로서 거창한 야망보다 조금씩이라도 발전적인 삶을 원할 뿐이다.
조남주 작가의 화제작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은 주관이 뚜렷하고 자립심 강한 신세대 한국 여성으로서 거창한 야망보다 조금씩이라도 발전적인 삶을 원할 뿐이다.
남편도 웬만큼 협조적인데 그 기본적 욕망의 실현이 여러 겹 벽에 부딪혀 좌절되며
김지영에게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증상이 나타난다.
부단한 노력의 작은 과실도 차지하기가 그리 힘든 대한민국의 딸 김지영.
우리의 애처로운 딸 지영이가 남자들의 허접한 쾌락의 제물까지 되어야 하겠는가?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